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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an 27. 2022

커피 한 잔과 산책하다.

25년 차 직장인


어제 책방 이야기와 책 소개를 하고 나니 동네책방에 가고 싶어졌다. 딴뚬꽌뚬 서점은 사무실에서 지하철 두 개

구간만 가면 있다. 하지만 내가 근무 끝나고 나가면 여섯 시 반경에 도착할 것이고 서점은 7시에 문을 닫는다. 내일은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지만 서점은 금 토 휴무다. 동네책방은 자영업이라 문 열고 닫는 시간이 주인장 마음이다. 그게 늘 아쉽다. 학교에 근무할 때는 5시면 서점에 도착하여 여유롭게 책을 읽었다. 지난 시간은 언제나 아쉽고 그립다. 결국 지금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내 사무실 바로 옆에는 중앙도서관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점심시간에 가서 책을 읽고 오면 되는데 막상 밥 먹으면 차 마시러 가게 되고 점심시간이 다 지나간다. 이번 주가 지나면 본청 근무한 지 한 달이 된다. 이쯤 되면 차분히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새 나가는 자투리 시간을 잡아야 한다. 핸드폰으로 짬짬이 글을 쓰는 재미와 스릴을 만끽한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세 번 타는 동안이다. 두 발만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신통방통한 기계 덕분에 난 집중해서 메모를 할 수 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손가락이 바빠진다. 노트 펜으로 하다가 엄지손가락으로 입력하다가 약지 손가락으로 하다가 어느새 지상으로 올라온다. 이젠 두 발로 걸으면서 마저 입력한다. 한 50걸음 지나면 우측 계단이 나온다. 25개 정도 계단을 올라가서 30걸음 가면 건물 1층 현관이 나온다. 사무실은 2층이고 계단을 오르자마자 바로 출입문이 있다. 열고 들어가면 좌측에 과장님이 일찍 출근하셔서 앉아 계신다. 내 자리는 가운데다. 팀장 4명에 팀원들까지 30여 명이 근무한다.

자리에 앉으면 우선 옷 걸고 가방 내려놓고 커피와 둥굴레차를 담아서 앉는다. 컴퓨터를 켜고 업무포털에 접속해서 공람 문서를 확인한다. 차 한잔 마시고 나서 수첩을 꺼낸다. 날짜를 쓰고 오늘 할 일을 적는다. 목요일 아침에는 과장님과 팀장 협의가 있다. 과장님 말씀 도중에 국장님이 내려오셨다. 이런저런 지시사항을 말씀하신다. 국장님은 차 한잔 하시고 올라가셨다. 다음 달 2월 말이면 40년 공직을 마치고 정년퇴임을 하신다. 관내 고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가 지원청 교육장을 하시다가 본청 국장님으로 오셔서 4년째 재직하고 계신다. 여성 특유의 자상함과 파워풀한 카리스마로 교육 현장을 리드하시는 모습은 가히 불 같으시다. 고등학교에 계실 때에도 학생 이름을 다 기억하셨다고 한다.

코로나대응팀이 우리 부서에 있어 늘 긴박하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웅웅 벌떼가 이동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직원들은 부지런히 일한다. 갑자기 보건팀에서 교육감 보고를 다고 한다. 우리 팀도 급식 기본방향 보고를 해야 하니 부지런히 따라 올라간다. 보고는 과장님이 하시고 팀장은 뒤에 서서 경청하다가 추가 설명이나 질문에 답변한다. 감 님은 기본방향 보다도 조리실무사 교섭 결과를 더 궁금해하신다. 최종 130명으로 확정되었으며 늘어난 인원만큼 배식원을 줄인다고 보고 드렸다. 감 님은 수고했다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휴~ 무사히 보고를 마치고 내려왔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며칠 출장 다녀온 장학사님이 커피를 사주어서 직원들과 하나씩 들고 밖으로 나가 한 바퀴 돌았다. 커피 한잔과 가벼운 산책으로 릴랙스를 한다. 남은 오후도 무사하기를 빌며 사무실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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