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밀, 회사에서 공개하지 맙시다(삼손과 히스기야왕)

비밀을 공개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by 보이저

양 대리는 요즘 코인 투자에 푹 빠져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것 왜 하느냐고 코인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던 양 대리였다. 그런데 우연히 시작하게 된 후로 코인의 매력에 쏙 빠져들게 되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양 대리는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 코인이 한참 떨어질 때 몇 천만 원을 들여 구매했는데, 이게 3억이 된 것이었다.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코인 대박은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내 눈앞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지도 않은 데서 벌어지고 말았다. 술자리에서 양 대리는 동료들에게 코인 대박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었다.


"내가 이번에 코인을 샀는데 거기에서 글쎄 3억을 벌었어!"


술김에 신이 나서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이 소문은 회사 전체에 삽시간에 퍼지고 말았다. 원래 회사는 하나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 소문이 퍼지는 건 금방이다. 양 대리는 이제 코인 대박 터진 사람으로 회사 내 유명인사가 되었다. 양 대리가 지나가면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이 그 코인 대박 터진 사람이야" 수군대고는 했다.


팀장은 이번 연말평가 때 누구 등급을 잘 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답을 얻게 되었다. 양 대리는 코인으로 대박이 났고 행복해하고 있으니 설령 낮은 등급을 주더라도 슬퍼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감사팀에는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양 대리가 근무시간에 폰으로 코인 투자를 한다는 제보였다. 누군가 양 대리를 시샘해서 감사팀에 살짝 찔러 넣은 것 같았다. 감사팀은 내사에 착수했다. 과연 양 대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무사히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걸까?



비밀을 털어놓는 것의 위험성


사람은 누구에게나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는 법이다. 신체상의 비밀일 수도 있고 어두운 과거사일 수도 있다. 돈으로 대박을 쳤거나 쪽박을 찼던 일일수도 있다.


문제는 비밀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비밀은 소중한 것임에도 누가 협박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자기 비밀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역사상으로도 이런 행동 때문에 개인 또는 국가가 파멸의 길로 가게 된 경우가 있었다. 어떤 사례들이 있었을까?




1. 자기 힘의 원천에 대해 털어놓은 삼손


'삼손'은 우리가 잘 아는 힘센 사람의 전형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포도주를 마시지 말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는다 (이를 나실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유분방한 사람이었다. 기분 내키는 대로 행했고, 당시 이스라엘의 적국이었던 블레셋을 자주 공격하여 블레셋 사람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다.


블레셋 사람들은 당시 삼손의 애인이었던 들릴라라는 여자에게 접근하였다.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상금을 약속하고 삼손의 힘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아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건 삼손이 하나님과 약속한 특급 비밀이었다. 처음에는 내 머리를 묶으면 된다, 나를 꽁꽁 묶으면 된다 이렇게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그러나 거짓말을 금방 들통났고 들릴라는 매일같이 울면서 닦달했다. 결국 그는 결국 자기 머리카락을 자르면 힘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다 털어놓고 말았다.


그 결과 그는 머리카락을 다 잘린 채 두 눈까지 뽑힌 채로 블레셋에 끌려가 노예처럼 일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자기 비밀을 간직하지 못한 대가가 이토록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었다.

삼손




2. 왕궁의 보물을 다 공개한 히스기야왕


'히스기야왕'은 남유다 왕국의 왕이었다. 그는 앗시리아의 침공 때 하나님의 기적적인 개입으로 다 망해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불치병에 걸려 곧 죽게 되었는데 기도 응답을 받아 15년간 수명이 연장될 수 있었다.


