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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Feb 06. 2023

커튼콜은 사양할게요.(김유담장편소설)

지하철에서 읽는 책




연극이 끝나면 무대는 사라지지만 배우는 부산하게 움직인다. 연희와 장미는 대학 연극반에서 활동하는 친구였다. 졸업 후 연희는 출판사에 취업했고 장미는 연극배우로 남았다. 우선 취업하고 나중에 연극을 하겠다는 연희의 말에 장미는 버럭 한다.


 


출판사 신입사원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서툴렀다. 팀장이나 대리가 시키는 일에 본인 일까지 야근하는 날이 많았다. 일은 힘들어도 월급이 나왔기에 연희는 참고 다녔다. 워커홀릭 팀장에게 깨지기도 많이 깨졌지만 일도 많이 배웠다.


 


“근데 너 그거 알아? 용기도 큰 재능이라는 거. 용기라는 게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 있는데, 그게 없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되더라고. 남들 다 가는 길 포기하고 자기 꿈 선택하는 거 절대로 쉬운 거 아니야.”(73쪽)


 


장미는 연극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땄다며 돈을 빌려달라 했지만, 연희는 돈이 없다고 했다. 극단 주연배우가 미투 사건에 연루되어 연극은 무산되고 장미는 갈 곳이 없었다. 어느 늦은 밤에 걸려 온 장미의 전화는 연희가 받은 마지막 통화였다. 연극에 대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통화하다 전화를 끊었는데, 며칠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장미는 소주에 수면제를 먹고 죽어 있었고, 집안에는 쌀 한 톨, 라면 한 개조차 없었다고 한다. 언덕 위 작은 옥탑방에서 청테이프로 외풍을 막은 방에서 장미는 싸늘하게 식어 갔다. 연희는 피곤하다며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던 말도, 돈 빌려달라 했을 때 거절했던 자신이 너무 후회되었다.


 


회사에서 소속팀이 해체되었지만, 연희는 다른 팀에 합류하여 계속 야근한다. 조직에서 일개 직원은 구성원의 일부다. 구성원은 조직이 움직이는 곳에서 필요한 일을 할 뿐이다. 연희는 평소대로 야근하고 일에 허덕이고 월급을 받는다.


26년 차 직장생활을 하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신입사원인 큰딸을 생각했고, 방황했던 나의 20대를 그리워했다. 유학을 꿈꾸며 학업을 이어갔지만, 엄마의 숙환과 장기 입원으로 접어야 했다. 인생이란 꿈을 접고 접어 작은 종이학을 만들어 날리는 걸까?


 


연희의 취업 또한 본인이 희망한 직업이 아니었기에 안타까웠고, 미대를 나와 취업 고민하던 큰딸에게 전공 따라 취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안정적인 공무원을 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3년만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인테리어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는 큰딸이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젊은 친구들이 현실에 두 발을 디디고 당당하게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어지는 일상에 질기게 살아남아 꼭 하고 싶은 소망을 이루기를 나의 딸들에게도 소망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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