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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Apr 30. 2022

나의 봄맞이 외향인 라이프스타일 체험 일지

함께라서 행복했던 뭉클한 4월을 돌아보며

봄 날씨가 너무 좋았다.


원래는 완연한 ‘가을 파’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찾아오는 봄도 좋지만 매서운 더위가 끝나고 찾아오는 선선한 바람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란색 웜톤으로 물드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빛깔이 너무 좋아서 가을을 더 좋아한다. (내가 11월, 가을에 태어났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거지 봄도 아주 많이 애정 하는 계절인데 올봄은 유독 마음 기쁜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오늘은 특정한 주제를 잡고 글을 쓰고 싶다기보다는 내가 봄 내내 느꼈던 4월의 뭉클함을 가득 담아 이번 달을 돌아보려고 한다.

벚꽃 구경 실컷 했던 이번 봄! 코로나 3년차를 맞이하면서 방역 수칙이 많이 완화되어서인지 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덕분에 분위기를 더 즐길 수도 있었다.

기분 좋은 약속으로 시작한 4월. 4월 초에는 일상적인 밥 약속이 많았다. 평소에 추위를 핑계로(?)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들과 따뜻한 한 끼 식사를 함께 하며 다가오는 봄날에 대한 기대감을 공유하고 배부른 몸을 이끌어 캠퍼스에 피어올라오고 있는 목련과 벚꽃을 구경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친구가 대전으로 놀러 온 덕분에 나 역시 평소에는 굳이 갈 일이 없는 엑스포 공원이나 한빛 타워 등 대전의 다양한 “유잼 명소”를 둘러보며 대전의 봄을 만끽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심당은 그날의 마지막 코스가 되었다.)

나의 어은동 최애 식당 "111-7"에서는 치킨 난반과 가락국수 샐러드의 조합을 즐길 수 있다. 원래는 오믈렛 돈가스와 명란 파스타 조합이 진리인데 사장님께서 해당 메뉴를 없애셨다
대전 신세계 백화점 옆 35층 스타벅스에서 바라본 대전 시내. 이정도 뷰면 한밭 수목원이 아니라 맨해튼 센트럴 파크 아닌가? (억지)
개인적으로 93년도 엑스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서 큰 감흥이 없었는데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나라에서 엑스포 과학공원이 큰 인기를 누렸던 시기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꽃이 피면 마음이 조급해지곤 한다. 떨어지기 전에 제대로 구경하고 사진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고, 눈에 실컷 담아 내년 봄까지 그 기운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유가 어찌 됐던 꽃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정신을 집중하고 본업에 충실하기 굉장히 어려워진다. 특히나 우리 학교는 대전의 벚꽃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라 외부인 관광객도 많고 전통의 “딸기 파티”가 한창인 곳에선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펴고 딸기와 도시락을 나눠 먹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라는 긴 터널의 출구가 어렴풋이라도 보일락 말락 하는 봄이라 그런지 작년과 재작년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마음이 더 들뜬 것 같기도 하다.

4월엔 벚꽃길이 아쉬워서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대신 갑천 길을 따라 걸어서 출퇴근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하루의 마무리가 더욱 뿌듯해진다.

그렇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혼자서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모여 목련과 벚꽃을 구경했고 성실하고 진심을 다해 봄 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마침(?) 근처 연구실의 안전 문제로 실험실을 비워야 했던 오전엔 교내 위치하고 있는 어은 동산을 한 바퀴 돌며 예쁜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딸기 파티”를 나 역시 삼 년 만에 즐길 수 있었다. 무려 8년 만에 동아리 친구들과 모여 김밥과 피자 그리고 딸기를 나눠 먹으며 근황 소식을 주고받기도 했고 찬란한 오후의 날씨를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마음에  캠퍼스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모여 커피 타임을 갖기도 했다. (흠 4월 초에는 정말 연구를 열심히 안 한 것 같군.) 모이기만 해도 즐거운 친구들 덕분에 ‘파워 집순이’인 나 마저 바로 퇴근하기엔 아쉬운 마음에 저녁으로 치킨을 주문해서 테라스 수다 타임을 가졌고, 그날 저녁엔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봄맞이 술자리를 즐겼다. 평소엔 거절도 잘하고 집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과를 굉장히 중요시하지만 이런 날엔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연구실 친구들과 눈만 마주쳐도 맥주가 당긴다. 역시 나는 내향형과 외향형 중간 그 어디쯤을 차지하고 있는 유형인 것 같다.

3년 만에 제대로(?) 즐긴 학교의 전통 딸기파티. 메뉴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딸기를 필수고 가장 흔한 메뉴는 가까운 동네에 위치하고 있는 고봉민 김밥, 도미노피자 등이 있다.
연구실 마니또가 건내주었던 치즈 콤보 나쵸 세트. 그리고 딸기파티 전야제로 연구실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화이트 와인.

