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먹거리로 무더위 이겨내기

프로 자취생의 제철 식재료 활용 비법

by 성급한뭉클쟁이

여름이 왔다. 너무 덥고 너무 습하다. 높은 습도 때문에 내 몸에서 땀이 잘 마르지도 않는 것 같고, 땀인지 공기 중 습도인지 구별이 잘 안 갈 때가 더 많다.

서울에 사는 가족들이 비가 많이와서 고생했다고 했는데 대전은 비교적 평화로워서 전혀 비 피해 심각성을 몰랐더랬다..

갈수록 기후위기와 이상기후 소식은 잦아지고 뉴스에선 최고 기록 경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사상 처음으로 6월에 열대야가 등장했으며 전력 사용률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삶의 방식을 수정해나가고 이를 더 지혜롭게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많은 대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으나... 현실을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우울하기도 하다. 덥고 습한 만큼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해서 무더위를 이겨보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만큼 에너지 사용률이 높아지면 내년에는, 그리고 내후년에는 올해보다 더 덥고 더 습해지겠지.


하지만 이렇게 우울함에 빠지기만 할 수는 없다. 덥지만 더위를 이겨내야 하고, 쉴 새 없이 흘러나가는 수분을 지키고 체력 관리도 필수다. 그래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내가 도모한 방법은 바로 여름 식재료를 충분히 즐기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여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열대야 소식만 접해도 몸에서 힘이 훅훅 빠지는데 (필자는 물놀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놀이하는 해수욕객들 또는 파도를 가로지르는 서퍼들의 모습을 시원한 카페에서 지켜보는 편을 선호한다.) 그래도 여름만의 '퍼크 (perk)'이자 특전인 여름 제철 먹거리를 즐기며 여름을 이겨내 보려고 한다.


자취를 시작하고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계절에 따라 동네 마트의 식재료 진열대 모습이 훅훅 바뀐다는 점이다. 아마 계절의 변화 또는 새로운 계절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첫 번째는 백화점 진열대일 것이고 (7월부터 F/W 신상이 들어오고 S/S 상품은 이미 세일 판매를 시작한다) 두 번째는 마트 먹거리 진열대일 것이다. 무튼 동네 로컬 파머스 마켓에서 장 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매주 갈 때마다 제철음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언제 어떤 과일이 달고, 무슨 채소가 싱싱하며 공급에 따라 판매 가격도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장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니 주말마다 파머스 마켓에 가서 여름 먹거리를 사서 음식을 해 먹는 일이 참 즐겁다. 우선 옥수수가 등장했고(!) 토마토 가격이 저렴해졌으며 온갖 여름 과일이 등장하고 있다. 수박, 복숭아, 자두 등 다양한 과일이 진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아직은 살짝 이르지만 포도 소식도 조만간 들릴 것 같아 설레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옥수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황작물 중 하나인데 강원도 여행을 즐기는 부모님 덕분에 나 역시 여름 강원도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고, 강원도 여름 하면 '감자'이자 '옥수수'인 것 같다. 찰진 구황작물을 1-2kg 되는 박스채로 구입해서 쪄먹으면 그 어떤 양념이나 간 없이도 정말 구수하고 맛 좋은 식재료를 즐길 수 있다.

초당옥수수! 도 좋아하지만 사실 진국은 흑옥수수라고 생각해서 제철 과일이랑 채소를 실컷 골라서 장을 봐왔다.

그리고 토마토도 종류별로 많이 입고되었는지 수량도 넉넉해지고 값도 훨씬 저렴해졌다. 나는 방울토마토는 방울토마토대로 좋아하고, 커다란 완숙 토마토는 그 나름대로 터프하게(?) 썰어서 올리브유를 뿌려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토마토를 실컷 먹을 수 있는 여름이 와서 정말 기쁘다. 여름 토마토는 정말 맛이 좋은데 최근 들어 유행했던 달디단 '스태비아 토마토'가 아니어도 토마토 본래의 맛을 달콤하게 느낄 수 있어서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식재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살짝 흥분(?) 한 것 같다. 싱싱한데 가격까지 착하면 난 정말 몰라. (무엇을?) 무튼 요즘 제철 과일과 채소로 다양한 요리를 (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고 나름의 '조리'라고 표현해야 하나) 해 먹고 있는데 여름의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차가운 음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원래 선천적으로 위 건강과 소화기관이 약한 편이고 몸도 차가운 탓에 그저 따뜻한 국물과 차, 갓 지은 밥 등 뜨끈하게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름엔 어쩔 수 없다. 국을 끓이기엔 너무 덥고, 뜨거운 밥 한 끼 생각 보단 차가운 콜드 파스타나 오픈 샌드위치 같은 메뉴가 더 생각나기 마련이다.

따뜻한 밥식 보다는 빵식이 당기는 요즘.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라 아보카도와 올리브유를 곁들여 먹었다. 정말 맛있다.

