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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May 24. 2022

n 년만의 장시간 비행

인천에서 뉴욕까지 뭉클한 비행시간 보내는 방법

사부작사부작. 비행기 좌석에 앉아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열네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강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장시간 비행 중 나는 그 누구보다 바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장시간 비행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일정은 꿈도 꿀 수 없던 지난 2년 반 동안 국내 학회 일정 덕분에 제주도행 비행기를 탄 적은 있지만 해외 입국을 위한 장시간 비행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2019년도 연말 막차 탑승에 성공하여(?) 뉴질랜드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것이 한동안의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줄 당시에는 정말 몰랐다. 이번 장시간 비행의 목적지는 심지어 뉴욕 JFK 공항이었다. 나에게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뉴욕으로 4년 만에 다시 돌아가게 되었는데 - 뉴욕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위치하고 있는 연구소의 학회에 참석하기 위한 일정이었다. 대학원생이 되고 처음으로, 그리고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 일정이 뉴욕이라 더욱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관광 시간은 부족하지만 다시 뉴욕과 재회할 수 있다는 마음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인천공항에서 뉴욕 JFK 공항까지는 편도로 열네 시간 정도 소요되어 아주 긴 비행시간을 자랑하는데 나는 이번 비행 여행에서도 다양한 계획을 세워두었다. 자세한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한 가지 밝힐 점이 있는데 나는 비행기에서 잠을 잘 못 잔다. 다양한 국제무대를 오가며 해외 일정 (International traveling)을 소화하는 일이 꿈의 직장 특징 중 하나인 나로서 굉장히 고달픈 성향이 아닐 수 없는데 아무리 긴 비행시간이라도 나는 충분히 또는 개운한 잠을 청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 (아직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탑승 경험이 없어서 일수도…?) 비행기 외 다른 탈 것에서도 잠을 잘 자는 편이 아니긴 한데 유독 비행기가 더 심하다. 아무튼 이전에 뉴욕을 오가는 비행기에서는 열네 시간 중 30분 정도의 수면 시간이 전부였는데 현지에 도착해서도 그렇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렇고 한동안 극심한 jet-lag에 시달리곤 했다.


다시 장시간 비행 계획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비행시간 동안 잠을 청하는 일이 유독 어렵기 때문에 온전히 깨어있는 채로 열네 시간을 보내는 일은 꽤나 고달픈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몇 번 장시간 비행을 경험해본 이후 나는 오히려 이 시간을 십분 사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약간 혼자 카페에 가서 할 일을 하고 인생을 돌아보고(?) 일종의 ‘reflection time’을 갖는 느낌과 비슷한데 대부분의 경우 보고 싶은 영화를 감상하거나, 오랜 시간 미뤘던 독서 시간을 갖거나, 다이어리나 엽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갖거나 지금처럼 긴 글을 쓰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결국 나의 계획은 전부 다 감성적이고 뭉클한 취미 생활을 비행기에서도 이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으로 비행시간 중의 To do list를 준비해서 하나씩 해 치우다 보면 도착까지 남은 시간은 은근 금방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여행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가족과 여행하거나 혼자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교수님과 단 둘이 하는 비행 일정이었다. 아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을 대학원생 독자 분들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이야기하고 싶은데,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지도교수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다. 게다가 열네 시간 동안은 각자의 private time을 위해 어느 정도 거리감 있는 좌석을 선택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사실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어렸을 때부터 뉴욕에서 공부하면서 인천공항과 JFK를 밥 먹듯이 오가던 분인데 그래서 그런지 장시간 비행에 대한 꿀팁을 정말 많이 알려주셨다. 우선 비행기 멀미약을 선물하셨는데 비행 중 느껴지는 더부룩함이 비행기 멀미의 일환일 수 있어서 미리 약을 챙겨 먹으면 훨씬 낫다는 조언을 주셨다. 무려 만 이천 원이나 하는 멀미약을 선물 받았는데 또, 또, 또 과한 감동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실제로 덕분에 계속 앉아서 기내식을 사육당하는 열네 시간 동안 배부름 없이 무사히 JFK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복용해본 비행기 멀미약. 항상 느껴지는 더부룩함과 불편함이 마냥 좁은 공간에서의 오랜시간 비행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계속 간식을 먹어도(?) 속이 편안했다!