마침 그다음 날 우리 연구실에서도 딸기 파티를 즐겼는데 예상 강수량이 꽤 되어서 걱정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햇볕이 쨍하고 바람도 선선했다. 도서관 앞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옹기종기 모여 각종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정말 귀엽게도(?) 마니또 이벤트까지 기획해서 서로에게 봄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기분 좋은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게 바로 캠퍼스의 낭만이지… 유독 신났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그날도 역시 연구는 제대로 못했던 것 같지만, 이런 날도 있어야 더 열심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


그리고 또 한 번 봄을 환영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으로 봄맞이 가족여행을 떠났다.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던 주말인데 바닷가 근처에도 이미 더운 기운이 가득했다. 요즘 고성에선 핫플이 슬슬 생겨나는 것 같은데 맛있는 일식 돈가스와 젤라토로 배를 채우고 로컬 마트에서 장을 식재료를 사다가 저녁밥을 해 먹었다. 원래도 두부를 좋아하지만 강원도 초당 두부는 더 맛이 좋아서 강원도에 갈 때마다 더 즐겨 먹곤 하는데 돼지고기 김치볶음과 함께한 두부김치의 맛이 정말 좋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두부 김치 생각에 또 배가 고파온다. 방금 전에 점심 먹은 사람인데 말이다.

고성 <보배진>에서 먹은 카츠 정식. 규모는 작지만 온 마음 담아 내어주시는 정식이 양도 딱 좋고 맛도 좋고 온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메뉴였다. 단골 손님 예약이다.
고성 <썬크림>에서 사먹은 젤라또. 후식으로 짱이었다, 아주 훌륭한 코스가 될듯.
어디로 가든 그곳만의 로컬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다. (원래부터 장보는 일에 진심이긴 하지만.) 하나로 마트에서 싱싱한 재료를 사다가 다 같이 저녁을 해 먹었
다음날 방문한 고성 <바우지움 조각 미술관> 정갈한 분위기가 매력있긴한데 조각품 전시는 다소 아쉬웠다. 규모 자체가 크진 않은데 옆에 있는 카페가 더 매력있었다. (애정하는 쑥)

고성에서는 바닷가 산책도 하고 다음날엔 바우지움 미술관과 금강산 신선대를 등반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우리 가족끼리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기 위해 운동량을 늘리자는 약속 아닌 약속을(?) 했는데 나름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힘들게 등반해서 신선대에서 바라본 설악산 울산바위는 그 웅장함이 정말 멋있었고, 하산 후 먹은 비빔막국수와 보쌈의 조합은 뭐, 말 안 해도 잘 전달될 거라 믿는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등반한 금강산 신선대. 산은 잘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내려오는건 더 중요한 것 같다. 마치 인생과도 비슷하달까(?).
등산후 동치미 막국수와 보쌈의 조합. 보쌈 맛있게 먹으려고 등산을 하는 것 같기도하다. 다음엔 기름진 전이나 매콤한 도토리묵 무침도 먹고싶다.

다시 일상의 본진으로 돌아와서도 행복한 봄날은 계속됐다. 마켓 컬리에서 갑자기 선물한(?) 적립금 덕분에 대전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타르틴 빵을 구매할 수 있었고 고성 하나로마트에서 구매한 청국장 덕분에 든든한 끼니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실 동기와의 브런치 약속에선 진지하고 재밌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근황 토크를 주고받았는데 또 한 번 연대의 힘을 경험한 것 같다. 답도 없고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을 땐 주변 사람들과의 솔직한 대화와 공감대 형성이 정말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 그리고 까눌레와 같은 탄수화물도 큰 위로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주말 역시 친구들과 카페 일기 타임, 그리고 맛집 탐방과 나들이의 시간을 가졌다. 아침으로 따뜻한 카푸치노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쑥 인절미 쿠키를 먹고 점심으로는 생면 파스타 바, 오후에는 대청댐 근처 로하스 공원에 가서 피크닉을 즐겼는데 정말 완벽한 코스였다. 본인도 일기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주변에 다이어리에 진심인 친구들이 있다면 함께 카페 타임을 보내며 일기 쓰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너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쓰기엔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서로의 ‘다꾸템 (다이어리 꾸미기 아이템)’도 공유하고 디저트도 나눠 먹고 아주 훌륭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은동 <모티프>에서 즐긴 브런치. 기본 브런치 플레이트에 원하는 토핑을 얹을 수 있는데 나는 치킨텐더를 선택했다. 아주 잘한 결정이었고 말이다.
다이어리에 진심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대전 신성동 <디프커피> 체인점을 제외하고는 이른 아침부터 여는 카페가 잘 없어서 아침형 인간으로서 굉장히 불편했는데 여긴 아침 8시부터다!
신탄진 근처 생면 파스타 바 <플랫폼>에서 점심을 먹고 대청댐 근처로 드라이브를 가서 로하스 공원에서 짧지만 강렬한(?) 피크닉을 즐겼다. 강렬한 이유는 바로 고스톱 내기 덕분.

