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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un 27. 2022

단편소설 써보실래요? 동네책방에서 낭독하기

느낌있는 일상


작년 봄 개항로에 새로 문을 연 동네 책방이 있다. 개항로가 어디냐고? 차이나타운에서 중구청으로 난 길이다. 인천의 역사 문화를 알 수 있는 곳. 동인천역에서 내려 자유공원으로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중구청이 있고 중구청 바로 앞길이 개항로다.


오래된 목조건축이 일본식 중국식으로 지어져 있고 중구청을 포함하여 주변은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 그 앞에 생긴 동네책방이 <문학 소매점>이다. 소매점이라니, 담배가게를 소매점이라 불렀는데 책방도 소매점이 있다.


난 작년 봄 주변의 소개로 책방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주인장은 조용한 남자다. 오직 한국문학만을 취급하는 곳으로 개성을 살렸다. 이전에 분식집을 했던 위치라 주방도 있다. 분식집이 책방으로 변신한 것처럼 주인장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화요 묵독 모임, 단골손님 추천 책 코너인 일명 문학 중매점, 동네 책 배달 서비스, 애송시 녹음파일 들려주기 등등


이번에 새롭게 만든 이벤트는 <단편소설> 낭독회다. 자작 소설을 자신이 낭독하고 쓰게 된 계기나 배경을 말해준다. 참여자들과 몰래 온 손님은 다 듣고 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인스타에 공지가 떴을 때 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무엇보다 몰래 온 손님이 너무 궁금했다.


마감 일주일 전부터 '뭐라도 빨리 써야 되는데' 하며 난 초조해졌다. 우선 초고를 써야 퇴고를 할 수 있다. 무얼 쓸까 고민하다가 작년에 쓴 에세이 중 한 꼭지를 빌려 분량을 늘려보기로 했다. 목소리가 큰 여자 이야기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초안은 잡았는데 문제는 분량을 늘리는 거였다. 난 보통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글만 써보았기 때문에 양을 늘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3장을 써야 한다는데 줄이는 건 쉽지만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드디어 마감날이 되었다. 날짜를 지켜주어야 편집해서 인쇄를 한다고 한다.

퇴근 후 집 근처 카페에 앉아 퇴고를 한다. 끄응 분량을 늘려라. 두 시간이 지나 겨우 마감하고 이메일을 보냈다.


금요일이 되었다. 퇴근시간을 기다렸다가 지하철을 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몰래 온 손님은 누구일까? 시장에 들러 꽈배기를 사고 카페에 들러 시원한 미숫가루를 챙겨 책방으로 들어갔다.


점장님은 벌써 테이블 세팅을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인 잔에 맥주잔에 간식까지 잠깐 내가 술 모임에 온 건 아니지? 묵독 모임 할 때도 와인이나 맥주는 마셨더랬다.


놀라운 건 점장님이 직접 제본해서 만든 책 표지다. 자투리 천이나 포장지를 이용해서 직접 풀칠을 해서 만든 세상 단 한 권뿐인 책이다. 어떤 걸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운데 문학 소매점 띠지가 붙은 책을 골랐다.


시간이 되니 소설을 쓴 작가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와인을 따르고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소설 낭독이 시작되었다. 각자 가져온 소소한 간식들이 보태졌다. 한 명 한 명 낭독이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와 탄성이 터졌다. 어떻게 그런 소재를 생각해 낼 수 있지?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가 있지? 팔인팔색이었다. 점장님을 포함하여 여덟 명이 쓴 다채로운 소설을 모두 낭독하니 시간은 어느새 시간이 10시가 지났다. 몰래 온 손님도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기에 뒷정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책방을 나왔다.


소설은 허구라지만 결코 허구일 수만은 없다. 작가님들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을 돌아본다. 어느 인생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기획하고 준비해 준 점장님의 노고에 감사하며 소설 쓰기를 더 해보겠노라 조심스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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