비행기에 탄 이후엔 나의 첫 번째 계획이 시작되는 게 그건 바로 special meal 기내식 신청 서비스다. 일반 기내식에도 항상 옵션이 있지만 여러 가지 식이 조건 (dietary condition)을 고려한 선택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훨씬 더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도 가장 빨리! 밥을 받을 수 있다. 느긋한 삶을 지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조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 나는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스피드에 매혹되었고 무엇보다 익힌 해산물 요리를 좋아하는 덕분에 항상 해산물 음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친한 친구는 더부룩함을 피하기 위해 과일식을 신청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너무 배가 고파져서 힘들기 때문에 나는 항상 ‘시푸드’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첫 번째 밥은 알비올 리와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구운 연어 요리였다. 여기에 수면 유도를 위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무엇보다 기내식을 정말 오랜만에 경험하는 거라 더 감회가 새로웠다. 코로나 시국에 닫힌 공간에서 밥을 먹는다는 일이 처음엔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막상 밥을 먹기 시작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은 금방 사라졌다.

미리 주문해둔 해산물 특별식. 추가 비용없이 원하는 경우 미리 주문할 수 있는데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샐러드도 더 푸짐하게 느껴져서 좋다.

그다음 일정은 영화 시청이다. 영화 시청에는 큰 특별함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그렇다. 누구든 비행기에 타면 새로 업데이트된 신작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는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은 고전 영화가 업로드되어있는지 살펴본 후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골라서 소비하곤 한다. 이번에는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듄>을 봤는데 티모시의 팬이지만 너무 긴 러닝타임과 값 비싼 아이맥스 영화표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영화라 어떻게든 틀어놓고 다 보려고 노력했다. 워낙 작은 화면이라 압도감이나 몰입감은 덜했지만 그래도 <듄> 시리즈의 속편이 개봉한다면 그땐 영화관에 가서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비행기에 타고 있으면 참 신기한 것이,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하는 것도 없지만 항상 금방 금방 배가 고파진다. 이번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Kafka on the shore>를 챙겨 왔는데 승무원께 커피와 스낵 믹스를 부탁해서 간식을 먹으며 약간의 독서 시간을 가졌다. 비행시간 초반에는 어두운 기내 환경 때문에 개인 조명을 사용하는 일이 조금 눈치 보이긴 했지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간식은 땅콩이 아닌 프레첼 과자와 바나나였는데 대한항공에서 더 이상 땅콩을 서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그렇다고 말이다 허허. 그리고 마지막 식사는 한참 후에야 맛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구운 감자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생선 요리였다. 연어를 제외하고는 어떤 생선인지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아무쪼록 맛있었다.

제로콜라와 프레첼 스낵 믹스, 그리고 커피와 바나나 간식과 함께 한 독서 타임. 복도 자리라 개인 조명을 켜는 일이 조심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일정은 단순 관광이 아닌 학회 일정이었기 때문에 강연을 집중해서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시차 적응을 끝내는 일이 중요했다. 이때도 교수님께서 아주 훌륭한 팁이자 선물을 나눠주셨는데 미국 cvs에서 구매할 수 있는 멜라토닌이었다. 공항에서 시내 Penn Station으로 이동한 후 CVS에 들려 구매하신 첫 번째 아이템이었는데 이후 멜라토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찾아보니 ~이유로 잠을 유도한다고 한다. 절대 수면제는 아니고 수면 “유도제”인데 확실히 첫날밤 취침 전 한 알을 먹었더니 중간에 깨긴 했으나 눈을 감으면 바로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사실 복용량과 개인차에 따라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조심해서 복용해야겠지만 나의 경우 약이 아주 잘 받는 것 같아 장시간 비행을 앞두고 있을 땐 종종 이용해볼 것 같다.