이 소식은 주변 나라들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많은 국가들이 사절단을 파견하여 전투의 승리와 히스기야왕의 병 고침에 대해 축하하였다. 이 중에는 바빌로니아 사절단도 있었다. 아시리아가 슬슬 지는 해라면, 바빌로니아는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사실 바빌로니아는 주변 국가 상황을 정탐하고자 함이 주목적이었다. 어느 나라부터 쳐들어가는 게 좋은지 사전 확인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히스기야왕은 바빌로니아 사신들이 왕의 능력을 칭찬하자 신이 났다. 동쪽의 떠오르는 나라가 자기를 치켜세워주니 어깨가 으쓱해진 것이었다. 왕궁이며 성전 곳곳에 있는 모든 보물을 다 보여주었다. 바빌로니아 사신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나라는 꼭 점령해야겠다. 돈이 많구나'


결국 바빌로니아 사절단 방문 이후 오래지 않아 남유다 왕국은 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다. 그 시작은 왕궁의 비밀인 수많은 보물을 바빌로니아 사절단에게 다 보여준 히스기야왕의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히스기야왕




3. 책 쓰고 강의하던 것을 자랑하던 팀장


이전 회사 팀장도 자기 비밀을 드러내었다가 좋지 않은 일을 겪었던 적이 있다. 이 분은 강의 역량이 뛰어났다. 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퇴근 이후에 별도로 교육대학원도 다니는 분이셨다.


직장생활 관련 책도 두 권이나 쓰고, MBTI 관련해서 외부 강의도 활발하게 하시는 분이셨다. 문제는 이 사실을 회사에 너무 드러내고 다녔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어느 회사에서 강의했다, 지난번 책은 4쇄까지 찍었다 이런 말을 회식 때가 되면 여기저기 하고 다니던 팀장이었다.


문제는 상부에서 팀장의 이런 바깥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책 쓴다고 점심시간마다 식사도 안 하고 혼자서 키보드 두드리고 있고, 퇴근시간 딱 되면 집에 가는 팀장이었다. 강의가 있을 때는 수시로 연차 쓰고 강의하러 사라지고는 했다.


비밀로 했으면 아무도 몰랐을 텐데 "내가 이번에 강사료 얼마 받았어. 내가 쏜다" 이런 식으로 만천하에 다 소문을 내고 다니니 임원들은 그 팀장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일은 뒷전이고 자기 계발에만 신경 쓰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 팀장은 오래지 않아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왜 공개하는 것일까?


'말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입이 근질근질한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다.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임금님의 비밀을 혼자 간직하다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인정 욕구 (Recognition)' 때문이다.


자기 계발이나 재테크는 고독하고 힘든 과정이다. "나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어", "나 이만큼이나 해냈어" 이 말을 통해 나의 가치를 확인받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뻐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 긍정적인 변화를 각인시키고 싶은 것이다. 이를 '자기 효능감 (Self-efficiency)'이라고 한다.


이 자기 효능감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내가 객관적으로 잘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늘 타인의 반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비밀 유지가 중요한 이유


회사에서 자기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조직 생활의 미묘한 생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들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업무 태만으로 오해받을 소지


가장 현실적인 이유이다. 만약 업무 중에 실수를 하거나 성과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상사나 동료들은 "그거 신경 쓰느라 회사 일에 소홀한 거 아니야?" 이렇게 편견을 갖기 쉽다. 실제로 일을 열심히 했어도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사람은 한번 편견을 갖게 되면 이를 없애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편견은 쉽게 잘 없어지지 않는다. 굳이 드러내서 좋은 것이 없기에 사람들은 감추는 것이다.




2. 이직 준비로 인식함


많은 경우 자기 계발은 역량 강화와 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재테크의 경우 회사 급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회사는 참 이율배반적이다. 직원이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만간 떠날 준비를 하는구나' 이렇게 편견을 갖는다. 이는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거나 인사 고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3. 결과에 대한 주변의 과도한 관심


당신의 외도(?)가 알려진 순간부터 사람들은 당신을 감시하게 된다.


"요즘 코인으로 얼마 벌었어?"

"자격증 공부한다며, 결과는 나왔어?"

"유튜브 구독자는 몇 명이야? 이제 만 명 넘었어?"


이런 참견들은 큰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조용히 진행하면 실패해도 타격이 없지만, 알리고 실패하면 비웃음을 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인과 상관없는 일임에도 이러쿵저러쿵 험담을 자주 한다.




4. 불필요한 질투와 견제


동료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내 주변사람이 하고 있을 때 견제를 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동료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거나 보이지 않는 뒷말이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조금 전 소개드렸던 책 쓰고 강의하던 팀장이 이런 유형이다. 임원들은 자기들은 능력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외부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 팀장을 보고 엄청난 질투를 느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잡무가 나에게 자꾸 떨어지기도 한다. '쟤는 일이 없나 봐. 시간이 많으니까 저런 거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잡무를 자꾸 나에게 던지고는 한다. 영양가도 없는 일들이 막 늘어나는 것이다.




