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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Feb 02. 2022

내 인생의 겨울은 언제인가?

지하철에서 읽는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내 인생에서 겨울은 몇 번이나 지나갔을까? 이 책은 인생의 고비를 넘길 때 그 과정을 윈터링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겨울에서 비롯된 단절을 사랑한다. 그림자가 발끝까지 길게 드리우는, 낮게 뜬 옅은 햇빛 아래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낮 동안에도 사람들이 별로 돌아다니지 않게 되는 시간.(86쪽)


혹독한 시련으로서의 추위와 어둠이 휘몰아치는 경험, 두 세계 사이의 틈 속에 빠져버리는 감정. 바로 이것이 윈터링이다.(95쪽)


힘들었던 순간들이야, 수 없이 찾아왔을 것이다. 대학 떨어져서 재수할 때, 노량진역 육교에서 불어오던 찬바람을 잊을 수 없다.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방구석에서 나가질 못했다. 운 좋게 대학에 들어가서 교정을 누비고 다녔다.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은 도서관이다. 읽고 싶은 책들이 빼곡했던 800번대 문학서가를 드나들며 책을 읽었다.


겨울은 찻주전자를 데우고 쌉쌀한 코코아를 끓이는 시간이다. 겨울은 뼈를 푹 우려내고 구름처럼 경단을 띄운 마법 스튜다. 겨울은 조용히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오후의 노을을 흘려보내는 무언가다. 겨울은 두툼한 양말과 올 굵은 가디건이다.(106쪽)


인생의 겨울이 꼭 고난만 있는 건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행복과 고난을 고루 겪었다. 추운 겨울은 아이들에게 너무 힘든 시기였다. 감기 걸릴까 걱정되고 넘어질까 걱정되고 일하다가 늦게 들어가면 씻지도 않고 잠들었을까 봐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165쪽)


지금은 아니다. 아이들은 무사히 잘 자라주었고 자신들의 꿈을 찾아 신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겨울은 우리의 책장을 정리하고, 작년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읽고,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즐거움을 위해 좋아했던 소설을 다시 읽는 시간이다.(271쪽)


인생의 겨울은 어쩌면 봄이 오기 전에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따뜻한 봄날이 오려면 혹독한 겨울바람을 맞아야 한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 깊은 행복을 느낀다. 겨울이 와도 끄떡없다. 그동안 잘 지나왔으므로 앞으로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쉬워 보일 때가 있다가도,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것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가 언젠가는 과거가 되고, 우리의 미래가 언젠가는 현재가 된다는 것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에필로그 중)


저자의 말대로 현재는 어느새 지나간 시간들이 된다. 그 속에서 과정을 즐기고 겸손하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윈터링이 지나가면 스프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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