4년 만에 도착한 뉴욕! 내가 뉴욕을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뉴욕이 내게 주는 의미에 대해선 새로운 글로 표현해봐야겠다.
도착하자마자 미국 CVS를 찾으신 교수님은 멜라토닌을 구매하셨다. 비타민처럼 수면 위한 보충제 (supplement)라고 하는데 미국에 있는 동안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맨해튼에서의 꿈같은 관광일정 하루와 4일간의 학회 일정 후 또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공항에서의 PCR 검사였다. 학회가 진행 중이던 연구소에서 검사를 받지 못해서 무려 220불이나 지불하고 신속 PCR 검사를 받았는데 한 시간 만에 음성 결과지를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양성이 나오면 미국 일정이 열흘 더 늘어나는 거라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기도…?) 공항에서는 Hudson bookstore에서 뉴요커 잡지도 샀다. 9불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워낙 저널 퀄리티가 높기도 하고 실제로 온라인 구독 중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하드 카피를 구매했다. 그리고 교수님 덕분에! JFK 라운지 사용도 해볼 수 있었는데 사람은 많았지만 각종 간식거리와 과일 그리고 샐러드를 먹고 나왔다. 이번 일정은 워낙 타이트하기도 했고 따로 쇼핑을 하고 관광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어서 선물 쇼핑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귀국 후 본가로 돌아가는데 너무 빈손인 게 아닌가 싶어서 면세점에서 주류를 구매했는데 부모님이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벌써 돌아가는 날. 5박 7일 일정은 정말 짧디 짧았다.

돌아올 때 역시 해산물 점심을 예약해둬서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기내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엔 새우 요리와 야채 그리고 구운 감자를 곁들인 메뉴였다. 돌아가는 길엔 이번 뉴욕 일정 동안 하도 느낀 점이 많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아주 솟구쳐 올랐다. 그래서 다이어리와 학회 리뷰 글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브런치 글을 미리 써두기도 하고, 또 착륙 후 지도교수님께 전달드릴 엽서도 써보았다. 감사한 마음은 표현하는 게 맞다는 나의 신조와 손 편지의 힘을 강하게 믿는 편이라 아무래도 놓칠 수 없는 엽서 작성 시간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책을 좀 읽고 미리 다운로드하여온 넷플릭스의 <나의 해방 일지>와 영화 몇 편을 보고 있다. 손석구 배우님을 좋아하는 편이라 <연애 빼고 로맨스>도 보고 이따가 밥을 먹을 때는 디즈니의 <엔칸토>를 시청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과 더불어 디즈니 플러스도 구독 신청을 고민하고 있긴 한데… 워낙 오리지널 시리즈가 많이 나오는 편이라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픽사 만세, 디즈니 만세!

Hudson bookstore에서 구매한 뉴요커 하드 카피, 그리고 교수님 덕분에 따라 들어간(?) JFK 공항 KAL라운지의 과일 믹스.
아이패드를 켜고 이번 학회 일정에서 느꼈던 점에 대해 글을 쓰고나니 시간이 많이 흘러있었다. 교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엽서도 한 장 작성했다 :)
이번에도 약간의(?) 독서 시간과 중간 간식으로 나온 햄&치즈 포켓. 밀가루 도우 안에 체다 치즈와 햄을 섞어서 구워낸 음식이었다. 맛 없을 수 없는 조합이지 뭐.
항상 궁금했지만 개봉 시기를 놓쳐서 보지 못했던 디즈니의 <엔칸토> 이전에 <코코>랑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테마가 완전히 달랐다. 디즈니 영화는 역시나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다ㅠㅠ
열 다섯시간 비행 시간을 마치며… 온 몸이 피곤했지만 뭉클한 마음이 증폭되어있었다. 역시 우리나라 밖으로 나가야 배움의 순간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걸까(?)
돌아오는 길에 나온 해산물 특별식. 두 번째 생선 요리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고 나왔다! 기내식 자체가 정말 오랜만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아무쪼록 해외 일정 후 돌아오는 길은 그 반대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실 절대적 비행시간은 더 늘어났는데도 말이다.) 오랜만의 장시간 비행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글을 작성하다 보니 벌써 남은 비행시간은 여섯 시간 하고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정도면 뭐 영화 좀 보고 밥 먹으면 끝날 텐데. 약 네 시간 정도 후 서빙될 두 번째 식사는 어떤 밥 일지 궁금해진다. 이번 해외 학회 일정을 안전하고 재밌게 마칠 수 있도록 귀국 후 코로나 검사 결과도 무사히 음성이길 바라며 앞으로도 대학원생 코에 시원한 바람을 술술 불어넣어 줄 뭉클한 해외 일정, 무엇보다 비행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 PCR 결과는 무사히 음성이었고 다음날 바로 연구실로 돌아왔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묵직하게 느낀 점이 참 많다. 잘 정리하고 소화해서 더 멋진 나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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