부적절한 사랑에 빠진 리더의 위험성
천 팀장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하나 있다. 그건 퇴근 이후 자주 들리는 호프집 여주인과의 관계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게 된 지도 어연 5년의 세월이 흘렀다. 배를 만드는 중공업 특성상 회사는 남해안에 있다. 서울에 있는 집은 너무나도 멀기에 격주로 올라갈 따름이다. 가족들이 한 집에 오손도손 화목하게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때 천 팀장은 아무리 회사 일이 힘들어도 집에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일일 뿐이다. 자녀교육 문제로 아내와 자녀들은 서울에 남고 그만 머나먼 곳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40대 후반, 적은 나이도 아닌데 혼자서 외롭게 살아가는 것은 힘들기만 하다. 회사일은 늘 힘들기만 하다. 임원은 쪼아대기만 하고, 팀원들은 말도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 뭔 놈의 일은 그리도 많은지.. 하루하루 버티는 게 쉽지 않다.
퇴근해도 달리 갈 곳이 없는 그는 숙소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 자주 가고는 했다. 맥주 1잔에 노가리를 안주 삼아 회포를 푸는 것이었다. 이때 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은 호프집 여사장이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혼자 호프집을 운영하는 그녀는 늘 천 팀장의 넋두리를 잘 들어주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만나다 보니 둘 사이는 급속히 가까워지게 되었다. 천 팀장은 가족에게도 팀원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고충을 여사장에게 자유롭게 이야기하였다. 여사장도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호프집을 경영하는 애로사항을 천 팀장에게 이야기하였다.
이 둘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아내에게서도 느끼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호프집 여사장에게서 느끼는 천 팀장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힘들 때마다 호프집을 찾아 나서는 천 팀장이었다. '가족들이나 회사 사람들이 사실을 알면 어떡하지?' 늘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천 팀장 이야기는 과거 중공업에서 들었던 모 팀장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었다. 지방근무 특성상 기러기 아빠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불륜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이 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후속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해드리려 한다.
이처럼 잘못된 애정 관계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조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역사적으로도 리더의 잘못된 애정 행각 때문에 국가가 큰 위기에 쳐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번에는 그 대표적인 사례인 '당나라 황제 현종과 애첩 양귀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똑똑한 황제였던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들면서 나라 일을 그르쳤고 결국 당나라를 도탄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현종의 모습을 보면 리더가 잘못된 애정행각에 빠져들게 되면서 조직을 얼마나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현종이 황제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의 할머니인 측천무후는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여자 황제가 되어 권력을 휘두르던 여장부였다. 현종의 친어머니는 측천무후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독살당하기도 하였다. 미래의 현종이 되는 이융기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큰어머니인 위태후와 그녀의 딸 안락공주는 측천무후처럼 자신들도 여황제가 되고 싶어 했다. 그 욕심에 눈이 멀어 측천무후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중종을 독살해버리고 말았다. 이융기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이었다. 이때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고모인 태평공주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당시 실권을 쥐고 있는 큰어머니 위황후와 안락공주를 제거해 버린 것이었다. 이융기는 황제 자리를 아버지에게 넘겼다. 이융기의 아버지는 이미 나이도 많았고 권력에 큰 욕심이 없었기에 황제 자리를 아들인 이융기에게 양보하였다.
그렇게 이융기는 27세에 당나라의 황제가 되었다. 그는 '현종'이라는 칭호로 불리게 되었다.
초창기의 현종은 의욕적으로 나라를 경영해 나갔다. 여러 번의 쿠데타와 전임 황제들의 무능과 전횡으로 인해 피폐해진 당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유능한 인재들을 기용하는 것이었다. 요숭, 송경, 한휴, 우문융 등 그는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마음껏 뜻을 펼치게 했다.
