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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Feb 08. 2022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다, 컨추리우먼의 독서토론!

지하철에서 읽는 책


내일은 새해 두 번째 여리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여리란 여성 리더의 줄임말로 직장 내 여성들이 모여 책 읽고 토론하며 우정을 다지는 모임이다.

이번 달 토론 도서는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민음사, 2008)>다. 너무 유명해서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라는데 난 작년 여름 온 텍트 북클럽에서 처음 접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희곡작가이며 퓰리처상을 4번 받고 노벨문학상도 받은 작가 유진 오닐의 자전적인 책이다. 배경은 여름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어느 날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의 직업이 배우라 호텔을 전전하고 있으니 가족의 유일한 집이 별장이다.

저자는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이라는 굴레를 지고 살아오다가 뒤늦게 참회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가난은 사람들을 피폐하게 하고 꿈을 앗아간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가족들이 서로 도와야 하지만 그 어려움이 지속되면 지치게 된다.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싸구려 호텔에 묵으며 순회공연을 다니느라 가족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어머니는 남편을 따라다니느라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둘째 아들을 병으로 잃어버린다. 셋째로 태어난 아들이 저자 유진 오닐이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인색하였고 돈만 생기면 땅을 샀다. 막내가 아파 병이 났지만 싸구려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고, 요양해야 한다고 하니 주립 요양원을 알아본다. 둘째를 잃어버리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엄마는 돌팔이 의사의 진단으로 모르핀 중독에 빠진다. 아버지는 그래도 할 말이 있다.

"난 너무 가난했다. 내 엄마는 남의 집에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렸고 어느 해 겨울에 주인이 준 1달러로 먹는 것을 사 와서 우리는 너무 행복했다."

장남은 자살하고 아내와는 불화가 이어지고 저자는 1953년 63세의 나이에 보스턴의 호텔에서 폐렴으로 사망한다.

"빌어먹을 호텔 방에서 태어나 호텔 방에서 죽는군." (작품 해설 225쪽)

저자의 탄식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나이 먹어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가족의 결속과 사랑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 헤맨다. 때로는 언쟁도 하고 때로는 외면하며 때로는 과잉 간섭을 하며 부딪치는 가족생활의 배경에는 사랑이 깔려있다. 사랑하니까 가족이니까 이 정도 투정은 봐줄 수 있겠지 하는 기대와 의지를 할 수 있는 거다.

아이들이 넘어져도 옆에 엄마가 없으면 울지 않는다. 내 울음을 달래줄 누군가가 있을 때 비로소 울음을 터트린다. 가족은 내가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다.

나는 엄마다. 바쁜 남편을 대신해 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주말에는 도서관이나 문화회관을 다니며 각종 공연 문화 체험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집이 있는데 왜 밖에서 숙박비를 내느냐고 우기는 남편 덕분에 어디 멀리 여행 간 기억은 손으로 꼽는다. 그렇지만 나는 남편 빼놓고 아이들 어릴 적에는 제주도에도 갔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터키 여행도 했다. 짠돌이 신랑을 얻었지만 난 자주적인 삶을 살았기에 가능했다.

명작을 읽으며 가족을 돌아본다. 신랑은 추억보다 통장 잔고를 중하게 여긴다. 난 잔고보다 추억을 소중하게 여긴다. 이런 남녀가 만나 큰애는 자유를 막내는 잔고를 물려받았다.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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