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한 집밥 일기 - 4월의 집밥

친구들 “집 밥 해 먹이기”라는 취미가 생겼다

by 성급한뭉클쟁이

4월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일이 많거나 이벤트가 다양했던 한 달은 아니었지만 끝 마무리의 순간이 좋았고 덕분에 따뜻하고 당찬 마음으로 5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기분이 좋아지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으면 좋은데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즐기면 된다, 굳이 왜 좋은지 분석하려 하지 말자!)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역시 잘 챙겨 먹어서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들어 4월의 집밥을 돌아보려고 한다. 이번 달은 어떤 식재료가 유독 싱싱했으며 새롭게 도전해본 메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생활 반경 근처에 발견한 맛집이나 마음에 드는 공간은 있었는지 기록하고 리뷰하려고 한다. 요즘 계속해서 브런치에 어떤 글들을 써야 하는지, 더 알맞은 플랫폼을 찾아야 하는 건지,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들은 어느 SNS가 적합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데 시행착오 (trial and error)를 겪는다고 생각하고 지난달 집밥을 정리해봐야지.


이번 달은 여느 때처럼 빵을 자주 먹었다. 가장 무난하고 고소하며 든든한 호밀식빵은 물론이고, 사워도우를 (sour dough)를 유독 좋아하는 필자는 신맛이 나는 빵에 당근 라페나 각종 샐러드, 부라타 치즈나 아보카도를 곁들여 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물론 올리브유만 뿌려먹어도 풍미가 가득하지만 이왕 빵을 먹는 거 모든 잼을 다 맛보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 이러다가 빵을 한 조각, 두 조각씩 더 추가해서 먹어치워 버리는 게 문제지만... 사워도우는 신맛의 주성분이 되는 젖산균과 초산균이 많이 들어있고 발효 반죽법이 확립되기 전에 공기 중에 존재하는 효모균을 이용해 발효 반죽을 만들었던 역사로부터 이어지는 빵이라고 한다. 대전의 <성심당>에서 판매되는 사워도우고 단 맛이 전혀 안 나고 신 맛이 고소함과 어우러져 정말 맛있지만 특히나! 서울 <타르틴 베이커리>의 컨트리 빵은 정말 맛있다. 측면을 살펴봤을 때 발효과정에서 생겨난 구멍이 송송 뚫려있고 정말 묵직하고 풍미가 좋아 어떻게 먹어도 정말 맛이 좋다. 사악한(?) 가격이 쫄 리지만 언니가 집들이 때마다 선물로 사다준 덕분에 쟁여놓고 발뮤다에 구워 먹는 것이 일상의 큰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정말 너무 맛있다!


당근라페와 아보카도, 가끔 빵을 너무 많이 먹었나 싶을 때는 단백질 위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10분 대신 7분만 삶으면 노른자가 촉촉한 반숙란을 즐길 수 있다!
영롱한 부라타 치즈
아보카도가 넉넉할 땐 식빵에 치즈와 계란, 햄을 올린 다음에 그 위에 한 번 더 아보카도를 얹는다. 사워도우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바질 페스토를 발라 먹으면 화덕피자 맛이 난다...


이번 달 나의 빵식 라이프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준 소중한 맛집 (이라고 하기엔 다양하고 희귀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마켓 (market)” 느낌이 더 강하지만) 한 군데를 소개하자면 바로 대전 어은동의 “퍼블릭 마켓 (Public Market)”이다. 가까운 곳에 “비스트로 퍼블릭”이라는 이탈리언 레스토랑도 운영하시는 사장님께서 가까운 위치에 정말 맛 좋은 식재료를 판매하는 “마켓”을 열어주셨다. 장소는 협소한 편이긴 하지만 없는 게 참 많아 소중한 곳... 일반 대형마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와인부터 희귀한 레어템인 프랑스 크렘드 마롱 (Creme de Marrons), 네덜란드 잔세 마요네즈 (Zaanse mayonaise), 그리고 가볍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는 잠봉 루꼴라 샌드위치랑 그 외 샐러드, 그리고 감자 수프가 있다! (어은동 7년 만에 바게트 잠봉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니...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햇살이 좋을 때는 밖에 앉아 여유롭게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즐길 수도 있고, 일단 기본적으로 해가 잘 들고 자연광이 풍부한 인테리어라 더더욱 마음에 든다. 요즘엔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이 새로운 재료는 없는지 확인하고 먹어보고 싶은 아이템을 하나씩 사다가 집에서 곁들여 먹곤 하는데 나한테 큰 기쁨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재료 외에도 예쁜 컵이랑 소서, 와인잔도 판매하시는데 최근에는 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 선물로 와인잔을 구매하기도 했다. 워낙 취향이 훌륭하신 사장님이 고르신 아이템이라 친구도 정말 마음에 들어했다. (아마 조만간 내 것도 사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예쁘고 짠 소리도 청량했다!)

