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세금 신고

과연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by 성급한뭉클쟁이

미국인들에게 4월 15일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날이다. 전년도 소득에 대한 연방 소득세 (Federal Income Tax) 신고 기한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15일은 2025년도 소득에 대한 세금 신고와 세금 납부를 모두 마쳐야 하는 날로서 미리 연장 신청을 통해 6개월 정도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납부해야 할 세금 자체는 4월 15일까지 추산해서 먼저 지불해야 한다는 게 이곳의 룰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 미납에 따른 이자와 벌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적지 않은 금액에 불이익이 꽤나 크기 때문에 주의 깊게 마감일을 고려해서 세금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나라 전체의 운영을 위해 미국 국세청 (IRS, Internal Revenue Service)에 신고하는 연방세 외에도 미국에서는 주세 (State Tax) 역시 지불해야 한다. 내가 사는 지역 사회의 운영을 위해 지불하는 세금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데 이는 각 주 (State)의 조세 당국 (뉴욕의 경우 NY Dept. of Taxation가 이를 관리한다)에 제출해야 한다. 연방세의 경우 미국 어디에 살든 소득 수준이 같다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텍사스나 플로리다처럼 주 소득세(State Income Tax) 자체가 아예 없는 주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세금 혜택을 고려해서 이전을 고려하는데 적지 않은 세율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뉴욕주, 뉴욕 시 (New York)의 경우 연방 세와 주세뿐만 아니라 추가로 시세 (City Tax)마저 부과된다. 즉 (나의 작고 귀여운) 월급에서 세금이 세 단계로 더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최저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포닥의 코 묻은 돈에서도 25%가 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미국 현지 대학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로서 납세 의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니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도시를 누리기 위해선 지불해야 하는 값이 너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은) 널 사랑해, 뉴욕.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매우 감사한 면세 조항이 있는데 이는 바로 한·미 조세조약(U.S.-Korea Tax Treaty) 제20조에 해당하는 '교수 및 연구원(Teachers and Researchers)' 면세 조항이다. J-1 방문 비자(Exchange VISA)로 미국 내 대학이나 공인된 교육 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할 경우, 최대 2년 동안 미국 내 소득에 대해 연방 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면제 조건에 대해 살펴보면 한국에서 거주하던 한국인이 미국의 대학이나 교육 기관에 초청받아 강의나 연구를 목적으로 방문한 경우 미국 도착일로부터 최장 2년(24개월) 동안 납세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단, 연구 결과가 공익(Public Interest)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사적인 이익만을 위한 연구는 제외될 수도 있는데 국내 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으로 포닥을 나오는 경우라면 대부분 "공익을 위한 연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무리 없이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급여의 25%를 납세 의무 없이 온전히 가질 수 있다니! 물론 이를 누릴 수 있는 최장 기간은 2년이지만 연방 세와 주세 모두 합쳐서 4분의 1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은혜다. 실제로 많은 방문 연구자들이 이와 같은 면세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2년 안에 모든 포닥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나갈 돈이 많은 해외 생활 초반에 큰 도움이 되는 조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거주 외국인(Resident Alien)'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매년 4월 15일 세금 신고 후 이를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되기 때문에 면세가 끝나는 시점을 잘 염두해서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정말 애석하게도 나는 이런 면세 조항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정말 안타깝게도 나는 박사과정 동안 잠시 플로리다에서 교환학기를 보낸 "탓"에 '거주 외국인(Resident Alien)'으로 구분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환학기를 앞두고 비자 신청을 할 때도 굉장히 조심했었다. 앞서 간단히 언급한 대로 미국 J-1 비자(Exchange Visitor Visa)는 문화 교류와 지식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비자로서 Research Scholar (연구 학자), Short-Term Scholar (단기 학자), 그리고 Professor (교수)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J-1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 2년 본국 거주 의무(2-Year Home-Country Physical Presence Requirement, 212(e))가 있기 때문에 이로부터 자유로운 Short-Term Scholar 단기학자 비자를 신청했었다. 박사과정 중 교환 학기를 마치고 2년 안에 다시 미국으로 나와 포닥 경력을 쌓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J-1 교환 프로그램이 끝난 후 한국에서 24개월 동안 체류해야만 포닥용 새로운 J-1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놓쳤던 부분은 바로 납세 의무였다. 미국에서 거주와 (Resident) 비거주 (Non-resident) 외국인 신분이 정의되는 기준은 "만"이 아닌 역년 (Calendar Year) 기준이었다. 즉, 365일씩 두 번이 아닌, 연도수로 이를 따진다는 것이었다. 2023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80일도 채 안 되는 기간을 플로리다 게인즈빌에서 머물며 연구 생활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미 나를 2023년, 2024년도 동안 미국에서 J-1 비자로 거주한 외국인으로 분류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컬럼비아 대학에서 J-1 비자 발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류인 DS-2019에 연구 기간을 3년으로 기입한 덕분에(?) 나는 곧바로 2년 이상 미국 땅에서 연구를 이어갈 외국인으로 분류되었다. 그 말인즉슨, 나는 한·미 조세조약(U.S.-Korea Tax Treaty) 제20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나는 지난 13개월 동안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다. 그만큼 더 부족해진 생활비이지만 내가 애써도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에서 소득이 생긴 이후로 처음 맞이하는 4월 15일을 맞이해서 첫 번째 세금 신고를 진행했다! Sprintax나 TurboTax와 같은 AI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도 선택지로서 존재하지만 나의 경우 거주 외국인으로서 신분이 복잡하기도 하고, 학자와 같은 연구 및 교육 관련 비자 소지자들을 위한 세무 준미는 좀 더 특이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는 세무사를 고용해서 도움을 받아 세금 신고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학생 특이적으로 세금 신고를 도와주는 서비스인 Sprintax, 그 외에 어플로 손 쉽게 세금 신고를 할 수 있는 Turbotax 등 서비스가 있다.

