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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ul 13. 2022

어떤 호소의 말들(최은숙, 창비)

지하철에서 읽는 책

"조사관님, 조사관님의 손이 계속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손 내밀어주셨을 때처럼요."(142쪽)


해외 민간단체 성희롱 사건을 마무리한 뒤 피해 여성으로부터 가죽장갑을 선물로 받았다는 그녀의 직업은 인권조사관이다.


그녀를 알게 된 시작은 숭례문학당 감성 에세이반에서였다. 초보 글쟁이들이 모여 리더의 화두에 맞추어 글쓰기를 하고 일주일에 한 편씩 코칭을 받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제목에 있는 것 같다. 감성을 두드리는 제목에서 사람들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안도하며 글을 쓸 수 있다.


함께 여러 달 글쓰기를 한 동무들이 한 번은 서울역에서 만났다. 선생님과 글쓰기 제자들이 올망졸망 모였다. 나이를 떠나서 제자들은 서로 공감하고 위로했다. 따뜻한 시간을 보낸 뒤 네 명은 에방레터라는 글동무 모임을 만들었다.


글동무들은 가끔 만나 남산 산책 후 신당동 떡볶이를 먹었고 가까운 곳으로 기차 여행도 했다. 만나면 늘 글쓰기와 책 이야기를 했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인 모임은 다채로운 삶의 무늬를 수놓은 조각보 같았다.


내가 먼저 작년에 책을 냈고 이번에는 글동무가 두 번째로 출간했다. 작년에 브런치 북 대상을 받아 우리를 놀라게 했던 바로 그 책이 제목을 달리하여 새롭게 출시되었다.


멋지지 않은가? 20년 넘게 인권조사관으로 일하며 마주한 사건 그 너머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크한 미소와 담대한 표정은 늘 그 모습 그대로다.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여주는 모임도 소중하다. 긴긴 퇴고를 마치고 이제 한 시름 놓았을 멋진 여성 최은숙 작가님께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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