펜네나 푸실리, 리가토니 같은 숏 파스타를 삶아서 집에 있는 바질 페스토와 함께 볶아한 김 식혀먹으면 여름 맛, 빨간 맛 (아니 초록 맛)을 즐길 수 있다. 또는 당근을 채 썰어서 올리브유, 홀그레인 머스터드, 레몬즙과 후추를 곁들여 당근 라페를 만들어두면 그릭 요구르트와 함께 사워도우에 발라 먹으면 정말 꾸덕하고 상큼한 오픈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요즘 심각하게 빠져있는 메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부라타 완두콩 샐러드다. 앞서 강조했던 차가운 음식, 콜드 샐러드는 아니지만 차가운 부라타 치즈와 치킨스톡과 버터에 삶듯이 볶아낸 완두콩의 조화가 너무나도 완벽하다... 친언니의 소개로 영상을 접하게 된 유명한 브이로거 (vlogger) '오눅 (onnuk)'님의 영상에서 소개받은 레시피인데 침을 흘리며 브이로그를 시청하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완두콩 1kg와 치킨스톡 한 통을 주문했다. (전국에 계신 쿠팡 맨 덕분에 그다음 날 아침 바로 받아볼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정말 간단한 메뉴인데 완두콩을 졸였을 때 새며나 오는 그 국물도 맛있고, 쿰쿰한(?) 향이 일품인 나의 최애 빵, 타르틴 베이커리의 컨트리 빵이나 포리지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또 먹고 싶네... 그리고 영향의 균형도 훌륭한 편인 데다가 (완두콩은 단백질, 부라타 치즈는 지방, 그리고 빵은 탄수화물이다.) 포만감도 엄청나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름 다이어트 메뉴인 것 같기도... (기분 탓인가.) 아무튼 정말 맛있다. 여러분도 꼭 드셔 보시길.

토마토랑 부라타 조합도 못 잃어서 부라타 완두콩 샐러드지만 항상 토마토를 곁들여 먹는 편이다. 빵은 타르틴 베이커리에서 공수.
요즘은 부라타 치즈를 찢어 먹는게(?) 유행이라고해서 나도 해봤다 크크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정말 많이도 먹었다… 부라타 치즈는 내가 좋아하는 생치즈 중에서도 가장 최애인데 너무 맛있다.
결국 1 kg 짜리 완두콩은 다 먹고 4 kg 짜리를 추가 구매했다. 여름이라 상하지 않게 잘 보관해야겠다.

나에게 '여름 음식'하면 빠질 수 없는 메뉴가 있는데 바로 콩국수다. 작년에는 두부에 두유를 넣고 갈다가 땅콩버터로 맛을 더한 콩국수에 도전해보았는데 올해도 슬슬 콩국수를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이번엔 신세계백화점 지하에서 서리태 콩국물을 구매했다. 일 인분 국물을 사서 생 토마토와 반숙 달걀을 고명으로 장식하고 새콤한 깍두기랑 같이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콩국수는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국물을 사 오거나 직접 두부를 갈아서 먹는 게 더 맛있는 것 같다. 너무 차갑고 아무래도 밀가루 면이 가득 들어간 음식이라 체하기 십상이기 때문. (실제로 작년 여름에 콩국수 먹고 체해서 이틀 고생했더랬다.)

서리태 콩물을 사와서 바로 소면을 삶아 콩국수를 해먹었다. 여름맛 그 자체랄까.
영롱.

다양한 여름 과일 역시 무더위를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데 먼저 어머니께서 사랑 담아 보내주신 블루베리 덕분에 비싼 과일이지만 실컷 퍼먹으면서 지내고 있다. 워낙 그릭 요구르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요즘도 집에서 그래놀라와 그릭 요구르트 제조 공장을 돌리며 꿀과 함께 맛있게 먹고 있는데 블루베리를 더 하니까 더 새콤하고 맛이 좋았다. 최근엔 본가에 다녀온 친구가 자취생이 혼자 사 먹기 어려운 수박을 챙겨주어 퇴근 후 후식으로 수박을 챙겨 먹는 호사로운 생활을 누렸는데 역시 주변 사람이 중요하다. 참 좋은 친구들이 많아 기쁘다. 그리고 또 다른 동네 친구 역시 집에서 보내주신 복숭아와 자두를 잔뜩 들고 와 '그릭 모모'를 만들어먹었다. 입맛이 똑 닮은 친구라 빵식이든 밥식이든 즐겁게 겸상할 수 있는 친구인데 자취 생활에 큰 기쁨을 주는 요소 역시 동네 친구들인 것 같다.

친구가 나눔해준 수박과 딸기잼 그리고 블루베리까지!
아빠가 손수 잘라주신 수박이랑 친구가 나눔해준 블루베리와 자두, 덕분에 여름 과일 실컷 먹었다.
엄마가 보내주신 블루베리 2 kg… 큰 손과 큰 사랑을 자랑하시는 어머니다 :)
동네 친구가 부라타 완두콩 샐러드를 궁금해해서 집으로 초대했다. 구운 야채랑 크림치즈, 라페도 함께 먹었다.
친구가 준비해온 재료로 만들어 먹은 그릭 모모 디저트.

작년 여름에는 어떤 음식을 해 먹었나 살펴보니 냉동 딸기와 바나나를 갈아 만든 스무디도 자주 해 먹고, 옥수수와 양송이버섯으로 씹는 맛을 더한 감자 샐러드도 참 많이 해 먹었다. 마요네즈를 정말 좋아해서 마요네즈와 삶은 달걀을 듬뿍 넣은 감자 샐러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높아지는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에는 인색해지지 말아야지. (아니면 비건 마요나 하프 마요 같은 대체품을 찾아봐야 하나...)


최근에 맛있고 시원하게 먹었던 메뉴들의 사진을 돌아보며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결국엔 선물 받거나, 나눠 먹거나 같이 먹기 위해 만들어두었다가 함께 즐긴 음식들이 참 많았다. 무더운 열대야지만 소중한 인연들, 특히나 나의 자취 생활에 뭉클함을 넉넉하게 충전해주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제철음식과 쉴 틈 없는 수다로 여름밤을 불태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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