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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an 28. 2022

한 달 근무를 마치다.

25년 차 직장인


어제 오후 5시경 과장님이 들어오시더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신다. 시의원 한 분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요 며칠 시의회가 열렸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있던 본청 지원청 직속기관 간부들이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거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안 그래도 오미크론 확산으로 비상대비 근무체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거다. 오늘 시의회는 연기되었고 의회 직원들도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작년에도 그 의원은 확진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오늘 11시 반에 노조와 단체협약식이 있어 국과장님 들은 모두 참석해야 되는데 이런 사달이 났으니 노무팀에서는 팀장이 대신 참석하라고 전화가 왔다. 하루 확진자가 만 명이 넘고 있으니 어딘들 안심할 수는 없다. 방역 수칙도 수시로 바뀌고 있어 정신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조용히 차 한잔 마시며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어제 퇴근길에 찾아간 딴뚬꽌뚬 서점에는 여전히 평온한 책 기운과 사람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주말에 부친상을 치른 점장님 안부가 궁금했고 책방이 그리워서 찾아갔는데 반색을 하시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메뉴에도 없는 생강차를 내주어서 호로록 마시며 책방을 둘러보았다. 독립서점이라 독립 출판물이 많다. 앙증맞은 책들은 서로 읽어 달라며 디자인을 뽐낸다. 7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좀 더 앉아 있다가 나왔다. 점장님께 설 연휴 잘 보내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따뜻한 마음을 안고 나왔다.

마음이 허전할 때 갈 곳이 있어야 한다. 집과 사무실 중간에 책방이 있어 참 행복하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에서도 단골손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근처 부동산 사장님은 점심식사 후에 꼭 와서 커피 한잔과 책을 읽고 나간다. 다음 날에도 또 오는데 책은 안 사고 읽기만 한다. 저녁마다 들르는 사람이 있는데 문 닫기 10분 전에도 꼭 와서 조금이라도 책을 읽고 나간다. 난 그 손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단 1분이라도 들르고 싶은 곳이 책방이다.

오늘로 한 달간의 근무를 마친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란 경력과 상관없이 힘든 일이다. 기관장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옆 팀에 누가 있는지 돌아볼 시간도 없다. 오로지 내 앞에 놓인 일처리에 급급하다. 팀원들과 점심 먹고 커피 한잔과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사안이 생기면 보고서 작성해서 윗선에 보고하다가 시간이 간다. 그래도 직장은 다녀야 한다. 다니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다니다 보면 노하우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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