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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SMIN Dec 18. 2018

삼류의 장점

편안한 삶을 위한 내려놓기

어떤 일이든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면 늘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것에 대해 자가 검열을 하고 부족할 경우 스스로 폐기하거나 결과 없음에 대해 안달 나 하고 스스로의 무능함을 자책 하기까지. 최고(?)를 지향하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만만치가 않은 법이다.


글을 쓰는 일도 비슷하다.

자신이 처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듯 적으면 될 일을 좀 더 매끈하게 좀 더 멋지게 보이게 하겠다고 고치고 다듬다 보면, 어느새 처음 그 느낌은 간곳없이 미사여구만 가득한 그런 글이 되고 마니 말이다. 이 글 역시 몇 차례 고쳐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개버릇 남 못 주는 모양이다.


내겐 요즘이 불만족 자체인 그런 날들이다.

하는 일도 그렇고 , 일상도 그렇다.

매일매일의 결과가 꼭 좋을 이유는 없는 것인데, 나름의 평가에 따라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는가를 따져 묻는 습관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니 차라리 하지 않으면 좋을 몹쓸 짓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것이 지나쳐 매사기 불만이다.


소위 "일류병"이다.


오래전 한세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에서 "포트폴리오 제작과 실습"이라는 과목을 강의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들이 학기 중에 진행한 작품을 어떻게 정리하여 상대방에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수업으로 편집과 디자인, 그리고 이미지의 처리방법 등을 다루었던 수업이었다.


당시 한 학생이 문득 기억이 났다.

그 학생은 자신의 작품은 "삼류"라고 전제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스스로 삼류라니... 일류여도 부족할 판에..."


"스스로 삼류라니... 일류여도 부족할 판에..."

학생의 이야기가 꼭 그랬다. 지금 내가 하고 지금 싶은 이야기와 꼭 같았다.

아! 그래....


틀리면 좀 어때...

좀 못나면 어때...

좀 비뚜러 지면 어때...

남들과 좀 다르면 어때...

쫌...


스스로를 삼류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지 싶다.

별것도 없는 것들이 유난 떠는 일일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를 규정하고 정의해온 시간이 길면 길 수록 자신이 삼류임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 게다.  나 역시도 그러하니 말이다.


그래서, 좀 더 편안해지려면 소위 내려놓기와 삼류임을 자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거나, 오직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성찰과 같은 삶의 태도처럼 다름의 인정과 나의 나됨을 인정하는 일이 있은 후에 비로소 진정한 삼류가 주는 편안함을 즐길 수 있게 될 터이니  그저 날라리 삼류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한 삶의 태도는 있어야지 싶다.


요즘은 다양성이 부족한 시대다.

전 세계가 하나로 묶여 즉각적 반응을 경험하며 사는 세상이다. 

이러한 때에 생긴 대로, 개성대로, 나대로, 내 방법대로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선, 일류병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다. 패배자의 하소연이거나 변명 거리가 아니라 삼류여도 나는 나라고 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으면 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튀지 않도록, 모나지 않도록, 사회와 국가가 요구하는 적함합 모습을 가지도록, 길들여지고 만들어진 세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헛헛함이 뒤늦게 욕구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일류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오늘 삼류여도 좋겠다! 선언을 앞두고, 그래도 될까... 뒤 돌아보고 있는 나약한 모습을 본다. 

아! 그것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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