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양의 지식을 대하는 자세
'제임스 웹' 망원경은 우리가 아는 우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불과 40년 전까지만 해도 우주의 모습은 전적으로 지구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에 의존했다. 수많은 구름과 먼지, 온갖 곳에서 비춰오는 불빛으로 인해 사진으로는 우주를 제대로 담아내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우주 망원경을 통해 우주 사진을 찍겠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지구의 불빛이나 대기 환경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우주를 찍어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 결과 1990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나오게 되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길이가 무려 13미터이며, 렌즈 구경만 2.4미터에 달하는 매우 큰 망원경이었다. 인공위성처럼 지구 둘레를 떠다니며 안드로메다 은하, 퀘이사, 펄서, 블랙홀 등 수많은 우주 속 공간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우주의 비밀이 한겹씩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인류는 허블 망원경에 만족하지 않았다. 허블 망원경은 가시광선이 아닌 다른 빛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였기에 머나먼 우주를 관측하는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렌즈에 성에가 자주 끼다보니 수리가 많이 필요한 것도 큰 문제였다. 그래서 나사(NASA)는 성능이 개선된 다른 우주 망원경을 발사했다. 그 망원경이 바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다.
2021년에 발사된 이 망원경은 먼 우주가 쏘는 적외선을 제대로 포착하면서 성에도 끼지 않도록 섭씨 -233도를 유지하게 설계되었다. 엄청나게 차가운 우주 망원경인 셈이다. 렌즈 구경도 6.5미터로 기존 허블 망원경의 2배가 훨신 넘는다. 그만큼 우주의 흔적 하나하나를 속속들이 파악하기 더 쉬워졌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우주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우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구나 싶었던 것이다. 우주는 그저 광활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었다. 형형색색의 빛으로 가득찬 전시회장과도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사람의 눈으로는 그저 희미한 점으로만 보였던 수많은 별들이 사실은 신비로 가득차있는 걸작품이었던 것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놀라운 우주의 비밀들을 많이 밝혀내었다. 우주의 크기는 200억 광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830억 광년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블랙홀이 어떻게 생성되었다가 백색 왜성으로 소멸되는지, 별에서 강력하게 분출하는 방사선의 크기 이런 것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 지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지식들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흙 알갱이들은 과연 몇 개나 될까?', '태양계에 있는 태양과 모든 행성들의 무게는 과연 몇 그램일까?' 이런 재미있는 생각을 혹시 해본적이 있는가?
아마도 이 정도 숫자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0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붙은 숫자를 세는 단위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숫자를 세는 단위는 어디까지 존재할까? 우리는 보통 '일십백천만억조경해' 이 정도까지만 알고 있다. 사실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경 단위 이상으로 숫자를 셀 일은 거의 없다.
만(萬): 10⁴.
억(億): 만 곱하기 만
조(兆): 억의 만 배
경(京): 조의 만 배
해(垓): 경의 만 배
자(秭): 해의 만 배
양(穰): 자의 만 배
구(溝): 양의 만 배
간(澗): 구의 만 배
정(正): 간의 만 배
재(載): 정의 만 배
극(極): 재의 만 배
항하사(恒河沙):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
아승기(阿僧祇): 항하사 다음 단위
나유타(那由他): 아승기 다음 단위
불가사의(不可思議): 나유타 다음 단위
무량대수(無量大數): 불가사의 다음 단위
항하사, 아승기 이렇게 숫자 세는 단위가 갑자기 세 자 이상으로 길어지는 순간이 나타난다. 사실 이 단어들은 불교의 경전인 화엄경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화염경에서 거의 무한한 수로 표현한 수치에 대해 산스크리트어로 표기한 단어들인 것이다.
이쯤되면 머리가 아파진다. 사람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의 엄청난 단위의 숫자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숫자의 세계는 크고 넓기만 하다.
이처럼 세상의 지식은 엄청나다.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관측한 우주처럼, 기존에는 사람들이 몰랐던 것들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한다.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것들이 이 세상 속에 숨어 있기도 하다.
