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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Sep 09. 2023

담담하게 나아가자.(feat. 하재영작가님)

느낌 있는 일상


토요일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니 5시다.


이제 책을 바짝 읽어야 한다. 오늘 오전에 하재영작가님 북토크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가 있는데 책 뚜껑도 못 열었다. 뚜껑이라 말하니 왠지 항아리 뚜껑이 생각난다. 장독대 위에 근엄하게 얹어져 있는 항아리. 제일 큰 항아리는 오래 묵히는 간장독이다. 엄마가 간장 떠오라고 하면 양은그릇을 들고 장독대 계단을 올라가서 커다란 항아리 뚜껑을 연다. 빈 그릇 바닥면으로 간장을 휘저어서 속에 있는 간장을 뜬다. 그릇을 옆에 있는 항아리 위에 얹고 커다란 간장독 뚜껑을 덮는다. 하재영 작가님이 어릴 적 살았던 이층 집에도 분명 커다란 항아리가 있었을 거다.


오늘 북토 크는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 같았다. 차근차근한 작가님의 목소리가 조용한 강의실에 은은하게 퍼졌다.



책을 쓰다 보면 애초에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한다. 지난번 정세랑 작가님도 그 부분을 언급했다. 따라서 초고를 끝까지 써봐야 내가 어떤 내용으로 쓰고 싶었는지 줄기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하재영 작가님도 블로그에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했는데 어떤 편집자님이 블로그를 보고 집과 취향에 대해 쓰면 어떨지 제안을 했단다. 해서 처음에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쓰다 보니 집과 여성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로 흐름이 보였단다. 한 사람의 주거이야기는 그 사람 생애이야기이고 성장이야기이며 그 시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작가님은 말한다.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132쪽)


<나만의 방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작가님은 나만의 공간은 꼭 집안에 없어도 된다면서 어떤 이는 가게 근처 모텔을 대실 해서 나만의 시간을 만들고, 또 어떤 이는 자동차 안에서 1시간 정도 머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예전에 나도 지하철로 출근할 때는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여름에는 아이스커피를, 겨울에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읽던 책이나 쓰던 글을 마무리했다.


작가님은 글쓰기 팁도 주셨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도 일단 앉아서 버티다 보면 글이 써진다고 한다. 또한 사적인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보편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하니 내 이야기를 풀 때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에 나 역시 200프로 공감했다. 감정을 줄이고 덤덤하게 써 내려간 작가님의 이야기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고마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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