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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an 26. 2022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7시가 다되었다.

뜨아악~ 

벌떡 일어나 세수하고 옷 입고 지하철역으로 뛰었다. 7시 47분 기차 사수!!

앗싸~~

47분 기차를 타면 세상 여유롭다. 요즘 짬짬이 읽고 있는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펼친다.

한적한 동네에 생긴 책방.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그곳을 동네 사람들은 기대하며 드나들었다. 하지만 주인 여자는 매사에 심드렁하다. 어떤 날에는 혼자 울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발걸음을 멈칫한다. 그러다가 바리스타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온다. 주인 여자는 점점 생기를 찾아간다. 말수가 적은 아르바이트생은 커피를 잘 내린다. 또 대답을 잘한다. 한적한 오후가 되면 주인 여자는 과일을 준비해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권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

그림으로 상상해 보면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작은 가로등처럼 동네를 환하게 밝히는 책방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책도 읽고 차도 마시는 작은 책방이 실제로 동네마다 있다. 내가 잘 가는 신포동의 문학 소매점, 부평구청역 앞에 쓰는 하루, 주안 시민공원 사거리 지하에 딴뚬꽌뚬이다.

신포동 <문학 소매점>은 한국문학을 들여놓은 책방이다. 작년 봄에 문을 열었는데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위치도 중구청 앞 근대문화의 거리에 있어서 차이나타운 가는 길에 들러도 좋은 곳이다. 난 작년 봄에 우연히 알게 되어 단골이 되었다. 장밋빛 붉은 무늬로 된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좌우측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이 반겨준다. 수줍은 점장님은 카운터 안쪽에서 빼꼼히 인사해준다. 이 집의 특징은 단골손님이 추천하는 책장이 있다는 점이다. 책장 칸마다 취향껏 추천한 개성 있는 책들이 꽂혀있다. 매스컴도 타고 판매율도 높다고 한다. 화요일 저녁에는 대여섯 명이 조용히 책을 읽는 묵독 모임도 운영한다. 제각기 간식을 챙겨 와서 먹고 마시며 9시까지 책을 읽는다.

부평구청역 앞에 위치한 <쓰는 하루>는 카페 겸 책방 겸 독립출판을 지원해주는 곳이다. 나도 여기서 단독 출간을 했던 곳이라 의미가 깊다. 공저로 두 권 만든 뒤에 그간 썼던 글을 모아 출간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매일 새벽에 눈뜨면 교보 인터넷서점 들어가서 순위를 확인했다. 에세이 분야 100위까지 올라갔을 때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을 했다. 1천 부 자비로 인쇄해서 작년 10월 한 달 동안 열심히 팔았다. 저자는 책만 만들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출판사 창고에 150부 남았다는 말을 듣고 한시름 놓았다.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고 안심했다. 원고 교정하고 출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추가 인쇄본이 흐리게 나와 출판사랑 실랑이도 하고 택배사가 시위를 해서 주문한 책을 바로 받지 못하기도 했다. 파본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20권 정도 교환했다. 그래도 내 첫 책을 만들어준 곳, 작가님이라고 불리게 해 준 곳이라 소중한 책방이다.

주안 시민공원 사거리 지하에 있는 책방 겸 커피하우스 <딴뚬꽌뚬>은 내가 책을 내고 난생처음 북 토크를 한 곳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알게 된 후 퇴근길에 가끔 들러서 책도 사고 커피도 마시고 내 책을 입고해준 고마운 책방이다.

동네책방에서 보낸 시간들을 추억하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퇴근 길에 아껴서 읽고 있는 책. 아침마다 어떤 책을 가방에 넣을지 고민을 안 해도 되는 당분간 나의 가방을 지켜줄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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