그중 한휴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강직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아예 대놓고 현종을 비판하는 말도 면전에서 서슴지 않고 할 정도였다. 어느 날 신하 한 명이 현종에게 다가가 한휴 때문에 황제께서 야위어 가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때 현종이 했던 말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나는 한휴 때문에 나날이 야위어 간다고 해도, 백성들은 한휴 덕분에 나날이 살이 쪄간다. 그래서 나는 한휴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우문융은 고관들이 은닉한 토지를 찾아내서 세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국가 재정을 탄탄하게 유지하였다. 현종은 본인이 모든 것을 다 관리하는 마이크로매니징 방식이 아니라, 신하들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였다. 적어도 초기에는 그랬다.
현종이 초심을 잘 유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중기 이후부터 그는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는 점점 충신들을 멀리하고 간신들, 특히 환관들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그를 몰락의 길로 이끌게 된 계기는 바로 '양귀비'와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 우리에게도 미인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양귀비.. 그녀는 어떤 인물일까?
사실 양귀비는 현종의 며느리였다. 그의 열여덟 번째 아들과 결혼했던 여인이었던 것이다. 일국의 왕자와 결혼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는 명문가의 딸이었다. 게다가 경국지색, 즉 한 국가를 흔들 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인이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의 미의 기준은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는 풍만하고 통통한 여인이 복스럽다고 미인이라고 여겨지던 시기였다. 양귀비 역시 통통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키가 165cm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키였다. 아무튼 당시 현종은 총애하던 후궁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몹시 외롭고 적적한 상태였다. 그때 한 환관이 며느리인 양 씨 부인이 예쁘니 후궁으로 삼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아무리 현종이 황제라도 며느리를 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현종은 유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황제였다. 현종은 양 씨 부인을 도교 사원에 살게 한 뒤 몰래 그곳에 가서 만나고는 했다. 그러나 이게 소문이 나지 않을 리는 없었다. 마침내 현종은 큰 마음을 먹고 양 씨 부인을 귀비로 책봉했다. 당시 현종은 61세의 노인이었고, 양귀비는 27세였다. 무려 34살의 차이가 나는 로맨스였다.
현종은 양귀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양귀비는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애교도 많고 가무에도 능했다. 완벽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총명했고 지식도 많았으며 눈치까지 빨랐다. 현종이 빠져들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현종은 그녀를 '해어화' 즉,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고 불렀다. 노년에 제대로 눈에 콩깍지가 씐 것이었다. 온천을 좋아하는 양귀비를 위해 궁궐 안에 온천탕을 만들고 그 옆에 있는 궁궐에서 국사를 돌보았다. 그녀를 위해 무려 700명의 재단사를 고용했으며, 양귀비를 위해 동남아 지역에서 나는 과일 리치를 말을 통해 번개같이 수시로 공수해 오고는 했다.
양귀비 집안도 대박을 맞게 되었다. 양귀비의 세 언니들은 여성이 오를 수 있는 최상의 칭호를 받았으며 그에 걸맞은 부를 누리게 되었다. 일가친척들까지 양귀비 덕에 높은 벼슬이 하나둘씩 주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콩고물이 떨어진 것이다.
양귀비 일가의 권세가 얼마나 막강했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었다. 정월대보름에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당시 양 씨 일가가 달을 보려고 행차를 하고 있었다. 하인들은 채찍을 마구 휘두르며 길을 가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감히 길 막지 말고 저리 비키라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이때 현종의 딸인 광평공주가 길을 가고 있었다. 일국의 공주인데 길을 비킬 이유는 없었다. 공주 일행은 그대로 길을 갔다. 이때 양 씨 집안의 하인 하나가 광평공주를 채찍으로 내리쳤다. 공주는 말에서 떨어졌고 하인은 그 공주를 몇 번이고 채찍으로 내리쳤다. 부마(공주의 남편)가 공주를 감쌌고 하인은 부마도 사정없이 채찍으로 내리쳤다.
