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추리우먼 Feb 04. 2022

틈새 글쓰기를 하다.

25년 차 직장인


어제는 2시간 조퇴를 했다. 전날 13시간 동안 상황실 근무를 해서 그런가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없는 듯하여 슬그머니 과장님께 갔다. 과장님 책상 위에는 결재판이 두 개나 펼쳐져 있었다. 코로나 대응 관련 건과 공기질 관련이다. 과장님은 시의회에 보고를 하러 가셔야 한다고 하신다. 난 조퇴하겠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조용히 말씀드렸다. 힘들어서 쉬어야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신다.

나도 가끔은 실무자가 부러울 때가 있다. 7급 실장이었을 때는 막내 직원이 참 부러웠다. 기록물 접수 발송 내빈 차 준비 그런 거만 하니 얼마나 편할까? 6급 계장 시절을 거쳐 5급 팀장이 되었다. 과장님은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가 들어오셨다. 얼마나 힘드실까.

자리가 바뀌면 그 자리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과장님의 역할은 자신만의 효과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하위 직급을 지도하고 독창적인 역량을 여러 상황이나 상대에게 적용하는 응용 코칭 단계라고 한다. 팀장의 역할은 인지적 수준의 이해를 넘어 행동으로 자주 발현하며 여러 상황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기초적인 수준을 벗어나 심화하는 실행 적용 단계라고 한다. 더 나아가 국장님의 역량은 고도의 숙련된 역량을 발휘하여 여러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인 고도화 단계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추구해야 할 역량은 실행 적용을 넘어서 응용 코칭할 수 있는 단계로 가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고도의 숙련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단계의 이동은 그냥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적용해 보아야 한다. 역할을 경험하려면 그 자리에서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피하면 지는 거다.

아침에 출근하니 밤새 달라진 코로나 대응방안 협의로 보건팀과 코로나대응팀이 분주하다. 아침 10시에는 시도교육감 간담회가 교육부 주관으로 열린다. 상대적으로 급식팀과 체육팀은 조용하다. 이슈의 중심에 있으면 피곤하다. 과장님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자리에 계실 시간이 없다.

난 틈새를 이용하여 핸드폰으로 글을 쓴다. 낚시에서 손맛이 짜릿하다고 하는데 난 노트 펜으로 핸드폰 자판 두드릴 때 손맛이 아주 짜릿하다. 남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냥 누구한테 문자 보내는 줄 알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글쓰기는 언제 어느 때라도 쭉 이어진다. 캬캬캬~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겨울은 언제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