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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26. 2022

잘하고 있고 잘할 것이다!

큰딸과 작은 딸


우리 집 보물 1호인 큰딸이 지난 2월에 졸업했다. 학교에서는 코로나로 공식적인 행사는 없었다. 다만 큰애는 친구들끼리 졸업사진을 찍는다며 1박 2일로 친구도 만나고 학교에서 사진도 찍고 왔다. 그럼 엄마 아빠와 기념사진은 어떻게 찍지? 졸업식하고 나면 고깃집에 가서 밥 먹어야 하는데 그런 건 언제 하지? 생각 끝에 난 기념 케이크를 만들어서 우리끼리 졸업 기념식을 하기로 했다. 미리 주문해서 케이크를 받았다. 케이크 디자인을 잘하는 집인데 사진을 몇 장 보내달라고 한다. 난 큰애한테 받은 졸업사진을 골라서 보냈다. 학사복을 입고 학사모를 들고 있는 사진인데 난 거기다가 내가 선물한 꽃다발을 넣어서 디자인해 달라고 했다.


 


드디어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난 퇴근 후에 부랴부랴 택시 타고 케이크 집에 가서 찾아왔다. 저녁에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뭐가 그리 바쁜지 큰애는 10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우린 촛불을 켜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불렀다.


 


‘졸업 축하합니다. 졸업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큰애의 졸업 축하합니다.’ 짝짝짝 우리 가족은 박수를 치고 큰애는 촛불을 껐다. 아이들은 케이크가 너무 아까워서 먹을 수가 없다며 얼굴과 옷을 피해서 조각을 내어 먹었다. 신랑은 그저 구경하면서 웃는다. 이쁜 큰딸 노래를 하는 신랑은 아이들이 그냥 사랑스러운가 보다.


 


큰애를 낳고 키우는 20년 동안 나와 신랑은 어른이 되었다. 큰애가 백일이 지난 뒤 어느 여름밤에 젖병 소독하다가 내가 잠이 들어 냄비 안에 있던 젖병을 다 태워 먹었다. 매캐한 연기가 주방 가득 차서 신랑과 아이는 문밖에 처마 밑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지금도 신랑은 가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죽을 뻔했다고 엄살을 떤다. 난 한번 잠이 들면 곤히 자기 때문에 깨어나질 못한다. 큰애는 생일이 빨라 7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몇 살이냐고 물으면 큰애는 생일이 빨라서 7살에 학교 들어갔다는 말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말했다. 키도 미달, 체중도 미달이었던 큰애는 고학년이 되면서 조금 살이 붙었다.


 


미술을 좋아했고 만들기를 잘했던 큰애는 미술학원 선생님이나 방과 후 교실 선생님이 미대 보내라고 할 정도였다. 큰애는 절대로 샘플처럼 만들지 않았다. 색감이나 디자인을 독창적으로 만들었다. 고3이 되어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했고 대학은 디자인을 전공했다. 2학년 때 터키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유럽 문화를 접했다. 지금은 졸업해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님은 아이가 자라면 언제 제 밥벌이를 하나 걱정을 한다. 나도 남의 집 자녀들이 취직했다는 말이 부럽게 들리는 나이가 되었다. 무엇을 하든지 긴긴 인생에 하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게 밥벌이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큰애나 작은애나 모두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니 더욱더 독립적인 삶을 개척해야 한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신랑과 나는 아이들의 멋진 미래를 힘껏 응원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었다. 어릴 적 공원에서 그네를 밀던 손으로 이제는 아이들의 등을 토닥인다. 잘하고 있고 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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