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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올라오지 마

삶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들

by HASMIN

정상의 자리가 그리 넓지 않으니 파이를 키우듯 크기를 키워 올라 올 자리를 만들자고 말한다.


솔깃한 이야기다.


파이를 키울 때 필요하니 가진 게 있으면 좀 내놔 보라고도한다. 자원과 노동력을 그렇게 하나로 모은 후 오히려 손쉽게 자신들의 돈벌이에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파이를 키우는 일의 전모이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공공연한 비밀 전략이다. 이것을 전 지구적으로 해보겠다는 것이 세계화인 것이고.


영국이 과거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식민지의 자원을 하나로 모으는 일과 자신들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오르는 길을 차단하는 일이었다. 위를 향해 오르는 사다리를 걷어 치웠던 것이다. 장하준은 이러한 이야기를 그의 저서 여기저기서 쏟아 놓는다. 

그의 말처럼 시대는 바뀌었어도 방법은 동일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병리적 문제들은 단순한 이권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30대 재벌의 계열사가 2005년도에 702개였다면, 작년 말 기준 1000개를 넘어섰다 한다. 특히 10대 재벌의 경우 30대 재벌 전체 계열사의 절반 이상이 그들의 것이라 한다.

파이를 키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독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계열사들은 대부분 재벌 총수 일가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에 더 큰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구멍가게 앞에 대형마트를 세우는 일.
이 일은 이권을 다투는 일이 아니다. 비슷이라도 해야 경쟁을 해서 이권을 나눌 것 아닌가!


더욱 큰 문제는 이렇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형 마트들은 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지역 자본을 본사로 올려보내-이른바 빨대효과- 또 다른 사업의 밑천으로 사용한다. 그 돈은 또 다른 대형 마트를 만드는데 쓰여질 것이다. 유사한 방법으로 계열사들이 생겨나고 그렇게 모여진 부는 총수일가의 호주머니 돈이 되는 현실. 이것이 삶의 문제이지 이권다툼의 문제인가 이 말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무서웠던 것은 그들의 눈이었다.

그 눈을 피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차라리 차라리 보이는 것과의 투쟁이니 쉬웠다. 쉬웠다는 의미를 오해하지는 마시라. 그래서 민주화를 이루었고,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과 싸워야 한다.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보이지 않는 무엇이 <삶의 자리>를 통째로 위협하고 있다. 소위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쓰고 호시탐탐 제물 삼을 먹거리를 찾아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잘 되면, 그들이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이고 국민은 행복해질 것이라는 유아적 발상을 믿어 달라 말하는 정부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중에 의해 주어진 대표성을 값 없이 허비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신물이 나서 이렇게라도 해야지 싶은 것이다.

돈으로 법도 권력도 사들여 자신들 편한 대로 요리하는 초법적 재벌들과 우파들이 펼치는 이 놀음에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삶의 자리>를 판돈으로 거는 이 황당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옳은가 말이다.


다음은 김규항의 말이다.

지금의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나 '좌파', '우파' 같은 개념을 삶에서 떼어놓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개념을 무시하거나 모를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개념이 가리키는 현실이 내 삶에서 생략되거나 사라지진 않는다. 그 개념은 단지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간이나 뇌, 공팥처럼 붙어 있는 현실이다. <한겨레 21 2007.3.23 김규항>


Note
*장하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덧', '쾌도난마 한국 경제', '국가의 역할',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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