'황의 법칙(Hwang's Law)' 이라는 것이 있다.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과 엔디비아의 젠슨 황 회장이 2002년에 발표한 법칙으로,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가 1년 만에 2배로 증가하게 된다는 법칙이다. 그만큼 이 세상의 지식이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쌓이는 지식을 내 노력으로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지만, 지식 앞에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자기 관심사가 있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의 공항에 가서 열심히 비행기를 촬영한다. 누가 보잉747기에 대해서 물어보면 최대 적재량, 항속거리, 최대 속도 등 관련 정보가 머릿에서 줄줄이 소세지처럼 튀어 나온다. 코딩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C언어, 자바, 파이썬의 공식이 머리 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움직이는 사람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보면 이들은 수많은 방법들을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자기 관심사가 아닌 분야에는 사람들은 막히게 된다. 법에는 문외한인 사람에게 세입자가 임차기간이 끝났는데도 임대료도 주지 않으면서 도무지 나갈 생각을 안 할 때 대처방법을 전혀 모를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자기 관심사가 아닌 분야에는 지극히 약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수십년 간 용접을 한 사람은 철골만 만져봐도 어느 부분을 용접해야 하는지, 작업에는 몇 시간이 걸릴지 기가 막히게 안다.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은 지금 환자 상태가 어떤지, 시급하게 처방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어느 병원이 가장 가까운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렇듯이 사람마다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다. 내가 잘 모를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의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내가 법률을 익혀 말 안듣는 악성 세입자를 쫒아낼 지식을 배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법률가의 지식을 활용한다면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가진 지식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백지상태에서 질문을 하게 되면 당연히 이해도가 떨어진다. 법에 대해 아예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이 악성 임차인 쫓아내는 방법에 대해 법률 전문가에게 물어본다고 하자.
"일단 퇴거불응인에 대해 민법상 집행권원을 받는게 중요합니다. 이건 민사소송인 명도소송으로 가셔야 해요. 다만 주거침입죄로 고소하면 형사처벌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기에 이 부분도 고려하시면 좋습니다"
집행권원은 뭐고 명도소송은 또 뭐지? 대충 감은 오는데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이러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전문가처럼 잘 알 수는 없더라도 기본 지식은 숙지하는게 좋다. 집행권원은 법원을 통해 강제로 악성 임차인을 쫓아낼 수 있는 권한을 받는 것..이 정도 지식을 알고 물어보면 훨신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단순히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물어보게 되면 곤란하다. 막연하게 물어보면 당연히 막연한 대답이 나올 뿐이다.
"이 상황에서는 왜 인공호흡을 하면 안되고 심장 압박만 해야하나요?" 이렇게 물어보자.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다.
아까 말했던 무한 버티기 모드를 보이는 악성 세입자 관련해서는 "이런 경우 어떤 대응책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나요? 민사소송이 먼저인가요? 형사소송을 먼저 생각해야 하나요" 이렇게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좁혀서 질문해보자.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요구할 때 낮게 낮게 던지라고만 할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낮은 공으로 던지되, 투스크라이크 이후에는 150km의 강속구로 던지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는게 더 좋은 것과도 같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다 이해한 것만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 막상 다시 떠올려보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내 전문분야가 아니기에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반드시 내 언어로 이해한바를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다시 정리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을 받자.
"말씀하시기로 악성 임대인 짐을 막 내동댕이치면 오히려 재물손괴죄로 제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하셨지요. 반드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집행권원을 받아내기 위해 민사소송 제기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게 맞지요?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혹시 있을까요?"
내가 이해한 바가 과연 맞는지 이해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놓치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우리가 지구에서 바라보는 우주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이었지를 잘 보여준다. 우주는 우리가 알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크기였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찬 환상적인 곳임을 알게 된 것이다. 숫자의 세계는 무한하기만 하다. 항하사, 아승기 등 0이 끝도 없이 붙은 숫자단위들은 우리가 셀 수 있는 숫자 단위를 아득히 넘어간다. 우리 지식 밖의 숫자들인 것이다.
지식 앞에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 1년 사이에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가 2배가 된다는 사실은 곧 1년 사이에 이 세상 지식의 양이 2배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엄청난 지식 앞에 우리의 지식은 보잘것 없는 수준이다. 마치 A4 용지에 점 하나 찍어놓은게 우리 지식 수준이다.
내가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교만한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10km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땅 위의 건물들을 바라본다고 치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르즈 칼리파나 단독주택이나 높이가 다 거기서 거기이다. 이제 지식의 양이 폭발적으로 많아져서 비행기가 아니라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수준이다. 그러면 건물 따위는 보이지도 않게 된다.
결국 내가 아는 지식은 극히 적은 양이다. 이 세상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의지해야 한다. 그 지식을 잘 얻고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기본지식을 숙지한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그리고 내가 이해한 언어로 다시 정리해서 맞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의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게 집단 지성을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