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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5. 2021

추억의 노래 <광화문 연가>

추억이야기

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나 어릴 적 꿈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쇼쇼쇼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가수 뒤에서 노래와 율동을 겸하는 백 코러스가 되는 거였다. 높거나 낮은 코러스는 가수의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원음보다 코러스 음악이 약간 정상 궤도를 벗어나고 개성이 있어서 좋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장래 희망이 뭐냐길래 성악가라고 말했었다. 그 덕에 봄, 가을 소풍 때마다 반 아이들이 빙 둘러앉은 가운데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난 진짜로 노래를 잘하는 줄 알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학교 중창단에 지원을 고민하던 차에, 중창단 발표회가 있어 관람했다. 세상은 넓고 노래 잘하는 친구들은 많았다. 난 조용히 지원을 포기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여러 동아리를 기웃거리다가 민중가요 노래패에 가입했다. 내 목소리도 약간 민요에 어울렸고 공연도 두루 다녔다. 1988년 1학년 때 5월에는 전라도 광주에 가서 찬조 출연을 했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아쉬움을 그렇게라도 달래고 싶었나 보다.      


2019년 연말 송년 모임으로 가까운 바닷가 펜션에 간 일이 있다. 가는 내내 차 안에서 이문세 노래를 따라 불렀다. 펜션에 도착했더니 날씨가 엄청 추웠다. 그래도 우리는 야외 바베큐장에서 번개탄과 숯불을 피워 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 친구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져왔는데 한쪽에 세워두고 핸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니 사운드가 기가 막혔다. 흘러간 추억의 노래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젠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학창 시절 가장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다. 이문세 5집은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 다른 가수들의 테이프 가격이 4천 원이었지만 이문세 테이프는 5천 원이었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트집 잡을 겨를도 없이 카세트테이프는 불티나게 팔렸다. 이문세 5집에는 시를 위한 시,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등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다.         

 

추억의 노래는 나를 그 시절로 소환해준다. 가로수 그늘로 다니던 교정에서, 벚꽃 피는 저녁에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시절에, 막걸리로 허기를 달래고 선배들과 주저리주저리 떠들던 주점에서, 이문세의 노래는 흘러넘쳤다. 노래방에서도 이문세 노래를 불렀다.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코인을 넣고 내기를 하면 마이크가 터져라 열창하는 난 언제나 좋은 점수를 얻었다. 진 사람은 생맥주를 사야 했다. 대학 시절에는 뭘 해도 낭만이 있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하던 즐거웠던 시절이 그립다. 요즘도 라디오에서 이문세 노래가 나오면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및 정동 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세월이 가면 사람도 세상도 변해가지만 내 마음속에 간직한 청춘의 추억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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