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추리우먼 Nov 25. 2021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25년차 직장인

매년 2월은 새 학기 준비와 교원 인사발령으로 학교가 정신이 없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니 학급수는 줄고 덩달아 교직원 수도 줄어든다. 안타까운 건 직원 수가 줄어도 업무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조직이 운영되려면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고 행정이 복잡해지면서 일은 점점 늘어난다. 이로 인해 교직원 간 업무 핑퐁이 많고 갈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새로 오는 교직원들은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쁠 것이고 3월에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것이기에 다가오는 봄이 반갑지만은 않다. 보통 교원들은 한 학교에서 5년간 근무하는데 직원들 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해를 잘 보내야 한다.     


난 행정직이라 직렬이 다르므로 독립적인 위치에 있지만, 교원들에게 교감 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분들은 교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급여 작업을 하던 직원이 특정 교직원의 초과근무 내역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직원은 겨울방학인 1월에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빠짐없이 4시간씩 초과근무를 한 거다. 더군다나 주중에는 방학이라 출근도 하지 않았는데 주말에 꼬박 나와서 일할만큼 바쁜 업무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제일 바쁜 부장도 그렇게는 안 하는데, 어쩌면 단 10분도 틀리지 않게 4시간을 정확히 근무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말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4시간만 인정해주니 딱 그 시간만큼만 초과근무를 한 거다.     

 

교장실에 들어가서 상황 보고를 했더니 교장 선생님도 깜짝 놀라시며 교감 선생님과 의논하겠다고 하신다. 직원이 일이 바쁘면 남아서 일을 해야 하고, 당연히 수고한 대가로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남아서 하는 일은 정당한 업무추진이어야 한다. 일이 많아 주말에 출근해서 초과근무를 달고, 운동해야 한다며 학교를 돌고 있으면 어쩌란 말인가. 결국, 방학 중 주말에 나와서 초과 근무한 시간은 수당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공직자는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어야 한다.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어야 바로 설 수 있다. 난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이 있기에 학교가 존재한다. 그 학교를 잘 관리해서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요즘 행정은 전산화가 되어서 내가 자리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다. 낡은 시설을 고치려면 돈이 필요하니 예산 확보를 위해 뛰어다녀야 한다. 구청으로 교육청으로 끊임없이 요청하고 보고하고 설득해야 한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 요인은 제거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이루고 싶은 나의 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