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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5. 2021

오랜만의 전화

25년차 직장인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15년 전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할 때 사귄 친구인데 그 당시 학부모회장 엄마라서 자주 만나다가 나이가 동갑이라 친구가 되었다. 전화 용건은 팝페라 가수로 활동 중인 큰아들이 소속사에서 독립했고 스스로 공연 섭외를 해야 하니 주변에 아는 곳이 있으면 소개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근무할 때 그 친구와 우리 아이들은 학교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같이 다녔고, 피아노 학원 원장님 자녀들도 같은 또래라 세 집 아이들은 잘 어울렸다. 우리 큰애는 1학년에 입학했고 막내는 근처 미술학원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는데 미술학원 원장님은 우리 큰애에게 꼭 미술을 전공하게 하라고 권했다. 큰애와 막내는 미술학원이 끝나면 피아노 학원으로 갔다. 피아노 학원은 아이들 사교육의 종점이자 놀이터였다. 내가 사정이 생기면 아이들은 건물 3층에 있는 원장님 집에서 놀았고 원장님은 인심 좋게 간식도 잘 챙겨주었다.   

  

세월은 흘러 그 친구의 큰아들은 성악을 전공했고 둘째 아들은 작곡을 공부한다. 피아노 학원 원장님 아들은 플루트를, 딸은 첼로를 전공하고, 우리 아이 둘은 디자인을 전공한다. 예체능을 공부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뭔가 큰일을 할 거 같지 않냐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하기도 했다. 성악을 전공한 친구의 큰아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에 팝페라 가수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얼마나 대견한지 방송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치 내 아이가 나가는 것처럼 기쁘고 설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각종 공연이나 행사가 취소되었고, 겨우 하더라도 유튜브로 한다. 나는 우선 공연을 담당하는 기관에 아는 인맥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잘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기왕이면 지역 출신 청년을 육성하는 것이 지역의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봐 달라고 했다.      


반듯하게 잘 자라준 친구 아들이 고맙다. 앞으로 잘 커서 내 친구도 연예인 부모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좋겠다. 우리가 이제 무얼 바라겠는가. 자식들이 원하는 일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은 아이들 어릴 때가 그립다.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 때가 좋았다고 하더니만, 큰애는 졸업해서 무얼 해야 하나 달력 빼곡히 일정을 적어 실천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재수하는 막내도 곧 수능인데 시험 잘 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기도한다.      


멀리 떠나는 자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눈물 훔치는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되더라도 아이들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잘살기를 바란다.      


이제 친구와 나는 따뜻한 카페에서 차 한잔하면서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는 행복한 노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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