주변 한국인 포닥 또는 미국인이 아닌 연구실 동료들에게 수소문을 해서 추천을 받은 세무 서비스를 통해 세금 신고를 시작했는데 경우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는 듯 하지만 $200-400 정도 수수료를 내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동안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시는데 나의 경우 기본 정보와 미국 소득 관련 정보, 그리고 공제 및 기타 정보에 대한 것이었다. 기본 정보는 말 그대로 신고 주체와 환급받을 경로를 확인하기 위함인데 결혼 여부, 세금 보고용 주민번호, 계좌 번호 및 신분증 관련 정보를 요청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소득 관련인데 (Income Statements) 결국 한 해 동안 "얼마를 벌었는지"를 증명하는 서류들이다. 예를 들면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인 W-2, 은행 이자나 주식 배당금이 일정 금액(보통 $10) 이상일 때 발행되는 1099-INT/DIV, 주식 매도 기록에 대한 1099-B 등이 있다. 공제 및 기타 (Deductions & Credits) 항목을 통해 세금을 깎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건강보험 가입 증명서 (1095-A, B, 또는 C), 주택 담보 대출 이자 (1098 (Mortgage Interest), 소유하고 있는 집에 대한 재산세 (Property Tax), 그리고 교회 헌금이나 기부금 영수증 (Charitable Contribution)등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할 상상도 못 해본 나로서는 (자금 마련조차 어렵지만 말이다.) 세금을 깎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한 서류는 많지 않았고, 컬럼비아에서 시의적절하게 발급해 준 서류들을 잘 정리해서 배정된 세무사에게 전달하였다.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약 2주 정도 기다리면 대략적으로 환급 또는 추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알려주시는데 이를 받기 위해서는 (또는 더 지불하기 위해서는) 연방 세는 IRS 그리고 주세는 NY Dept. of Taxation에 관련 영수증을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다, 이메일이 아닌 "메일" 즉,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2026년도에 서류를 우편으로 보낸다는 절차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고, 워낙 중요한 개인정보가 많이 담긴 서류이기 때문에 분실 사고가 잦아 악명 높은 USPS 대신 FedEx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종이 몇 장을 보내는데 우편 당 2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했지만 혹시라도 돌려받게 될 세금 환급 금액을 고려하면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돈이었다.

세금 "신고"를 위해 준비된 서류를 인쇄해서 우편으로 보내야만 했다. 문득 한국의 홈택스 서비스는 모든 게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DS-2019 서류에 기입된 연구 기간이 2년 이상이라 안타깝게 세금을 징수당한 경우를 보았는데 이런 분들의 경우 슬슬 성공적으로 세금 환급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의 경우 연구 기간뿐만 아니라 이전 플로리다에서의 미국 체류 기간 때문에 상황이 유독 더 복잡해졌는데 아직은 좋은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부디 나에게도 연방세 (또는 그보다 적은 금액의 주세라도 좋으니) 환급 소식이 머지않은 미래에 들려오면 좋겠다. 성공한다면 봄맞이 예쁜 꼬까옷을 사 입고 싶은 게 필자의 마음이다. 부디, 제발!

화요일 연재
이전 03화뉴욕의 계급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