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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Feb 08. 2022

떡볶이를 먹으며 아이들을 생각한다.

큰딸과 작은 딸


어제는 갑자기 동기가 연락이 왔다. 시간 되면 작전동으로 넘어오란다. 연말에 공로연수 들어가신 관장님과 만나기로 했다는 거다. 관장님은 공직 39년을 마치고 이제 6월 말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시다. 39년이라니 인생을 바쳐 공직에서 일하셨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두셨는데 다들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니 얼마나 든든하실까.   


나는 딸이 두 명이다. 큰애는 이번에 졸업을 한다. 막내는 대학 2학년이 된다. 막내는 요즘 죠스떡볶이 집에서 알바를 한다.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마다 떡볶이를 싸온다. 그날 남은 음식은 모두 버리기 때문에 아까워서 싸오는 거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식구들은 막내가 집에 오기를 기다린다. 손에 들고 오는 떡볶이를 기다린다. 일요일 저녁에도 떡볶이를 기다렸다가 먹었다. 커다란 냉면그릇에 한가득 담아 납작 만두와 튀김까지 순대까지 배불리 먹었다. 기분이 묘했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가진 것도 없이 자녀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산다면 비참할 것 같았다. 무기력한 엄마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도 아이들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많을 큰애한테 나는 전에 말했다. 대학생일 때 많이 놀러 다니라고 재미있게 살라고. 졸업하면 놀아도 재미가 없다고. 그래서일까. 큰애는 겨울 내내 여기저기 부지런히 다녔다. 부산에도 가고 영월에도 가고 강릉에도 가고 친구들 집에도 가고 친구들이 오기도 한다. 큰애는 유난히 친구들이 많다. 고등학교 다닐 때 큰애가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작품 전시회를 했다. 학원에서는 전시 작품에 스티커를 많이 받으면 아이패드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큰애가 그걸 받았다. 우리 식구들은 깜짝 놀랐다. 혹시 친구들을 매수한 건 아닐 것이고 평소 교우관계가 좋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반 친구들이 거의 다 온 거 같았다. 아이패드는 지금도 두 아이들이 잘 쓰고 있다.


큰애는 막내가 들고 오는 떡볶이를 잘 먹는다. 막내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언니 앞에서 으쓱한다. 막내는 알뜰하다.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에 모여서 요리를 해 먹는다. 지난주에 막내는 나를 보더니 그동안 돈을 모은 게 70만 원이 되었다며 이 돈으로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겠다고 한다. 난 깜짝 놀랐다. 돈을 안 쓴 막내도 대단하지만 그 돈으로 학원비를 내겠다니 더 놀라웠다.


큰애는 경험을 중요시한다. 맛집이 있으면 가서 먹어봐야 한다. 좋은 곳은 여행을 가봐야 한다. 큰애가 졸업을 해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인생을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관장님을 뵙고 와서 자녀들을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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