이번 달의 구매 목록 이야기도 빠질 수가 없는데 (드디어) 에어팟을 다시 구매했다! 4년 전 애플의 에어팟이 처음 출시되고 ‘콩나물’ 같은 외형 때문에 놀림을 받던 시절 나름 얼리어답터라는 자부심과 함께 에어팟 사용을 시작했는데 3년 차를 지나고 나서부터 슬슬 충전기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줄 달린 이어팟으로 버텨보려고 했으나 최근에 러닝을 시작한 탓에(?) 에어팟 재구매를 결심했고 평소에 커널형을 불편해하지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못 잃는다는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어필 덕분에 에어팟 프로를 구매했다. 결과적으로는 정. 말 만족한다… 올해 초에는 애플 워치를 구매했는데 오늘 날짜 기준 올해 구매 목록 중 가장 잘 구매한 순위 1위는 애플 워치, 그리고 2위는 에어팟 프로다. 애플… 내 돈은 전부 다 가져갈 계획인가보다. 구매한 에어팟 덕분에 러닝도 훨씬 잘되고, 또 요즘은 출퇴근할 때 걸어서 다니거나 대전의 ‘따릉이’인 ‘타슈’ 공용 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활동량도 늘고 날씨를 즐기기에도 좋고 기분전환도 잘되는 것 같아 아주 좋다. 확실히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서부터 온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 러닝은 좀 더 꾸준히 해보다가 따로 글을 써볼 계획이다.

한 달 넘게 최저가를 검색해보며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만큼 만족도가 높다. 원래 커널형 이어폰을 좋아하지 않지만 내 귀에 알맞는 사이즈를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안된다. 애플 사랑해

이번 봄, 특히나 4월이 왜 이렇게 즐거웠는지, 어떤 이유로 이토록 행복함을 자주 느꼈는지 생각해봤는데 외향인 라이프스타일 체험기 역시 큰 몫을 한 것 같다. 평소에 약속도 잘 잡지 않고 모임이 생기면 빨리 귀가하기 급급한 나이지만 올봄은 약간의 변화에 도전해봤다. 어색함이 뻔히 예상되는 모임 자리에 “참석” 투표를 했고 그날의 실험을 마무리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연구실에 남아 있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에 가는 주말엔 실컷 약속을 잡고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캐치업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서울에서의 다양한 밥 약속 덕분에 여러 음식점과 카페를 오가며 서울 물가에 여러 번 놀라기도 했지만 전혀 후회 없이 즐거운 만남의 시간들이었다. 자주는 힘들어도 꾸준히 볼 수 있는, 그리고 언제 봐도 한결같은 친구들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인 것 같다.

서래마을 <더푸드더즈매터>라는 비건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졌다.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아서 예전에 상해에서 자주 갔던 <Element Fresh>라는 샐러드바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대전 신성동 <좋은 하루>에서 메밀소바와 돈까스 조합을 먹고 <디프커피>에 재방문 하여 이번엔 쑥인절미크럼블 쿠키 대신 레몬 홍차 쿠키를 먹었다. 진솔한 대화와 어울리는 디저트였다
신세계 <호시 카츠>에서 먹은 저녁. 이번 달 내가 행복했던 이유는 엄청난 먹부림 덕분인 것 같기도.

벌써 4월의 마지막 주다. 내일모레면 또 한 번 새로운 달을 맞이하게 되고 다음 달엔 3년 만의 해외 학회 일정까지 예정되어 있어서 마음도 바쁘고 들뜸 현상이 슬슬 몰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정말 행복했던 이번 달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4월 일지를 남기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사실 연구실 친구들과의 집들이 약속이 잡혀 있다. 자취를 처음 시작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친구들을 그만큼 자주 초대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잘 지냈다 보니 괜히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평온함이 끝나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다. 그만큼 오르락내리락하는 삶의 파도가 버겁다는 점을 여러 번 경험적으로 알게 되다 보니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털어놨을 때 친구는 내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언해주었다. 속상한 일은 안 생기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지금은 즐겁고 행복한대로 이 시간을 누리고 다음 걱정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나도 머리로는 잘 아는데 역시 실천이 참 어렵다. 다가오는 5월도 그리고 남은 인생도 그 어떤 파도가 찾아오든 지혜로운 서퍼처럼 파도를 만끽하고 즐길 수 있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한 가지 소원을 더 공유하자면 조금만 더 천천히 더워졌으면 싶고 말이다.

그리고 그 날의 저녁 홈파티 역시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어떤 메뉴를 준비하든 치킨이 빠지면 섭섭하다. (보험 같은 메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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