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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5. 2021

나에게는 힘든 일, 어려운 일, 짜증 나는 일

25년차 직장인

그런 일은 거의 없다.     

평소 나의 근무지에서 가장 예민하게 처리하는 건 내부 민원이다. 교직원이나 학생, 학부모의 민원은 시급하게 처리한다. 학교는 잔잔한 호수와 같아야 한다. 수업 환경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어느 교실에 형광등이 고장 났다거나,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거나, 유리창이 깨졌다거나, 전화기가 지지직거린다거나 아무튼 뭔가 정상이 아닐 때 난 즉시 해결하기를 원한다.     


내가 제일 짜증 나는 일은 직원들이 수리 요청 전화를 받고 즉시 처리하지 않을 때다. 또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데도 업체를 부르지 않고 망설이는 경우다. 내가 못 하겠으면 빨리 전문가를 불러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해야 하는데, 시간을 지체하여 적기를 놓치면 낭패다.      


학교 행정실은 곡간이자 사랑방이자 신속한 수리센터가 되어야 한다. 난 주요 연락처를 모두 핸드폰에 저장해둔다. 내 핸드폰에는 거의 1천 개의 번호가 있다. 무얼 하거나 물어볼 때 언제 수첩 뒤지고, 언제 명함집 넘겨서 일을 할 수 있나, 시간은 금이다. 식당에 예약 좀 하라 하면 인터넷 뒤져서 언제 전화를 거냔 말인가? 난 한 번이라도 간 식당은 모두 저장한다.     


‘빨리’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빨리, 빨리, 빨리 …

시간을 지체하면 답답증이 올라온다. 외부 전화는 벨이 두 번 이상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한다.      

"감사합니다, 00 학교 행정실 0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엄마는 '이중인격자'라고 언젠가 막내가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평소에는 내가 걸걸한 말을 쓰다가 전화만 받으면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한다. 가끔은 핸드폰을 들고 9번을 누르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외부로 전화를 걸 때 9번을 누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행정실에 들어오면 일단 앉아야 하고 차를 마셔야 한다. 업체 관계자이건 학부모건 선생님이건 앉아서 뭔가를 마셔야 일을 도와준다. 냉장고에는 음료가 항상 있다. 커피 마시고 왔다고 하면 음료를 제공한다.      


짜증 내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점검하고 예방하는 게 상책이다. 직원들은 내 마음을 알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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