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추리우먼 Apr 06. 2022

신랑님 감사합니다.

느낌 있는 일상

신랑님 감사합니다.


직장 생활하는 마누라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 먹을 반찬을 만들어 주고, 냉장고가 비지 않게 달걀과 치즈, 돼지갈비나 돈가스 등 식재료를 채워주어 감사합니다. 가끔 신랑님이 돼지고기나 꽁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얼큰하게 끓여주고, 무를 넣고 고등어조림을 만들어 주면 막내는 커다란 냉면 그릇에 밥을 담고 김치찌개 담고 고등어조림을 가시만 싹 발라서 담아 방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며 맛있게 먹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냄새를 잘 맡는 큰애는 느지막이 일어나 주방에 와서 뭐 먹을 게 있는지 스캔하고 마땅히 없으면 냉장고를 열어 돼지갈비나 돈가스를 꺼내 프라이팬에 익혀서 소스를 뿌려 접시에 담고 밥을 퍼서 식탁에 앉아 유튜브를 보며 천천히 맛있게 먹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신혼 때는 신랑이 주말에 비빔국수, 잔치국수, 칼국수나 냉면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 주길래 면 요리의 달인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모든 요리의 달인이라 감사합니다. 스파게티도 기가 막히게 면을 삶아 토마토소스와 버섯 피망을 넣어 만들어 주고 스테이크 고기를 꺼내 토치를 사용해서 앞뒤로 고소하게 구워서 접시에 플레이팅을 해주면 아이들이 좋아하며 먹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달걀을 다섯 개 정도 풀어서 우유를 살짝 넣고 사각 프라이팬을 달구어서 계란말이를 해주면 그 두께가 여느 맛집에 버금가는 크기와 맛을 보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화요일이면 아파트 장이 들어서고 생선가게 사장님이 형님 형님 하면 신랑은 마지못해 싱싱한 오징어를 사고, 채소 가게에서 청양고추와 무를 사 와서 두었다가 어느 날 저녁 냉동실에 넣었던 오징어를 꺼내 무를 착착 썰어 넣고, 오징어 뭇국을 끓여 주면 시원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뚝딱 먹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신랑이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내고 어묵을 구불구불 꼬치에 꽂아 어묵국을 끓여주면 막내는 꼬치째 들고 들어가 떡볶이와 같이 먹고 나는 식탁에서 국물을 뜨끈하게 데워 먹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신랑이 아침마다 연습장에 가서 땀 흘리며 연습을 하고 나서 지인들과 커피라도 한잔하면 형님한테서 마늘 냄새가 난다며 한 마디씩 해도 개의치 않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밥을 해 놓고 찬밥은 바로 누룽지를 만들어서 한두 번 접어 그릇에 담아 놓으면 신랑님은 언제든지 누룽지 밥을 끓여 먹어서 감사합니다. 직장 일로 일주일 혹은 열흘 이상 장기 출장을 나가더라도 신랑은 내가 있을 때보다 더 맛있게 끼니를 챙겨 주어서 감사합니다.


신랑님 덕분에 더 들어가야 할 내 뱃살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어도 전혀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게 해 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