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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Feb 05. 2022

추억을 마시다.

25년 차 직장인


1월 한 달이 어떻게 갔는지 까마득한데 막상 2월이 되니 벌써 5일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건 그만큼 세월이 지나갔다는 뜻이라는데 내 나이를 실감한다.


어제저녁에는 전전 근무지에서 모셨던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후임 행정실장과  직원을 만났다. 방역 수칙상 6명까지 만날 수 있으니 꽉 채웠다.


승진하고 첫 근무지였던 학교는 인천대교를 넘어 영종도에 있는 특목고였다. 집 앞에 지하철역으로 통근버스가 지나갔다. 7시 51분에 그 차를 타면 30분 뒤에 바다 건너 학교에 도착했다. 출근길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만났고 퇴근길에는 석양 노을을 바라보았다. 무얼 해도 기쁘고 즐거웠던 시기에 만난 교장선생님은 스마트하셨다. 교감선생님은 의리의 사나이셨다. 내 후임 실장은 승진 공부할 때 내가 봐주었던 후배다.


우리는 웃으며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며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교장선생님은 시내에 있는 남자고등학교로 발령 나셨고 내 후임 실장은 나와 같이 발령이 나서 시의회 사무처로 출근한다. 의회와 관련되는 일이 생길 때 나를 도와줄 우군이 되었다. 얼마나 든든한가. 교감선생님은 가을이 되면 교장 승진 발령이 나신다고 한다. 모두가 다 잘되고 있으니 또 술잔을 기울인다. 함께 온 직원은 공채 12기 계장과 17기 막내다. 난 공채 7기인데 어느새 후배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떠난 뒤에도 내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한다.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이 근무할 때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끝없이 하셨다고 한다. 점심 먹고 앵두 따러 가기도 하고 가을에는 학교 뒷산으로 밤을 주우러 가기도 하고 눈 오는 겨울에 뒷산에 올라가기도 하고 교장선생님과 추억이 참 많았다. 본청 들어가서 꼭 승진하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해주셨다.


영종도에서 2년 근무하고 나올 때는 인사말을 하다가 목이 매어서 적어간 원고를 다 읽지 못했다. 본청으로 가고 싶었는데 제물포에 있는 남자 고등학교로 발령 나서 또 얼마나 서운했는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책 쓰기 특강을 듣게 되었고 다음 해 가을에 나의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인생사는 새옹지마라고 하듯이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던 2년의 시간이 참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교장선생님은 걸어가신다고 가시고 부평에 사는 두 명은 택시를 타고 가고 난 근처 빵집에 들러 크림빵 세 개를 사서 나와 방향이 같은 세 명과 나누었다.


소중한 분들과의 만남은 늘 소중하다. 어제가 입춘이었으니 춘삼월이 되면 내가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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