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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SMIN Jul 30. 2018

떠나도 될까?

이제 일터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대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장소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거에 대한 의식도 큰 변화와 도전을 겪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곧바로 업무 환경과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과거와 같이 '안정된 장소로서의 정주'를 요구하기보다는 내가 '얼마나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로 장소를 선택하는 기준도 바뀌어 가고 있다. 꼭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신의 일을 꾸려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디지털 노매드'의 시대인 것이다.


과거를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변화는 이미 있었다.


산업화의 기본은 자원의 집중이다.

이러한 특성은 자본과 노동력의 초집중을 초래하였고, 결과적으로 메가시티를 탄생시켰다. 한정된 공간에 집중된 인구와 그에 따른 각종 폐해에 대하여는 현재 우리가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일이니 말하지 않아도 될 터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도시계획적 해결책이 바로 대규모 교통망과 위성도시다. 돈벌이의 중심지인 도심을 벗어서나도 잘 갖추어진 대중교통망을 이용해 비교적 손쉽게 자신의 일터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도시의 집중을 막는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이러한 정책은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시행 초기에는 도심공동화를 불러 올 정도로 빠르게 사람들을 교외지역으로 옮겨 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렇게 만들어진 교통망은 위성(신) 도시로의 집중화에 의해 포화상태가 되었고,  이제는 다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잘 갖추어진 교통망은 일터와 거주공간을 분리시켜 도시로의 집중을 최소화를 꾀하였지만, 이것 역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각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켜, 지역 간 장거리의 이동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그것이다. 그렇게 일산, 평촌 등의 신도시들이 만들어졌고 아직도 진행형인 정책이긴 하나 이제는 신도시로의 집중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환경에 기반한 주거의 형태는 이제 커다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 장소에 가지 않아도 가능한 일들이 늘고 있고,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다면 누구와도 연결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자동차와 교통망'이라는 물리적 공간구조를 '통신과 망(네트워크)'이라는 비 물리적 기술이 대체하면서 ‘안정된 장소’로서의 거주공간 역시 그 필요성이 점차 줄거나 변모하고 있다. 


장소가 중요하던 시대에서는 심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안정된 장소 즉, 굳건한 장소가 필요했을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러한 경향은 더욱더 분명해진다. 이때, ‘안정’이 갖춰야 할 필요조건은 큰 집, 튼튼한 집이다. 반면, 장소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를 맞이하면서는 작고 가벼운 집이 세상의 요구와 더 잘 맞아떨어지는 주거의 유형이 된 것이다. 


Tiny House라는 이름의 소형 트레일러 주택, 자연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 언제든 이동하며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의 집은 고정된 집보다 더 넓고 클 수 있다.


그래서, 무겁게 사는 것보다 가볍게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터다.


요즘 각 지역에서' 한 달 살아보기'가 하나의 유행이나 현상처럼 나타나고 있다.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혹은 해외에서 한 달 살아보기와 같은 경험담이 SNS나 각종 매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것도 잘 알려진 도시지역이 아니라 조금은 한적한 곳에서의 생활들이 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 달간의 '여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삶의 연장으로 한 달간 다른 곳에서의 삶이 어떠한지,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한 달이라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살아보기'가 성공적이었다면 아마도 이후의 생활 근거지는 옮겨졌을 일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단어와 함께 디자인 트렌드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들을 좀 살피고 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1인'과 '공유'다.  

1 코노미, 협소 주택, Tiny House, 모듈러 주택, 1인 가구, 혼밥, 혼술, 초소형가전...


이러한 모든 경향은 정보화시대로 한걸음 더 다가서면서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흐름이란 생각이다. 그럼에도 큰 것, 무거운 것, 복잡한 것에서 작은 것, 가벼운 것, 단순한 것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은 아직까지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떠나도 될까?


‘그래도 좋다’가 현재 필자가 내릴 수 있는 답이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끓던 물이 수증기로 일순간 변하는 것처럼, 빈번히 출현하고 있는 이러한 경향들은 한순간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오늘도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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