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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Aug 09. 2021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뭉클함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이 채워준 올 여름의 뭉클함 (연경언니 사랑해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올림픽이 끝이 났다. 전 세계 체육인과 그들을 열혈이 지지하는 스포츠 팬들을 초대하여 매번 성대하게 치러졌던 축제의 역사가 무색할 만큼 코로나 19는 올림픽의 역사에도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무관중은 당연하고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마저 악수나 포옹을 할 수 없었고 노력의 결실로 얻어낸 메달 역시 스스로 목에 걸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운동선수들과 해외 스포츠 팬들, 무엇보다 일본의 자국민 역시 크게 염려했던 올림픽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긴 채 마무리되었다.

나 역시 올림픽 개최에 대한 회의감을 품고 있었다. 도쿄 올림픽이 개막했던 올해 7월 23일 일본, 그리고 도쿄는 매일 코로나 19 확진자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증가 추세와 올림픽 관련자와 일부 국가 선수들의 확진 소식, 그리고 선수단 시설 부실에 대한 뉴스는 나와 같은 일반 시민 역시 불안케 했다. 우리 선수들은 과연 괜찮을까, 먹고 자는 데는 위험이 없을까, 그리고 관중 없이 진행되는 경기에선 충분히 힘을 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도 막상 올림픽 경기가 시작되니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마침 일본과 한국은 시차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깨어있는 모든 시간에 스포츠 경기 중계방송이 흘러나왔고 덕분에(?) 근무시간에도 (아니 나의 경우 연구시간에도) 열정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의 시합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어린 선수들의 활약과 대한민국 양궁의 위력을 보여줬던 안산 선수의 3관왕 소식, 그리고 수상이나 높은 성적을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육상이나 다이빙, 그리고 승마와 같은 종목에서 아시아 그리고 대한민국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뿌듯한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뭉클함은 우리나라 여자배구 팀의 4강 신화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의 자랑, 여자배구 10번, 김연경 주장이 이끈 우리나라 여자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팀워크는 이번 여름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뭉클함을 선물했다. 


이번 올림픽 우리나라 여자배구 선수들의 출전 소식은 올림픽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선수 등 최근 10년 동안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활약에 큰 힘을 보탰던 선수들의 마지막 국가대표 출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라스트 댄스”를 지켜보기 위해 직접 경기 관람을 하러 도쿄에 갈 수는 없었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여자배구 경기를 챙겨보며 응원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나 역시 수많은 올림픽 종목 중 여자배구 경기만 유독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봤다. 뜬금없지만 연경 언니 사랑해요!)


7월 25일 브라질과의 예선 경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여자배구 대표팀의 시합 일정이 시작되었다. 전체 순위 3위를 자랑하는 브라질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고 첫 번째 경기는 세트 스코어 3:0으로 브라질에 패하게 됐다. 하지만 그 후 케냐, 도미니카 공화국, 그리고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우리나라 여자배구 팀은 3승 1패의 성적으로 8강 진출을 확정 짓게 된다! 매 경기마다 다섯 번째 세트 끝까지 점수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그 감동이 더욱 컸다. 수비에 워낙 강한 일본팀을 상대하며 우리 선수들이 많이 지쳐 보이기도 했는데 마지막 점수를 따내며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세르비아와의 예선 경기를 치른 후 터키와 8강 경기를 앞두게 되었다.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올림픽 여자배구 A조 3위를 기록하며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출처: 중앙일보)

8월 4일 수요일 아침 9시. 우리 선수들은 터키와 4강 진출을 두고 시합을 치르게 되었고 극적으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게 되었다! 이번 터키전 경기가 특히나 더 뭉클했던 이유는 터키 국가팀이 우리 선수들에게 좀처럼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세트에서 13:13까지 경기가 이어지면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되었는데 (역시나) 갓 연경 선수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자랑하며 15:13으로 다섯 번째 세트를 마무리 지어줬다. 덕질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선수다. 혼자 멋지고 잘하고 따뜻하고, 욕심쟁이 선수다. (반함)

터키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4강 진출 기쁨을 만긱하는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 선수들 (이미지 출처: 경기 신문)

기분 좋게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써낸 우리 여자배구팀은 8월 6일 금요일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치르게 되었지만 엄청난 상대팀의 공격에 세츠 스코어 3:0으로 패하고 말았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모두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에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틀 후인 8월 8일 일요일 아침, 우리 선수들은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여자배구 팀 에이스 선수들의 “라스트 댄스”에선 메달을 따내지 못했고, 그렇게 2020 도쿄 올림픽 시합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이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품은 사람들은 정말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마음은 그들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을 우리 선수들이 목에 메달을 걸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열두 명의 선수들이 한 팀이 되어 써 내려가는 역사적인 서사에서 “메달”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어 그들이 더 환하게 웃으며 기쁨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하는 김연경 선수의 소감과 그의 눈물을 보며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모든 운동 경기의 결실이 “메달”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와 그녀의 팀에게 메달을 선물하며 수고하셨다는 말,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김연경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 기사를 접하면 혼자 더 마음이 찡해지는 것 같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이후 수많은 “식빵”을 손수 구워주며 “식빵 언니”로서 큰 사랑을 받았던 연경 언니의 은퇴 소식은 정말 아쉽다. 하지만 매번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큰 성과 소식을 따라다녔던 우리 선수들의 부상 소식과 오랜 시간 수고했을 그녀의 노력을 생각하면 얼른 건강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팬심을 빙자한 파워 오지라퍼적 발언이지만 이건 정말 내 진심이다. 그녀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은퇴 생활을 준비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연경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 관련 기사를 보면 마음이 더 찡해진다. 언니 가지마… 아니 얼른 쉬세요… 아니 가지마요… 아니 이제 푹 쉬세요…
배구 코트 위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이미지 출처: SBS 뉴스)
언니, 제가 많이 좋아합니다…! (이미지 출처: SBS 뉴스)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김연경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 역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된 것 같다. 리우 올림픽 때 마음의 상처가 컸던 박정아, 김희진 선수뿐만 아니라 ‘블로퀸’ 양효진 선수, 그 외에도 열심히 배구 코트를 빛내준 이소영, 염혜선, 안혜진, 박은진, 오지영, 김수지, 정지윤 그리고 표승주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앞으로는 그대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부정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길 온 마음 다해 바라본다.

출처: 인스타그램 il_koongy 작가님

이번 올림픽에서 또 다른 주목을 받은 스타는 바로 여자배구팀 감독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다. 한국 선수들과 완벽 적응을 이룬 그의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는 네티즌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가 보여준 리더십과 우리 선수들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수평적인 소통 방법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김연경 선수와 라바리니 감독의 SNS 꽁냥 잔치. 귀여운 케미를 자랑하는 그들의 모습을 언젠간 또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제 올림픽은 끝났지만 많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 특히 유튜브나 각종 SNS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살펴보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에 관심을 갖게 된 대중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연경신” “잘생쁨 김희진” 등 그녀들의 도전뿐만 아니라 일상에 대한 관심 역시 늘어났는데 이 기세를 타서 우리 배구선수들이 더 열심히 배구에 집중하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더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이런 ‘덕질’에 가담하여 그녀들에 대한 관심을 오랫동안 이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올림픽 경기를 통해 같은 세대에서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고 응원할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감사의 인사 전하고 싶다. 나는 이번 올림픽 경기 중계방송을 챙겨본 것에 지나지 않는 일반 대중이지만 이토록  뭉클함을 선물 받게   몰랐다. 앞으로 함께 연대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대한민국 여자배구 팀을 응원하고 싶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한민국 여자배구팀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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