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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5. 2021

일의 기쁨과 슬픔

25년차 직장인

 

저는 25년 차 직장인입니다.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 둘 키우며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제 자식들이 보통 사람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한 먹고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합니다.      

20대 말에 입사한 저의 직업은 교육행정 공무원입니다. 저는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은 아니다’를 일의 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학교 재정과 시설 전반을 관리합니다.      


제 일의 기쁨은 제가 태어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가 태어난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근무하는 고등학교는 저의 큰오빠가 1회로 졸업한 학교입니다. 큰오빠는 이 학교로 배정받았을 때 속상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통 있는 학교로 가고 싶었는데 고교 평준화 제도가 시행되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오빠의 모교라 그런지 저는 이 학교에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되었습니다. 외부 조경을 잘 가꾸고 노후 시설을 보수하고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어 제가 노력한 만큼 학교가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일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 7급 때 민원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절친이셨던 미술학원 원장님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서 저는 친정엄마가 생각이 나서, 그분은 절친이었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나서 서로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민원 업무를 마치고 저는 문 앞까지 엄마의 절친을 배웅해드렸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제 일의 슬픔은 크고 작은 일로 구성원 간에 갈등이 생길 때입니다. 교직원의 다수는 교사이고 행정직원, 회계직원들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인원이 많으면 목소리가 커집니다. 합리적으로 일을 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부서 경계가 모호한 업무를 처리할 때는 갈등이 고개를 듭니다. 교무실에서는 행정실 일이라고 하고 행정실에서는 교무실에서 해야 한다고 버팁니다. 갈등이 커지면 교장실에서 교통정리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교장 선생님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단을 하게 되면 갈등은 더 커지고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 간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조율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유대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때로는 직원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 해주어야 합니다. 일의 완급과 선후 관계를 잘 살펴보아야 하므로 눈치가 빨라야 하고 공기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미묘한 줄다리기를 할 때 느끼는 스릴을 즐깁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즐기고 사랑합니다. 제 일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하는 일의 슬픔은 줄이고 일의 기쁨을 늘릴 수 있도록 오늘도 저는 신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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