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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Apr 30. 2022

뜀박질 선언문

애플 워치, 나이키 런 그리고 에어팟 프로 구매 일지(?)

2022년 1월, "애플 워치 병"에 걸렸었다. 이는 애플 워치를 실제로 구매하는 방법 외에는 완치법이 없는 아주 무시무시한 병이다. 주변에 애플 워치를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러 번 추천을 받고 심지어 몇 년 전 생일 선물로 애플 워치를 사주겠다는 친언니의 달콤한 제안까지 받았지만 당시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수많은 스크린과 온갖 알림 (notification) 설정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굳이 알림을 몇 번 더 리마인드 해주는 손목시계를 갖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피트니스' 기능을 사용하면 오랜 시간 앉아있거나 운동량이 적은 날엔 애플 워치가 잔소리를 퍼붓는다고(?) 전해 들었는데 당시엔 기가 찼다. 기계 따위가(?) 나의 게으름에 참견한다고? 우리 부모님도 아니면서!?


이렇게 완강했던 나의 태도가 무색하게도 연초의 나는 애플 워치에 제대로 꽂혀있었다. 작년 연말 수차례의 송년 약속을 가지며 적지 않은 양의 술과 치킨 그리고 디저트를 양껏 먹은 탓에 평소보다 훨씬 더 몸이 무거워졌던 이유도 있고, 작년에 자취와 운전을 동시에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운동량이 확연하게 줄은 탓에 몸무게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탓도 있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을 거라는 꿋꿋한 고집 덕분에(?) 본인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냈었는데 새해 기념 인바디 지수를 측정해보고 굉장히 충격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대로는 절대 안 되겠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생활 습관 개선을 위한 고민 대신 애플 워치에 대한 소유욕이 증폭되고 말았다.


결론은 예상대로다. 애플 워치 병 완치를 위해서는 애플 워치를 구매해야 한다. 애플 워치에 제대로 꽂힌 이후 네이버 최저가 검색, 애플 공식 홈페이지, 쿠팡 등 다양한 사이트를 돌고 돌다가 결국 나의 정착지는 '당근 마켓'이었다. 미개봉 상품을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이웃을 찾아 곧바로 거래했고 혼자 언박싱을 하며 굉장히 신났었다. 맥북 에어, 아이패드 에어, 아이폰 11 그리고 에어팟을 오랜 시간 사용해온 (자랑스러운) "앱등이"로서 한 가지 첨언을 더하자면 애플 제품은 포장부터 남다르다. 포장의 '콤팩트 (compact)'함이 특별히 남다른데 굉장히 촘촘하고 시그니처 색깔인 하얀색 배경에 다양한 디자인과 설명글이 그려져 있는 가이드북도 정말 친절하다. 아무튼 포장을 뜯고 다니 영롱한 애플 워치 7이 나에게 "안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애플이 사람이라면 플러팅도 (flirting) 잘할 것 같다

애플워치 7 스타라이트 제품을 구매했다. 얼핏 보면 특별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정말 예쁘다. 어떤 옷을 입든 간에 전부 다 어울리고 말이다. 
애플 워치를 처음 구매하고 어떤 화면을 사용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론은 화면에 상관없이 전부 다 예쁘다는 것이다. 

원래도 한 건강함을 자랑하는 나이지만 애플 워치 구매와 새해를 맞이하며 좀 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우선 차로 출퇴근하는 횟수를 줄이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엔 일부러 걸어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걸음수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됐고 하루 소비 칼로리양을 측정하는 "움직이기, " 그날의 운동 시간을 측정하는 "운동하기, " 그리고 오랜 시간 앉아있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일어서기" 시간을 나타내는 피트니스 링을 채워주는 "맛"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필자는 한 번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집착과 강박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 초반에는 피트니스 링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9분만 더 걷다 오는 건 어때?"라고 애플 워치가 제안하면 처음엔 짜증이 나다가도 지는 마음으로 분리수거를 할 겸 동네 마트까지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확실히 이전보다는 더 많이 움직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체중이 줄거나 요즘 유행하는 "눈바디"의 (체중관리를 할 때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확인하는 것을 가리킨다.) 변화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먹는 것을 그대로이니 딱히 살이 빠질 이유는 없었고 필라테스도 꾸준히 다니고 걷는 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충분히 체지방을 태울만한 강도의 운동은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날도 따뜻해지고 오랜 연구실 생활에 부족한 유산소 운동에도 도전해볼 겸 나는 친구와 함께 러닝에 도전하게 되었다.


솔직히 '러닝'이라는 표현도 좀 부끄럽긴 하다. 유산소 운동을 정말 싫어하고 평소에 걷는 속도도 굉장히 느려서 주변에서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인데 뜀박질이라니... 생각만 해도 뛰기 싫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고 머리도 아픈 것 같았다. 게다가 도대체 어떤 자세로 얼마나 오랜 시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어야 하는 건지 전혀 감이 없다 보니 막막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연구자 커리어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친한 친구에게 뛰는 날 나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유산소와 근력운동 모두 이미 고수인 그녀에게 한 번만 봐달라는 애절하게(?) 부탁한 덕분에 우리는 주말 오후 학교 근처의 갑천을 따라 가벼운 조깅을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나의 간절한 부탁 없이도 흔쾌히 나와 함께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뛰는 게 너무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친구와 함께 있으면 하고 싶은 말도 계속 생각나고, 또 나 때문에 친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 마음도 들었고 말이다. 하지만 천천히 오랜 시간 꾸준히 움직인 덕분에 우리는 6.35킬로를 뛰며 무려 250 칼로리를 태웠고 돌아오는 길엔 신나는 수다타임 역시 함께 할 수 있었다. 원래 혼자 하는 운동을 선호하는 편인데 왜 누군가와 함께 뛰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혼자 뛸 때보다 더 오랜 시간 뛸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은 바깥 공기가 선선하던 2월의 마지막 주말 친구와 함께 첫 번째 러닝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각자의 바쁜 스케줄을 유지하며 매번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운 법. 그래서 나는 혼자도 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모색하던 중 가장 유명한 나이키의 "나이키 런 클럽 (Nike Run Club)" 어플을 사용해보았다. 처음엔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고생했는데 "첫 번째 뜀박질 (First Run)"이라는 코스가 있어서 20분짜리 조깅에 도전했는데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소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어폰 속 코치는 계속해서 나의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격려 연설 (pep talk)을 읊어댔다. 어렸을 때 다녔던 국제학교 체육 선생님을 재회한 느낌도 늘고 나름 영감을 받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힘들지 않게 천천히 뛰면서 이 시간을 즐기라는 코치의 말에 깊게 공감하며 혼자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래,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과 가끔씩 코치의 질문에 실제로 답변을 하며 나 홀로 갑천을 달렸다. 아주 웃기고 뭉클한 시간이었다

