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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an 18. 2023

출근하기 싫은 수요일(모닝페이지 14일 차)

느낌 있는 일상



수요일이다. 아직도 수요일이네.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 거야. 아침 출근 준비도 하기 싫었다. 출근하기 싫은 이유는 많다. 사무실이 바쁘니까, 고민거리가 많으니까, 날씨가 추우니까.


 


비정규직 노조는 조리실무사 배치기준 개선된 대로 학교마다 배치가 잘 되는지 궁금하다며 지난주에 면담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주에 신설 학교 점검으로 출장이어서 이번 주 월요일에 의논해서 전화해 주겠다고 직원이 통화했다는 말도 들었는데 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월요일부터 무상급식비 관련해서  어머니들이 시의회에 찾아간다고 그전에 우리 부서와 미팅을 하기로 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협력팀에서는 우리 팀과 미팅을 요청했다. 작년에는 우리가 시와 무상급식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해서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말은 참 고마운 말인데 해석이 어렵다. 실수하지 말고 잘하라는 지시사항으로 들리기도 하고, 작년에 미흡했던 거 아니냐는 질책으로도 들린다.


 


연말에 미결된 사항은 연초부터 이어서 몰려온다. 무상급식비 단가인상을 논의했으나 재원 분담률을 조정하자는 시와의 협상은 결렬되었고 결국 2022년 분담률과 인상률을 그대로 이어왔다. 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23년 본예산에 10개월 치만 편성했고, 2개월분은 다음 추경에 편성하겠다고 한 거다.


 


학부모들은 어제 오전에 우리 팀과 만나서 그간의 과정을 듣고 오후 시의회 면담을 준비한다고 하니 고마우면서도 우리 팀 일인데 추운 날씨에 학부모까지 동원되는 듯하여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어머니들은 시의회 면담이 끝나고 오후 늦게 다시 사무실로 왔다. 혹시 우리가 예산을 좀 더 들여서 급식단가를 인상해 주면 안 되겠는지 물었다. 시의회에서 하는 말이 솔깃하여 우리에게 묻는 거다. 



솔직히 학부모나 학생의 입장으로 보면 재원이 어디서 나온 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급식단가만 올리면 되는 거다. 타 시도 상황을 보면 점점 어려워진다. 광역시 대부분은 재원 분담률이 반반이다. 그러니 우리도 반반으로 하자는 말을 시의회에서 주장하는 거다. 시의회는 시청 대변인인가 보다.



오후에 기운이 빠져서 내 자리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노무사가 들어왔다. 아차 오전에 부재중 전화가 왔었는데 노조에서 무슨 말이 있었나 보다. 우리는 협의 테이블에 앉아서 새로 온 우리 팀 직원 소개하고 노무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대로 노조에서 우리 팀에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며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어제부터 받았다고 한다. 난 노무사에게 말했다. 우리 팀 직원은 이제 온 지 2주밖에 되지 않았고 업무 파악하랴 자료 취합하랴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노조 전화를 받기만 하면 심장이 떨린다고 하는데 자꾸 거기다 전화해서 면담하자고 하니 어떻게 일을 할 수가 있느냐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노무사는 “지금 한 말을 노조에 하면 되겠네요.” 한다. 

난 “알겠습니다. 노조에 전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노무사를 보냈다. 



노조 간사와 통화하고 목요일 오후에 일단 만나기로 했다. 담당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야근한다며 저녁 먹으러 나갔다.


 

일하러 출근했으니 일해야 한다. 이런 일들도 세월이 가면 그때가 그립다고 할 것인가? 살아보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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