회사에서 내 비밀을 지키는 방법


회사에서 내 비밀을 오픈하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득 보다 실이 많다. 대부분 술자리 같은 사적인 모임에서 나도 모르게 내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말해놓고 '아차' 하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이고 회사에서는 소문이 날개를 달고 퍼져간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1. 일상적인 이야기로만 대화하기


내가 가진 비밀과 비슷한 주제의 대화를 하는 것도 피하자. 아예 비밀이 새어 나올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주말에 본 영화, 여름휴가 때 어디로 갈 것인지, 점심 메뉴로 뭘 먹을지 같은 가벼운 주제를 먼저 꺼내자. 책 출간을 준비하는 사람이 요즘 책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책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예 책 관련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상책이다.




2. 감정 조절과 포커페이스


비밀과 관련된 키워드가 나왔을 때 과하게 당황하거나 화제를 급히 돌리면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 내가 책을 쓰고 있는데 혹시 누가 어떻게 알고 이렇게 물어봤다고 하자.


"요즘 폰으로 무엇인가를 계속 정신없이 쓰시던데, 혹시 책이라도 쓰시는 건가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순간 숨이 막히게 된다. 이때 바로 대답하지 말자. 3초 정도 천천히 호흡한 뒤, 아주 덤덤하게 "글쎄요, 그렇게 보였나요" 혹은 "특별한 건 없어요. 요즘 카톡으로 연락이 자주 오네요" 이렇게 짧게 답하면 된다. 별일 아닌 듯이 무심한 반응이 최고의 방어다.




3. 술자리나 사적인 모임 주의하기


가장 위험한 순간은 긴장이 풀리는 회식 자리이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입에 채운 자물쇠를 자기도 모르게 열어버린다. 술기운에 "사실은 내가 책을 쓰고 있는데 지난주에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체결했어!" 이렇게 입을 떼는 순간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게 된다. 장담컨대 내일이면 부서에 소문이 쫙 퍼져 있을 것이다.


스스로 술을 마셨을 때 말 조절이 어렵다면,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일찍 자리를 뜨거나 말을 되도록이면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회사 상사나 동료는 친구가 가족 같은 사이네 어쩌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이해관계로 얽힌 사이이다. 언제든 나를 공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 내가 한 말로 인해 내일 큰 화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자.




마무리하며


삼손이나 히스기야왕은 간청에 못 이겨서, 우쭐대는 마음에 자기 비밀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 결과 삼손은 두 눈이 뽑혔고 히스기야왕은 후대에 나라가 뽑혀나가고 말았다. 비밀을 지키지 않고 입 밖에 내는 것은 이처럼 위험하다.


내 비밀은 소중한 것이다. 특히나 회사에서 다소 민감한 주제들인 자기 계발이나 재테크 이런 부분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것 가지고 뒤에서 입방아를 찧으면서 중상모략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에서 자기는 책 쓰고 강의할 능력 안되니, 그런 활동을 하는 팀장을 비웃던 임원들을 기억하자. 무능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을 공격하는 그 임원이 제일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 사실을 회사에 떠벌리고 다녀서 "나 좀 제발 공격해 주세요" 이렇게 어필한 팀장도 잘못했기는 마찬가지이다.


회사는 사랑과 정이 넘치는 공간이 아니다. 가족도 그렇지 않을 때가 많은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회사 사람들은 오죽할까? 비밀은 혼자만 알아야 간직된다. 한 사람에게라도 말하는 순간 더 이상 그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나 역시 1년 넘게 글을 쓰면서 회사 그 누구에게도 글 쓴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비슷한 주제로 대화를 한 적도 없다. 신분 노출을 막고자 얼굴이나 신상정보는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 여러 가지 곤란한 일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아직 회사에서 그 누구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비밀을 털어놓는 바람에 비극을 맞이했던 삼손이나 히스기야왕이 되지 말자. 비밀은 나만 오롯이 간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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