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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13. 2022

희망을 주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느낌 있는 일상


에바 알머슨의 작품은 주름살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가 제일 눈에 들어온다. 발그레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행복한 얼굴에서 풍겨 나오는 아름다운 향기가 전해진다. 단순한 실루엣에 담긴 꽃들의 향연이다. 이 세상 정원에 핀 꽃들을 다 모아서 그려 넣었다. 파란 꽃, 노랑꽃, 붉은 꽃, 크고 작은 꽃이 다 모여있다. 은은한 배경에도 온통 꽃이다. 의상도 꽃이다.


요즘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에 가면 튤립, 제비꽃, 매화꽃, 벚꽃, 산수유꽃, 동백꽃 등 어여쁜 꽃들을 만나게 된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환해진다. 꽃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제, 그제 내린 비로 꽃잎이 많이 떨어졌다. 꽃잎이 있던 자리에 연두색 새순들이 자란다. 화단에 초록빛이 늘어난다. 나뭇잎들이 싱그럽다.


봄비는 고맙다. 꽃을 잎으로 변신시킨다. 땅속으로 수분이 들어가고 갈증을 해소해준다. 움직이는 생명이 자양분을 먹고 꿈틀거린다. 어릴 적 개미구멍을 발견하면 속을 파 보고 싶었다. 개미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난 땅속에 개미 동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했다. 진짜로 여왕개미 방이 있는지, 진짜로 개미 알이 있는지, 먹을 걸 지고 가는 개미들이 동굴로 들어가면 진짜로 식량을 쌓아두는 창고가 있는지 궁금했다. 나뭇가지를 개미구멍에 넣으면 구멍은 메워지고 무너졌다. 아무리 속을 보려 해도 볼 수가 없었다.


<summer trio> 이지송 작가님


작년 여름휴가철에 난생처음 나도 그림을 샀다. 개항로에 있는 갤러리에서 구경을 하다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벽에 걸린 그림이 딱 내 눈에 들어왔다. 작품 이름은 <summer trio> 세 명의 중년 여성들이 수영복을 입고 윈드서핑 장비를 챙겨 수영장으로 가는 모습이다. 중년 여성의 모습답게 배도 나오고 다리에 힘줄이 보인다. 난 그 작품을 보자마자 맘에 들었다. 나이를 떠나서 하고 싶은 건 당당하게 하고 살자는 여성들의 멋진 모습에 반했다.


“배가 좀 나오면 어떤가, 다리에 힘줄이 있으면 어떤가,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의 길을 가련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의 미래의 모습을 보는 듯했고, 현재와 마찬가지로 당당하고 멋진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다. 작품을 만든 이지송 작가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부담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색깔을 잊지 않은 상태로 인생을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해주었다. 난 당장 이지송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림을 산 돈은 가계부를 적어서 남긴 생활비를 저축한 돈이다. 갤러리 여사장님은 작품이 팔렸다며 좋아했고, 작가님도 본인의 작품이 좋은 분을 만났다며 좋아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꽃은 아름다움의 대명사다. 꽃길, 꽃밭, 꽃다발,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은 멋진 작품이다. 에바 알머슨은 이 세상이 온통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주름 하나 없는 뽀얀 피부가 정말 부럽고 맘에 든다. 아름다운 계절에 더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했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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