두 사람은 옷이 다 찢겼고 피투성이가 되었다. 왕조 국가에서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광평공주는 아픈 몸을 이끌고 그대로 궁궐로 가서 아버지인 현종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다. 분노한 현종은 그 하인을 체포한 뒤 그 자리에서 때려죽였다.
이때 양 씨 집안이 들고일어났다. 양귀비의 권세가 그깟 공주 하나보다 더 높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귀비까지 나서서 양 씨 집안 편을 들자 현종은 오히려 공주에게 벌을 내렸다. 사위였던 부마의 모든 관직을 빼앗고 궁궐에 입궐조차 하지 못하게 명을 내리고 만 것이었다.
그 정도로 양귀비는 현종의 총애를 받았다. 양 씨 집안은 양귀비 권세를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하인이 이 정도였으니 그 집안사람들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현종은 그렇게 양귀비에게 빠져들었고 사리판단 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랏일은 뒷전이고 양귀비와 사랑을 나누기만 바빴다. 그가 재위 초기에 이루어 놓았던 업적은 다 사라졌고 이제 당나라는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국가가 되고 말았다.
이 중 양귀비의 6촌 오빠였던 양국충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양 씨 일가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못된 인물이었다. 마음대로 관직을 팔며 큰돈을 벌어들였고 엄청난 권세를 누리게 되었다. 자기 눈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사람은 다 제거해 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양국충에게는 정적이 하나 있었다. 그는 '안녹산'이라는 장수였다. 양국충은 현종에게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그를 중상모략하였다. 한 번은 안녹산이 지금 흑심을 품고 있어 현종이 불러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 번 시험해 보라고 양국충은 현종에게 간하였다.
안녹산을 신임했던 현종은 반신반의하며 그를 불렀다. 안녹산은 불과 며칠 만에 바람처럼 현종에게 달려왔다. 이는 현종이 더욱 안녹산을 신임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란은 생각조차 하지 않던 안녹산이었지만, 양국충의 중상모략은 갈수록 심해졌다. 이대로면 목이 날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냥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에게는 평로, 범양, 허베이 지역의 수십 만 명의 정예군이 있었다. 마침내 그는 칼을 빼들었다.
안녹산은 거침없이 수도 장안으로 진격했다. 현종이 양귀비와 놀아나느라 정부군은 제대로 육성되지 못한 지 오래였다. 정부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현종은 양귀비와 함께 장안을 떠나 사천 지방으로 피난길을 떠나야만 했다. 이 사건이 바로 '안녹산의 난'이다.
이때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양귀비는 당나라 백성들에게는 악녀 그 자체였다. 지금 이 모든 사태는 양귀비와 그 일족들 때문에 벌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현종과 함께 움직이는 병사들의 생각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피난길 도중에 그들은 반기를 들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양귀비야. 그 양시 일족을 처형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장수들이 본보기로 주동자들의 목을 베었지만 그들은 뜻을 꺾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현종까지도 현장에서 꼼짝없이 죽을 판이었다.
현종은 양귀비를 변호했다. 양귀비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책임이 있으니 차라리 나를 찌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그 말을 믿을 병사들이 아니었다. 이러다가는 흥분한 병사들이 현종을 정말 살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현종은 그저 양귀비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치 빠른 양귀비는 그 눈물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여기서 자결하지 않으면 병사들에게 끌려나가 비참하게 죽을 판이었다. 이 경우 현종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었다. 결국 양귀비는 큰 결심을 하고 만다.
그녀는 근처 나무에 목을 메어 자살했다. 이 모든 광경은 현종과 병사들이 다 지켜보았다. 그 뒤 병사들은 양국충을 비롯하여 피난길에 동참한 양 씨 일족을 찾아내어 모두 다 제거해 버렸다. 얼마나 병사들이 한이 맺혔으면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피바람이 불어닥친 후, 그제야 병사들은 피난 행렬을 다시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양귀비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이때 그녀의 나이 37세였다.
