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SMIN Jun 14. 2023

원형(순환) 운동과 선형운동

삶의 자세와 태도의 변화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우리의 인생은 두 가지 운동으로 상징될 수 있다. 원형 운동과 선형 운동. 원형 운동은 끝이 닫힌 반복적인 궤적을 그리며, 선형 운동은 끝이 열려 있는 방향성을 가진 흐름을 나타낸다. 이 두 가지 운동은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그 운동을 이끄는 '힘'의 원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 


원형 운동은 중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원심력에 의해 유지된다.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동시에 그 중심으로부터 결코 완전히 탈출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이 원심력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상징할 수 있다. 자신을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자아를 강화하려는 힘이 작용하면서, 우리는 타인이나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점점 멀어진다. 이 원심력이 강해질수록 우리는 자신을 더욱 견고한 궤도 안에 가두게 되고, 결국 변화나 탈출의 가능성은 희미해진다.

 

돈은 원형 운동의 대표적인 예다. 돈은 축적될수록 더 큰 원심력을 발휘하며, 사람은 그 중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돈의 힘은 집중과 축적을 요구하며, 더 많이 모을수록 더 큰 속도로 그 궤도를 돌게 된다. 하지만 그 궤도는 외형적으로 커 보일지언정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자기 자신 안에 갇힌 고리일 뿐이다. 돈이 만들어내는 착각은, 그것이 우리의 삶에 가치를 더해주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의 변화를 이루지 못한 채 껍데기만을 강화할 뿐이다. 우리는 그 원심력 속에서 점점 더 빠르게 돌지만, 결코 그 고리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다. 

치매와 같은 정신적 상태 또한 원형 운동의 한 형태로 설명될 수 있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환자는 목적 없는 움직임을 반복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 원을 그린다. 이때의 원심력은 목적을 상실한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육체는 점점 더 그 원의 궤도 속에서 방황하며, 정신은 점차 희미해진다. 결국, 이 원형의 순환 속에서 환자는 스스로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나 외부와의 소통은 점점 단절된다. 


목적 없는 육체, 끝없는 축적, 그리고 자신에게만 집착하는 삶. 이것들은 모두 원형 운동의 속성을 드러내며, 그 중심에 있는 원심력은 개인의 욕망과 집착이다. 이 힘은 계속해서 우리를 한정된 궤도 안에 가두고,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차단한다. 감옥도 원형 운동의 구조를 따른다. 감옥의 구조는 탈출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그 안에서의 삶은 단조롭게 반복될 뿐이다. 긴장과 감시로 가득한 원형의 삶은 빠르게 돌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변화나 발전이 없다. 오히려 그 원심력이 강화될수록 우리는 그 고리 안에 더욱 갇히게 된다. 


도박과 마약 중독 역시 원심력의 영향 아래에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오직 하나의 욕망에 사로잡히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 원심력은 욕망과 중독의 힘으로 작용하여, 우리를 끝없는 순환 안에 가둬버린다. 욕망에만 몰두한 삶은 점차 영혼을 잃어버리고, 육체만이 원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상태로 남게 된다. 


반면, 선형 운동은 그 시작과 끝이 명확하며, 이는 중심이 없는 운동이다. 선형 운동을 이끄는 힘은 방향성을 가진다. 즉,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추진력이 선형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 추진력은 단순히 직선적인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형 운동은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그 과정에서 다른 선형 운동들과 만날 수도 있고 서로 얽힐 수도 있다. 이러한 만남과 관계 형성은 선형 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타자와 관계를 맺고, 서로 도우며,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간다. 


선형 운동의 추진력은 나를 넘어선 외부의 힘이다. 그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힘이다. 이러한 힘은 때로는 나를 능동적으로 이끌고, 때로는 외부에서 나를 밀어내며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선형 운동은 정해진 궤도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길과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삶의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원형 운동의 끝없는 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원심력의 속박을 의식적으로 벗어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윗의 돌팔매가 원형운동의 원심력을 끊어낸 후 선형운동의 추진력을 이용해 목표를 향해 나아갔듯이, 우리는 그 궤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찾아야 한다. 이 결단은 원심력을 끊고, 더 이상 고립된 궤도를 돌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나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만약 탐욕과 물질적 축적, 세상의 권위가 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면, 나는 그 원심력에 의해 끊임없이 원형 운동 속에 갇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마치 판옵티콘과 같다. 우리는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며, 그 속에서 자유를 잃고 고립된 궤도를 돈다. 하지만 이 원형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있다.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으며, 그 끝을 인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우리의 삶을 선형 운동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이다. 


끝이 있다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선형 운동의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 자유는 단순히 외적인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중심에서 벗어나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이라는 씨앗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