졸업 전까지 여기있는 와인 다 마셔보는게 내 소원이다. 크렘드마롱 때문에 한 조각 먹을 빵을 두 조각 먹게된다.
워낙 마요네즈를 좋아하지만 잔세 마요네즈는 또 특별한 맛이 난다! 아까워서(?) 샌드위치 발라 먹을 때만 조금씩 덜어먹는데 너무 맛있다.
겉바속촉의 대명사인 바게트 샌드위치! 마요네즈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어떤 제품인지 여쭤보니 직접 만드신다고 한다. 제발 팔아주세요 사장님!


그래서 원래도 장 보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은 더 자주 들리고 있다. 퍼블릭 마켓 이외에도 근처 파머스 마켓이나 동네 앞 슈퍼, 그리고 대형 마트 구경도 정말 좋아하는데 다음엔 식재료 사기 정말 좋은 파머스 마켓을 한 곳 소개해봐야겠다.

산책 겸 마트에 다녀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날엔 드립커피백이랑 라거 맥주, 다음날 커피타임에 먹을 스콘이랑 모짜렐라와 고다 치즈를 사왔다! 비싼 치즈 최고다.


은사님께서 석사 졸업과 첫 자취 기념 선물로 발뮤다 토스터기를 사주셨는데 빵만 구워 먹기엔 아쉬워서 이것저것 시도해볼 만한 베이킹 메뉴를 찾아 시간이 나고 심심할 때마다 도전하고 있는데 이번 달엔 오트밀 쿠키를 만들어 봤다. 지금까지는 “노 버터 (No Butter)” 베이킹으로만 시도해봤는데 이번에도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고 정제된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해서 단 맛을 냈다. 사실 굽고 나니 “쿠키”보단 “에너지바”에 가까운 맛이었는데 그래도 내가 직접 만들어 먹으니 더 믿을만하고 맛있는 것 같다. 집에서 논문 읽을 땐 괜히 더 입이 심심해서 간식을 찾곤 하는데 홍차랑 같이 먹으니 더 꾸덕하고 맛이 좋았다!

초코칩 대신 건포도를 넣은 오트밀 쿠키. 필자는 실제로 건포도를 더 좋아한다. 꿀 향과 같이 더해지는 단 맛이 일품이다.


자취를 시작하고 부엌이 생겨서 정말 좋은 점 중 하나는 야채를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가리는 야채 하나 없이 과일이나 야채 등 “식물”을 참 좋아했는데 기숙사에 살고 모든 끼를 즉석식품이나 학식, 또는 외식에 의존하다 보니 섭취할 수 있는 야채량이 턱 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파머스 마켓을 구경하며 직접 장을 보다 보면 먹고 싶은 야채를 양껏 구매하게 된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건 브로콜리랑 표고버섯 그리고 “버터 헤드”라고 하는 샐러드용 상추다. 브로콜리는 익혀서 그냥 먹어도 맛있고 파스타나 카레를 먹을 때 조금씩 넣어 먹어도 맛있다. 표고버섯은 볶을수록 향이 진하게 우러나는 게 참 좋아서 간장이랑 참기름에 볶아 반찬을 자주 해 먹곤 하는데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 좋은 식재료다. 버터 헤드는 이름처럼 “버터”같은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상추과 샐러드 야채인데 닭 가슴살이나 토마토, 또는 치즈에 곁들여 먹어도 정말 맛있다.