현종은 그 뒤 양귀비를 잊지 못해 실의에 빠져 살아가게 되었다. 권력도 다 덧없고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곳에 머물던 황태자가 그곳 군인들의 추대를 받아 새로운 황제인 숙종이 되었다. 졸지에 당나라에는 두 명의 황제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미 민심은 현종에게서 떠난 지 오래였다. 양귀비 자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군인들조차 현종의 명령은 따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종이 분노한다고 한들 딱히 황태자에게 복수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현종은 황제 자리에서 순순히 물러났다. 그러고는 안녹산의 난을 피해 쓸쓸히 머물다가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양귀비를 잊지 못했다고 한다. 양귀비가 죽는 순간 현종도 같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재미있는 것은 현종이 죽고 불과 13일 뒤에 그의 자리를 뺏은 황태자 숙종도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한꺼번에 리더가 모두 사라지면서 당나라는 구심점을 잃고 급속히 몰락의 길을 가게 된다. 10여 년 뒤 안녹산의 난은 진압되었지만 이미 당나라는 예전의 힘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이 모든 것은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지면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현종이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실패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랑에 눈이 멀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사랑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현종은 양귀비를 만난 이후 완전히 눈에 콩깍지가 씌고 말았다. 국가의 중요 업무는 간신 이임보, 양국충에게 모두 맡겨버렸다. 이 두 사람은 권력을 사유화하여 자기 부를 채우고 자기 멋대로 국가를 경영해 나갔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고 가난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현종에 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비록 사랑에 빠졌더라도 자기 본연의 일만 잘했다면 전혀 비판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종은 나라 일을 다 놓아버렸다. 그리고 양귀비가 좋아할 만한 일은 뭐든 다 해주려고 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수시로 리치를 공수해 이천 킬로미터가 넘는 장안까지 가져오고는 했다.
양시일가에 전에는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그들 세상이 온 것처럼 그들은 부를 독점하고 관직을 팔아 엄청난 권세를 누렸다. 이를 통제해야 할 현종은 오히려 양 씨 일가 편을 들었다. 혹시라도 양귀비 심기를 건드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이쯤 되면 현종이 황제인지 양귀비가 황제인지 모를 일이었다.
사랑에 빠져 자기가 할 본분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부도덕한 행동을 한 것! 현종은 이 점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당나라 현종 이야기는 과거 전제 군주 시절이나 가능했던 일이지, 오늘날에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당장 우리 위에 있는 북한에서는 지금도 이런 일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에서도 징계 사유를 보면 부적절한 이성 관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분은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당시 현장소장이 함바집 여사장과 눈이 맞게 되었다고 한다. 함바집은 공사장 인부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현장소장이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면서 식당 주인은 고마워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 사실을 인부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현장소장은 부끄러워 공사 현장에도 잘 나타나지 못했고, 공사는 기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자꾸만 늘어지게 되었다. 심지어 소장의 부인이 소문을 듣고 현장에 나타났다. 이때 소장이 이렇게 부인에게 간청했다고 한다.
"한 달에 딱 하루만 이 사람이랑 있을게. 한 달이 31일인데 30일을 당신이랑 사는 거야. 그 정도는 괜찮겠지?"
참 어이가 없는 기가 찬 말이다. 사람이 이렇게 불륜에 빠지게 되면 판단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현장 소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불륜에 빠지게 되면 금세 회사 전체에 소문이 나게 된다. 당연히 당사자는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없다. 누가 나를 흉보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올리브 배우자는 이혼하겠다고 길길이 날뛰게 되고 집안 역시 엉망이 된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성과는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런 도덕적인 문제를 회사에서 좌시하지 않는다. 중징계를 받게 되고 결국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고 해도 평판 조회에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이렇게 끝나는 것이다.
