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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8. 2021

범사에 감사하라

25년차 직장인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난 연가를 내서 출근하지 않았다.      

출근을 안 하니 자연스레 게을러진다. 새벽 두 시 반에 눈이 떠져 드라마를 보다가 네 시 반에 잠들었다. 그러니 아침 일곱 시가 넘어서 일어날 수밖에. 이래서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곳이 있어야 한다.     


사무실은 안 가면 편하지만, 또 아쉬운 곳이다. 출근해서 커피와 보리차를 준비해서 내 자리에 앉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예전에 신용카드를 배달하러 사무실에 온 택배 직원이 학교 행정실처럼 근무하기 좋은 곳은 없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사실이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행정실은 8시 40분부터 4시 40분까지 근무한다. 어느 직장이 그렇게 일찍 끝나는 곳이 있을까?     


글쓰기나 책 읽기를 취미로 한다면 행정실은 여건이 참 좋다. 학교 안에 도서실이 있어서 참고할 책이 있으면 꺼내 볼 수 있고, 여러 선생님이 계시니 필요하면 궁금한 걸 물어볼 수도 있다.     


낮에는 밝은 햇빛과 잔잔한 음악이 있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직원들이 전화 통화하는 소리,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서류 넘기는 소리, 사람들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들리는 소리를 하나의 화음으로 연결하면 멋진 음악으로 만들 수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      


내가 재수할 때 학원 선생님이 칠판에 써주며 암기하라고 한 문장이다. 재수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라는 뜻인가? 그럴 수도 있다. 부모님이 힘들게 돈 벌어서 자식들 교육비로 다 쓰셨으니 아버지는 그 흔한 자가용도 한번 운전하지 못하고, 낡은 화물차만 있다.     

 

나는 신랑과 아이들 챙기기도 버거운데 부모님은 자식 일곱을 낳아 기르셨으니 그 고통이 오죽하셨을까? 나이 들어 부모님 생각을 하니 나도 철이 들어가나 보다. 아버지라도 좋은 세상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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