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들과 함께 동네 사랑, 이웃 사랑 실천하기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
바로 “이웃”이다. 공교롭게도 친한 친구들과 같은 동네를 공유하고 있다. ‘공교롭다’고 표현을 했지만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 모른다. 장 보러 다니는 마트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번개로 밤 산책도 가능하고, 퇴근 시간이 비슷한 날에는 함께 퇴근하는 일도 가능하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살며 새로 문을 여는 식당이나 카페 소식을 알리고 실제로 함께 방문하여 블로그 평가단으로 빙의하는 날도 많다. (여기는 크루아상이 맛있고 저기는 오트밀 라테가 맛있군 하는 정도로 말이다.) 분명 고독을 필요로 하고 즐기는 순간도 많은 나이지만 1인 가구로서 심심한 순간들도 분명 찾아오는데 이럴 때마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음에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사실 내가 동네 친구들과 나누는 유대감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이웃사촌”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관계가 쌓인 순서를 생각해보면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관계”가 된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계기와 상황이 있었지만 분명 친구들과의 우정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오랜 대학원 생활을 기약하며 (내 상황과 똑같이 말이다) 속속히 자취 생활을 시작했고 내가 먼저 네가 먼저 할 것 없이 오피스텔, 빌라, 원룸 등을 계약했다. 학교 캠퍼스 근처에 꽤 다양한 원룸촌, 1인 가구 거주 동네가 있지만 어쩌다 보니 나와 내 친구들 모두 같은 동네를 선택했다. 역시 유유상종은 과학이란 말이지.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것은 그들 간 공유하는 온도나 성향의 ‘결’이 비슷해야 한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나와 내 친구들 모두 같은 동네를 가장 마음에 드는 동네로 선택한 것 같다. 너무 소중한 끼리끼리의 과학이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거 내 친구들 자랑 좀 하고 넘어가야지. 내 친구들은 (나처럼!?) 정이 많다. 그래서인지 무엇이든 항상 나누어주려고 하는 고집이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빵지 순례’ 빵들을 종류별로 나누어준다든지.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연어롤을 다음날 점심으로 먹으라고 나누어준다든지. 내가 통팥을 좋아한다는 점을 기억했다가 강원도 여행에서 사 온 냉동 찐빵을 건네기도 한다. 또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서 택배 선물을 받는 날엔 더더욱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없다. 복숭아나 블루베리, 자두와 같은 새콤달콤한 여름 과일뿐만 아니라, 가지, 부추, 오이와 같은 식재료를 선물 받은 적도 많다. 그래서 서로 부모님께도 더욱 감사한 마음이고, 나 역시 나눔의 미학을 더욱 진심 담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네 집에 놀러 갈 때는 빈손 대신 마음을 꼭 표현하라고 알려주셨었다. 그래서인지 친구네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뭐라도 챙겨가는 습관이 길러진 것 같다. 게다가 나 역시 친구들에게 항상 많은 선물을 받고 있으니,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기 전에 항상 냉장고를 뒤지거나 동네 카페에 들러 맛있는 음료를 포장하게 되는 것 같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 같은 동네를 공유한다는 기쁨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운 일이다. 학부 시절 내내 같은 기숙사 방을 공유했던 친구와 늦은 밤 ‘귀방’하며 새벽까지 대화가 끝나지 않을 때 우리는 입버릇처럼 같은 말을 내뱉곤 했다. 나중에 커서도 밤 산책을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동네에 살자고 말이다. 이미 ‘어린 어른 (young adult)’였던 우리지만 나중에 더 어른이 되었을 때를 기약하며 이런 약속을 하곤 했었다. 아마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다. 관계의 짙은 농도와 묵직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거리도 절대 중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늦은 새벽 이런 약속을 했던 룸메이트 친구 역시 이번 봄부터 나와 같은 동네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같은 방에 함께 살 때만큼은 아니지만 바쁜 대학원 생활 중 짬을 내어 서로의 얼굴을 보려고 노력한다. 시간을 내어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서로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 자주 보지 못해서 서운했던 마음은 눈처럼 녹아내리게 된다. 매일은 아니어도 꾸준히 볼 수 있음에 감사한 친구들에게도 뭉클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실제로 가족만큼 자주 보게 되는 동네 친구들도 있다. 이는 라이프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한 경우에 더 쉬운 것 같은데 대학원 입학 후 사귄 친구 중 가장 친한 친구가 딱 그랬다. 3년 전 여름에 사귀게 된 이 친구는 같은 해 가을에 본인의 친언니를 소개해줬다. 나 역시 언니가 있어서 친구의 언니를 만난다는 게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자주 일어났던 일은 아니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경우나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인사를 하는 정도가 다였다. 공교롭게도 친구의 언니가 재작년 대전으로 이직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세 명이서 새로운 형태의 우정을 쌓게 되었다. ‘대전의 친정’과도 비슷한 느낌으로 셋이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세 명 다 11월에 태어난 덕분에(?) 매년 빼먹지 않고 생일 파티를 함께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친구의 언니 역시 이번 달에 같은 동네로 이사 오게 되면서 동네 주민 모임에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언니의 이삿날 바로 치킨 한 마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고 드라마 취향도 비슷한 탓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시청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또 한 명의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 친구는 바로 빵과 요가에 대해 진심인 친구다. 과량의 밀가루 섭취가 몸에 좋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너무 맛있는 걸 어떡하냐 주의의 친구임과 동시에, 그녀와 나는 이전부터 요가 수련에 대한 진심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수련이 어려워져서 요가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서 한동안 같은 필라테스 센터로 운동을 다니기도 했다. 시간이 맞으면 전후로 산책을 함께 하며 끝나지 않는 수다에 목이 건조해지기까지 했다. 또한 그녀와 나는 빵에 진심이라 근처에 새로운 빵집이 생기면 이것저것 구매해서 함께 나눠 먹고, 온라인 구매 시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구매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집밥을 가장 자주 함께 나눠 먹은 친구 역시 그녀인데 우리 둘의 자취방이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유도 있겠지만 입맛 역시 똑같아서 그런 것 같다.
나는 극강의 계획형 인간이라 (그렇다, 90% 이상의 J형 인간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번개 모임에 참석하는 일에 큰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내 MBTI에 해당하는 사랑 표현법을 읽어보면 즉흥적인 약속에 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래서 과학인가 보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가까에서 살고 있다 보니 번개 모임에 참석하고자 할 때 그 어려움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 같다. 게다가 꼭 야식과 술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집에 놀러 가서 과일과 차를 마신다든지, 동네 마트로 밤 산책에 나선다든지, 가볍고 뭉클하며 재밌는 일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더 부담 없이 마음을 표현하며 동네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나의 자취 라이프를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내 자존감까지 챙겨주는 주변 사람들이 이토록 가까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느끼한 표현이지만 우리 동네를 정말 사랑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