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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Feb 28. 2023

사람을 구합니다!

25년 차 직장인


지난 2월 초 각급학교로 조리실무사 인력 배치 인원을 알려주고 정원대비 부족한 인력은 기간제 직원을 채용하라고 안내했다. 


신규 발령받은 조리실무사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학교가 힘들다고 소문났다는 이유로 임용을 포기했다. 학교마다 인력을 구하느라 전화통에 불이 다. 작년 가을 신규 채용공고를 냈을 때도 100여 명이 미달이었다. 게다가 신규자들까지 포기를 하니 학교 급식실 현장은 더욱 구인난이 심각해졌다.


 


노조에서는 용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다그쳤다. 안되면 용역회사에서라도 인력을 송출할 수 있게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급식 메뉴도 대체식이나 간편식을 제공할 수 있게 공문을 시행하라고 난리를 부렸다.  국장님 면담까지 해가면서 압박을 가했다. 결국 우리 팀에서 공문을 시행했다. 안정적인 신학기 학교급식 운영을 위하여 필요시 오븐을 활용하여 조리법을 간소화할 수 있다고 문서를 시행했다.


 


다음 날 아침 노조 간부가 사무실로 전화했다. 이 정도 문구로는 현장에서 말을 듣지 않으니 더 강력한 문안을 작성해서 내보내 달란다. 나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대체식을 할 수 있다는 지침은 없으며 상급기관에서 시행한 문서에도 오븐을 활용하여 조리 시간 단축하라는 내용만 있다고 응수했다. 노조 간부는 결원 대체인력 채용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는 내용도 추가하라고 한다. 그 부분은 담당팀에서 추진할 사항으로 이미 그 부서에 전달했다고 했다. 노조 간부는 일단 알겠다며 학교별 결원현황을 달라고 한다.


 


지난주 결원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체 조리원 배정 인원 중 결원율은 3% 이하다. 하루 지난 오늘 오후 결원율은 조금 더 줄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관내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중 3명이 결원인데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공문을 시행했는데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화를 내셨다. 지역 담당 부서에서도 학교에 방문하여 교장 선생님을 뵙고 상황 설명을 하고 인력을 구하느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장 선생님은 가정통신문을 보내서 교육청에서 인력 결원으로 정상 급식이 어려우며 교육청 담당 부서와 연락처를 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전화를 끊고 지원청 담당과 통화를 했다. 어제 교장실에서도 큰소리를 내셨다며 교육청에서 답을 내놓으라고 했단다. 지원청에서도 사람을 구하고 있으며 최근 2년 이내 퇴직자 명단을 달라고 하길래 얼른 자료를 구해주었다.


 


조리실무사 구인난이 심각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요즘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작년부터 조리실 근로자들이 폐암 의심 환자가 늘었다고 하니 조리실 근로를 더 꺼린다.  환기시설 보수나 노후 급식기구 교체를 통해서 조리실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당장 모든 학교 조리실이 개선되긴 어렵지만,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군부대 조리실도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조리용 로봇’을 도입하거나 ‘센트럴 키친’을 확대하여 반 조리제품을 급식실에 보급하는 등 인력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제는 급식실 환경에 변화가 올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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