혼자서 처음으로 사용해본 나이키 런 클럽 어플의 결과다. 기록도 남고 재밌는 취미가 될 것 같다. 

나이키 런 클럽 어플을 사용하다 보면 가장 유명한 Coach Bennett과 함께 굉장히 깊은 유대감을 쌓게 되는데 내가 가장 좋았던 말은 "러닝은 숫자에 관한 것이 아니다 (It's not about the numbers)"는 말이었다. 내가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오래 뛰었는지, 멀리까지 뛰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뛰기로 마음을 먹고 나섰다는 나의 정신 상태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고 코치 베넷과 나 둘 다 매우 감정적인 순간이 되었다. 그렇게 몇 번 더 퇴근 후 시간이 허락하는 날 조깅을 시도해봤는데 (러닝은 숫자에 관한 것이 아니긴 하지만) 확실히 더 빨리는 아니어도 더 오래 뛸 수 있게 되었다. 아직 30분 이상은 자신이 없지만 끝까지 완주한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고 여기서 느낀 재미는 내가 계속해서 어플을 사용하는데 큰 이바지를 한 것 같다. 

실제로 뛰는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변화를 느끼니 조깅하는 시간이 더 재밌게 느껴졌다! 
처음 어플을 사용할 땐 간지나는(?) 운동 기록 공유 방법도 알지 못했는데 이젠 나름 나만의 감성을 담아 기록을 남기고 정리해두고 있다. 
가장 최근 뛴 조깅에서는 30분 동안 4킬로 정도를 뛰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나의 목표지만 의식하지 않아도 꾸준히 개선되는 기록을 관찰하는 일도 즐겁다. 

유독 과식이 잦아지는 주말의 끝 무렵엔 충분히 뛰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그래서 이런 날엔 또 한 번 친구의 도움을 받곤 한다. 서로 무거워진 엉덩이와 게을러지는 마음을 다잡고 갑천에서 만나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하는데 나름 갑천만의 생태계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일주일 동안 각자에게 있었던 일을 공유하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시간이라 더 좋은 것 같다.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갑천에서 수달도 만났다! 그만큼 깨끗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달이 살곳을 잃어 도로변 갑천까지 내려온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안타깝기도했다. 

확실히 활동량이 많아졌다. 요즘은 날씨가 더 좋아져서 대전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타슈"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는데 시간도 단축되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일도 매우 즐겁다. 아침저녁으로 훅 엔도르핀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긴 어렵겠지만 요즘엔 정신적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서 온다는 말은 틀린 게 한 구석도 없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편의를 위해 분리해서 정의하는 것이지 사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선 열심히 움직이도 단련하고 번뇌를 풀어갈 수 있는 활동을 늘려가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런 좋은 에너지가 앞으로도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대전의 "따릉이" - "타슈" 단골 이용객이 되었다. 올해부터 무료 서비스가 되었는데 집 앞과 학교 앞에 거치대가 있어서 정말 편리하다. 참 살기 좋은 도시다. 

앞으로도 꾸준히 뜀박질에 재미를 붙이겠다는 다짐과 함께 한 가지 고백을 더 추가하자면... 올봄, 필자는 또 한 번 에어팟 병에 걸렸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말 안 해도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같은 방법으로 치유되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분명 이어팟으로 버텨보려고 했는데 뜀박질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줄이 어지간히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계속 꼬이고 후드티 줄과 함께 엉키고... 그래서 일반형과 커널형 중 오랜 고민 끝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에 대한 강력한 추천을 바탕으로 에어팟 프로를 구매했다. 결과는 말해 뭐해. 역시나 대만족이다. 커널 사이즈도 선택할 수 있어서 불편함도 없고 확실히 외부 소음이 차단되는데 아무리 뛰어도 귀에서 이어폰이 빠질 위험이 없다. 움직임도 더 자유로워졌고 코치 베넷의 응원에도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애플.

아이폰 11에 포함되어있던 유선 이어폰... 음질은 훌륭하지만 몇 년 사이에 선이 정말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구매한 에어팟 프로! 앞으로 열심히 사용해야지! 

앞선 글에서 4월의 행복감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외향적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했고 그와 동시에 맛있는 음식도 참 많이 먹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다 보니 내가 시도했던 활동적 라이프 스타일 역시 내 마음의 안정감과 긍정적인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건강한 심신을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으며 하루씩 더 행복하게 지내야겠다. 피트니스 링을 채우려는 강박보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에 귀를 기울이며 건강한 일상을 지속할 것을 선언한다. 

4월의 피트니스링. 주말에도 최대한 활동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있다. 다음 달에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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