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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Dec 31. 2020

나에게 쓰는 연말 편지

한 해를 보내는 뭉클한 연례 행사

지난 6 동안 매년 연말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왔다. 일부러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2015년에 써본 "나 에게” 편지가 꽤나 맘에 들어서 16년도에도 다시 써보았고, 나에게 쓰는 편지는  후에도  나만의 연말 행사로 자리 잡았다. (2014 말에는 너무 인싸적 삶을 살고 있어서 (;;;)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아쉬워, 스무 살 연말에는 내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올해도 미션 클리어!! 어차피 나만 읽을 거라 두서없이 써도 괜찮아서 생각나는 대로 쓰는 편인데 그래도 명색이 ‘연말정산편지인 만큼 시간 순서대로 쓰려고 노력한다. 1월부터 나한테 제일 기억 남는 사건이나 만남, 하이라이트, 또는 감정에 대해 나열하다 보면 점과 점이 만나 점선이 되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렇게 이어가다 보면 네다섯 장은 -방이다. 항상 왜 이리  말이 많은지.)

매년 키워드를 정하곤 하는데 올해는 ‘사춘기였다. 어렸을   과정을 스킵해서 그런지 또는 고리타분하게 하라는 대로만 열심히 해서 그런지 사춘기가 다소 늦게, 그리고 엄청 세게 왔다. 뒤늦게 자아를 찾고  인생의 주체가 되어 의미를 찾고 싶어 지자 일상 모든 부분에서 단순함은 사라지고 복잡함과 불안감만 증류되었는데 오우... 너무 어려웠다. 단순한 성장의 ‘변화 겪는 게 아니라 ‘위기 찾아왔는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이겨낸  같지만 올해는 진짜 어려웠다.  생각하니  서러워.

그렇게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허무주의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세상엔 그렇게 의미 있는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닌  같다.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래서 답답하고 힘들고 억울했다.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올해는 특히 코로나 까지 겹쳐서 어떻게 청사진을 그려나갈지도 막막한데 이것저것 도전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제한이 너무 많게 느껴졌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갔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위로 덕분에 건강한 생각 회로를 어느 정도 되찾을  있었다. 매번 최악을 생각하며 부정적인 에너지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대신 긍정적인 팩트에 집중하며 현재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목적지에만 절대적인 가치를 두고 여정을 간과하기엔 놓칠 수밖에 없는 뭉클함이 너무 많았고, 감사할 요소가 생각보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불평불만보다는 예쁨을 발견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는 끝이 아쉽지가 않다.  해를 마무리하는 일은 매년 시원섭섭한 일이었다 - 어떤 일이든 마지막은 아쉬운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해는 아니었고, 아쉬워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서  수도 있다. 올해가 끝나고 2021년이 된다고 켜져 있던 스위치를 끄듯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아닐 테지만 그냥 올해는 얼른 정리하고 새 출발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2021년엔 새 출발 할 거다! 새 출발이  별거 있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리프레쉬도 하고 완성된 타인의 길을 갈망하는 대신  길은 내가 스스로 그려나가려 한다. 내가 제일 잘할  있는 건 공부도, 연구도, 실험도, 발표도, 노래도 아닌 그냥 “내가  하는 이다.  그대로 “You do you”다. 타인에게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내가 생각했을  자연스럽고 내가 판단했을  옳다고 느껴지는 대로 새해는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웃을  있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2020, 모두에게 힘들었던   동안 나와 함께 충전의 시간을 보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2021년에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내년엔 재난문자 그만 받고 싶다! 보고 싶은 얼굴도 얼른 마주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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