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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14. 2022

내 편이 생기다.

느낌 있는 일상


편을 가르면 불편해진다. 집에서도 엄마 편 혹은 아빠 편이 생기면 자식들도 갈라진다. 조직에서도 팀원들끼리 서로 편이 갈라지면 팀 운영이 어려워진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셋만 모이면 편을 갈라서 2대 1로 갈라진다.


대학 졸업반 여름 방학 때 몰려다니던 친구 다섯이 남도 충무로 졸업여행을 갔다. 통일호 기차를 타고 밤새 부산으로 내려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충무로 갔다. 부산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렸고 충무행 시외버스 시간이 남아서 태종대를 돌았는데, 두 명씩 우산을 나누어 쓰고 난 혼자 모자를 썼다. 충무로 가는 버스를 탈 때도 두 명씩 앉고 나만 혼자가 되었다. 충무에 가서 숙소를 잡고 장을 보러 나갔다. 회비관리를 내가 했는데 친구들이 먹고 싶어 하는 걸 다 사주진 못했다. 나중에 돈이 모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2명씩 짝을 지어 편을 갈라서 놀았고 난 외톨이가 되었다. 내가 돈을 너무 안 쓴다고 불만이었다. 다음날 충무에서 배를 타고 한산도에 갔다가 와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해저터널 구경하고 그다음 날 아침 진주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돌아왔다. 회비 남은 돈으로 학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친구들은 남자 친구 전화를 받더니 모두 사라졌다.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드디어 나도 스물아홉 가을에 결혼했다. 내 편이 생긴 거다. 부모님 말고 친구 말고 내 편, 내 남편이 생겼다. 손잡고 영화도 보러 가고 식당에서 밥도 먹고 퇴근할 때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가고 같이 들어오는 내 편이 생겼다. 이제 난 친구들 때문에 서운할 일도 없다. 나도 내 편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커서 스무 살이 넘으니 남의 편이 돼가고 있다. 그래도 난 내 남편이 있어 걱정이 없다. 아이들이 친구들 따라 늦게 들어와도 어디 놀러 가도 괜찮다. 난 내 남편과 같이 연습장 가고 스크린도 한판 치고 식당 가서 밥 먹고 집에 와서 간식 먹는다.


간혹 신랑이 늦거나 내가 늦어도 괜찮다. 기다려주는 내 편이 있어서 행복하다. 나이를 먹으니 내 남편은 동지가 되어간다. 고락을 함께 해서 그런 거겠지.


내 편, 내 남편과 남은 세월도 즐겁게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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