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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5. 2021

감사의 달 5월, 확실한 효도 방법은?

부모님 생각

긴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직장인들에게도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1월에 받은 상여금도 사라지고 3월에 받은 연말정산 환급금으로 겨우 연명한다. 문제는 4월부터다.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수당이 아무것도 없다. 신나게 쓰던 씀씀이가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카드 쓰던 버릇은 고쳐지지 않고 통장 자동이체는 잊지 않고 잘도 빠져나간다. 그래도, 그래도 4월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5월이 진짜 문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각종 행사는 월초에 몰려있고 통장은 이미 비어 있다.     


직장인들이 5월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1년짜리 적금에 가입하는 거다. 월 10만 원을 급여 날에 자동이체로 해두면 1년 뒤에 1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양가 어르신들께 용돈도 드리고 선물도 준비할 수 있는 적당한 금액이다.      


맞벌이하는 우리 집은 각자 월급을 관리한다. 행사 비용을 지출할 때도 반반씩 부담한다. 내가 선물을 사면 신랑은 현금을 준비한다. 과다한 지출을 막기 위해 난 카드 한 장만 한도액을 정해두고 쓴다. 신랑은 주로 집에 현금을 두고 쓴다. 현금을 쓰면 비용이 나가는 걸 눈으로 확인하므로 좀 더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랑은 소위 ‘짠돌이’다. 밖에 나가서 절대로 먼저 카드를 내밀지 않는다. 자녀 교육비나 부모님 경비를 제외하고 절대로 흥청망청 쓰지 않는다. 신랑은 장남이라서 그런지 부모님을 잘 챙겨 드린다. 매달 용돈도 드리고 전화도 자주 드린다.      


난 둘째다. 다행히 내가 아니어도 친정 부모님 챙겨줄 식구들이 많다. 오빠 둘과 언니가 있고, 동생들도 셋이나 된다. 난 명절과 생신 그리고 어버이날만 챙긴다. 또한, 내가 드리는 용돈도 금액이 일정하다. 난 비상금 통장이 따로 있다. 출장비나 소소한 수당이 들어오는 통장이다. 비상금 통장은 인출을 자제하기 위해 현금카드도 안 만들었다. 가끔 급한 돈 쓸 일이 생길 때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한다. 평소 지출은 카드를 한 장만 쓴다.     


지난 주말에도 신랑 옷을 사러 나갔다가 친정 아빠 여름 셔츠를 카드 결제로 샀다. 주말에는 시댁을 방문하고 주중에 휴가를 내서 친정아버지를 뵈러 갔다. 별일 없었느냐고 물으시는 아빠에게 난 가져간 봉투와 셔츠 가방을 내밀었다.

     

“아빠, 이건 여름 셔츠이고, 이건 용돈입니다.”     


친정 아빠는 봉투를 열어보시더니 돈이 적다며 더 넣었어야지 이걸로 무얼 하느냐고 하셨다.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 네, 알겠어요. 저 돈 벌러 갑니다.”


너스레를 떨며 친정집을 나섰다. 전에는 ‘잘 쓰마, 고맙다’ 하시더니 씀씀이가 커지신 걸까 아니면 솔직해지신 걸까. 집에 오는 내내 귀가 간지럽다. 퇴근한 신랑에게 장인어른께서 ‘용돈 많이 달라’ 하신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돈 많이 벌어서 드린다고 한다.      


사실 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일정한 금액을 드린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지만, 매번 행사 때마다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드리는 성실함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어느 해에는 많이 드리고, 또 어느 해에는 적게 드리면 혼란스럽다. 예측이 가능한 매너를 지켜야 한다.      


감사의 달 5월에 직장인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으려면 절대적으로 비상금이 필요하다. 평소 비상금 통장을 만들어서 조금씩이라도 모아야 한다. 비상금 통장은 나의 든든한 구세주다.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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