브로콜리는 5분, 양배추는 8분을 데쳐 먹는다. 진미채는 빨갛게 볶은 것 보단 마요네즈랑 간장으로 볶은 걸 더 좋아하고 표고버섯은 가장 자주 해먹는 반찬이 되었다.
이렇게 먹고 출근하면 점심시간까지 배가 안고프다... 국은 북어채랑 콩나물, 두부랑 계란물을 넣고 끓여내 굉장히 시원하다! (거의 해장국 수준.)
시금치가 싱싱해서 된장꾹을 끓여봤다. 오른쪽은 분쇄육이랑 청경채를 굴소스에 볶아 덮밥을 해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 달도 친구들을 불러 집밥을 해 먹였다(?). 이 정도면 거의 취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들을 불러서 내가 먹을 양 곱하기 2를 해서 나눠먹으면 되니까 참 좋은 것 같다. 사실 혼자 밥을 해 먹으면 차리는 시간이랑 먹는 시간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사실 먹는 시간이 더 짧은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5월엔 좀 더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연습을 해봐야지...) 후딱 밥을 차려 먹고 나면 약간(?) 공허해지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친구를 불러서 저녁을 해 먹으면 밥 먹는 시간 플러스 알파로 디저트 먹는 시간과 수다 시간, 결국 인사하고 바래다주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거의 6-8배 정도 더 긴 “식사”시간이 이어지곤 하는데 가끔은 이런 시간이 정말 뭉클한 기쁨을 선사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아주 혼자 사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나 보다. 아니 한계가 없을 수 있지만 나라는 사람에겐 나중에라도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가정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이든 다른 유형의 계약이든 생활동반자가 필요해지나 보다. 혼자 시간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기척 없이 살아가기도 참 고된 것 같다.

아보카도 명란 덮밥 (왼쪽), 훈제 오리구이랑 된장국 (가운데), 그리고 파전을 곁들인 아침상 (오른쪽)


사실 친구들이 놀러 올 때는 조금이라도 특별한(?)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크림소스를 좋아하는 편이라 우유랑 치즈를 넣고 끓여내기도 하지만 이번 달엔 야채를 가득 넣은 파스타에 도전해봤다. 첫 번째는 고사리 파스타! 스파게티 면이랑 어우러져서 씹는 맛도 있고 무엇보다 올리브유에 고사리를 볶아내면 풍미가 더 깊어져 정말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애호박이랑 당근을 (그리고 부라타 치즈!) 넣어 만든 푸실리 파스타인데 애호박을 볶으면 단 맛이 강해지고 양파를 미리 버터에 캐러멜 라이즈 (caremelize) 하니 더욱 맛있었다. 짧은 파스타, 또는 튜브처럼 속이 비어있는 (펜네나 리가토니와 같은)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다음엔 꾸덕한 소스에 야채와 고기를 곁들인 라구 파스타에 도전해보고 싶다.

닭가슴살과 아보카도를 더한 고사리 파스타와 애호박과 부라타 치즈의 조합이 정말 맛있었던 바질 페스토 푸실리 파스타


고사리 파스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두 번이나 집들이 음식으로 고사리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또 당근 라페를 피클 삼아 사워도우랑 샐러드랑 함께 먹으니 든든하고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 생각나는 파스타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집들이 할 때는 플레이팅에 좀 더 신경쓰는 편. 아직 포크랑 나이프 세트가 두 개 밖에 없는데 친구들이 3-4명 놀러올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이렇게 살림만 늘어간다.


4월 달에도 적지 않게 집들이를 했다! 매번 맛있는 디저트를 사다 주는 친구들 덕분에 식사 자리가 더 풍부해지고 음식을 나눠 먹다 보면 더 강하고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 같다. 내가 먹는 음식을 소개하고 정성스럽게 “집밥”을 차려 주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외식과 다르게 간이 세지 않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 친구들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5월에는 시작부터 계획됐던, 그리고 우연히 마주하게 된 만남의 순간들과 오랜 친구들과의 약속이 많았는데 4월 마무리의 기분 좋음이 계속 유지되는 것 같아 더 기분이 좋다. 5월의 첫 열흘 동안은 다소 신나는 마음에 붕 떠서 연구에 비교적(?) 집중하지 못한 나날이 많았는데 당장 두 번째 주부터는 일도 열심히 하고 사회생활, 아니 친구들과의 만남과 약속에도 진심인 한 달을 보내고 싶다. 요리도 재밌고 식재료 쇼핑도 재밌고 친구들과의 만남과 수다, 또는 대화도 즐거우니 앞으로도 집들이와 집밥 만들기 실력을 더 연마해야겠다. 집밥에 진심인 대학원생 라이프는 5월에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