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함께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올까!
어머니께서 교복을 다려 주실 때마다 늘 생각해 왔었다. 저렇게 오래된 다리미가 아직까지 쓰이다니.
그런 생각이 내가 군에 다녀오고 시간이 한참이나 더 흘러 결혼 초까지 이어졌으니 참으로 긴 시간 동안 사용하신 터다. 보다 못해 아내와 의논하여 바꿔드린 후에야 그 자취를 감추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나 역시 그렇게 사용하고 있던 것이 다리미였다. 결혼 혼수로 장만한 것이니 벌써 24년을 하용하고 있는 것.
시간.
사실 어머니도 그렇게 별스럽지 않게 시간이 흘렀다 생각하셨을 거다. 아이 낳고 키우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것이고, 그것이 뭐 그리 대순가 싶으셨을 게다. TV, 냉장고, 그 밖의 가전제품들은 그 수명을 다 했지만 어머니의 다리미가 그랬듯이 내가 사용하는 다리미 역시 오랫동안 그 생명을 다하고 있는 까닭은 우연일 런지.
아무튼 우리 집 녀석들도 나처럼 그렇게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더 정이 간다. 아무런 부가적인 장치가 없는 단순한 다리미. 아마도 그래서 이리도 오랜 시간 고장 없이 버티고 있는 것 일게다.
긴 시간 조금씩 때가 타고 낡고 있지만 시간의 흔적을 일깨워 주는 물건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내는 것.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서 끝까지 그 본분을 다 하는 것.
다리미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