본인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력 전체가 같이 망가지게 된다. 특히 그 당사자가 리더라면 팀에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나다. 리더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캔들 막기에 급급하는데 조직이 잘 관리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도덕적으로 엉망인 리더의 말을 누가 들으려고 할 것인가? 명령 체계는 엉망이 되고 조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불륜은 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불륜을 하건 말건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코 사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업무 태만으로 이어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만일 같이 일하는 리더나 동료가 이 문제 때문에 나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팀장이나 동료의 사생활에 깊이 관여하거나 도덕적 비난을 할 필요는 없다. 불필요하게 다른 사람 일에 관여했다가 오히려 나에게 피해가 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때 술을 정말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나를 단골 호프집에 데려가고는 했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끌려가야만 했다. 문제는 이 호프집 종업원과 선배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 선배는 또다시 나를 호프집에 데려갔다. 당연히 그 종업원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밤 11시 넘은 시간에 그 선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마도 그 선배 부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다짜고짜 나를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계속 남편이랑 같이 호프집에 가셨다면서요?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갑자기 내가 이 일의 당사자가 되고 만 것이었다. 나는 신입사원이라 어쩔 수 없이 몇 번 온 것이라고 말해도 전혀 믿지 않았다. 마치 내가 부추겨서 여기에 자꾸 오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금 뒤에는 선배의 어머니에게서까지 전화가 왔다. 아마도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고자질한 것 같았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고 그렇게 그날 술자리는 끝나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그 선배가 같이 술마시 자고 해도 단칼에 거절했다. 그때 기분이 너무 나쁘기도 했고, 두 번 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찜찜한 상황이다 싶으면 반드시 거리를 두어야 한다. 괜히 그런 자리에 같이 합류했다가는 나에게까지 불통이 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가십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런 사람과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업무 외 대화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사람이 일을 안 한다고 해서 본인의 업무까지 마비되어서는 안 된다.
구두 보고보다는 메일이나 메신저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소통하자. "이 건은 언제까지 확인이 필요합니다"라는 식으로 데드라인을 명시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이 사람은 수시로 업무를 펑크 낼 것이기에 기록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제 역할을 못 한다면 팀 내 선임과 협력하여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자. 문제 직원 때문에 나까지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팀 전체의 성과가 무너지고 있다면 공론화를 해야 한다.
이때 말을 주의하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사팀이나 상급자에게 면담을 요청할 때 "팀장이 바람을 피운다"가 아니라 최근 팀장의 의사결정 지연과 부재로 인해 팀 업무 프로세스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때 기록으로 남긴 수많은 데이터를 같이 제시하며 모종의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당나라 현종은 초반에는 의욕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황제가 자주 바뀌면서 나라가 어지럽던 그 시절, 현종은 바른말을 아끼지 않는 충신들을 중용하며 당나라가 갖고 있던 부조리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때 당나라는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60세가 넘은 나이에 뒤늦게 양귀비와의 사랑에 눈을 뜨게 되면서 그는 180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라일은 뒷전이었고 오직 양귀비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는데 모든 관심을 쏟았다. 그녀를 위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리치를 수시로 공수하고, 양 씨 일가에 대해서는 왕자나 공주 이상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었다.
그렇게 나라는 다시 병들어갔고, 이로 인해 안녹산에 반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그는 사랑하는 양귀비도 잃어버렸고 그 역시 황태자에 의해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사랑에 빠져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 결과는 그에게도 당나라에게도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 시작은 화려했으나 끝은 심히 미약한 리더의 대표가 바로 현종이었다.
요즘 세상에도 불륜 때문에 회사일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망치고 가정을 망치고 회사까지 망치는 사람들이다. 주변에 이런 리더나 동료가 있다면 명확히 선을 긋자. 그리고 이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내 주관을 지키자. 자꾸 회사일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때는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그렇게 유명했던 현종도 양귀비 와의 사랑으로 인해 나라를 망치고 말았다. 그런 잘못된 길로 들어가지 말자.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휩쓸리지 말자. 현종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