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가면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미끄럼틀도 탈 수 있다. 일요일 오후 난 친한 선배와 <놀이터>라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젊은 이지송 작가를 응원하는 나는 지난여름에는 인사동 졸업 전시회까지 다녀왔다. 하물며 인천에서 전시를 하는데 당연히 가봐야지!
배다리 헌 책방 거리는 요즘 복합 문화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거리 안쪽에 마련된 <잇다 스페이스>는 여관을 개조해서 만든 2층짜리 전시공간이다. 그 옆에는 개화기 빨래터를 개조한 <빨래터 카페>도 있다. 전시회는 <놀이터>라는 주제에 맞게 다양한 놀이를 하는 노인이 유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영복을 입고 트럭 짐칸에서 튜브를 타는 노인, 텔레비전을 쌓아 놓고 위에 앉아서 낚시를 즐기는 노인, 드럼세탁기 위에서 수영하는 노인 등 이지송작가의 화풍에는 늘 노인이 등장한다.
재작년에 난생처음 그녀의 그림을 샀는데 제목이 <서머 트리오>다. 나이 든 세 여인이 수영복을 입고 서핑을 즐기러 해변으로 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배도 나오고 장딴지에 혈관이 튀어나왔지만 신나게 걷는 모습이 역동적이었다. 그림을 보자마자 미래의 나를 보는 듯하여 바로 구입했다.
작년에 구입한 작품 <휴식>에는 타이어 바퀴 안에 수영복을 입은 남자 어른이 앉아서 신문을 보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모습이 꼭 우리 집 신랑을 보는 듯하여 구입했다. 배 나온 모습이나 뽀글이 파마에 물방울무늬 수영모자가 특히 인상적이다.
오늘 작품을 쭉 둘러보니 인사동에서 만난 그림도 있고 새로 제작한 것도 눈에 띈다. 어디서 저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궁금하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두렵기보다는 설렘으로 기다려지도록 유쾌하게 그려보았습니다. 실버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여전히 삶의 주인공이며, 개인적인 색채를 가진 독특한 존재로서 사회에서 여전히 존중받고 있음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 사는 삶이 지금처럼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깊이 공감한다. 노년의 삶은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유쾌한 나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지송작가의 작품은 어른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