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대신 로컬 파머스 마켓에서 장보기

자취 5개월 차, 장보러 갈 때 제일 신나는 중

by 성급한뭉클쟁이

새로운 한 주를 앞두고 또 한 번 열심히 달릴 준비를 하기 위해 파머스 마켓에 다녀왔다. 본가에 다녀오는 주말이면 돌아오는 길이 매번 울적해지는 것이, 특히나 룸메 친구가 있던 기숙사 방이 아니라 나의 자취방으로 되돌아오면 꽤 커다란 적막함을 온몸으로 느끼곤 한다. 그래서 기분 전환도 하고 잠깐 바람도 쐴 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보기 “핫플”인 파머스 161 마트에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형 슈퍼인 “충청남도 로컬푸드 파머스 161 농축수산물 직매장”을 소개하기 앞서 한 가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나는 원래부터 장보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 다른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여러 번 있는 것 같은데 장보기는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놀이터에 가는 일만큼, 아니 그 보다 더 신나는 일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휘황찬란하게 펼쳐지는 진열대 위 물건들을 보면 굉장히 흥분되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식재료든 생활용품이든, 알록달록 예쁘게 포장되어 가지런하게 정돈되어있는 모습이 좋았고 갈 때마다 이것저것 비교해서 카트 위에 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뭉클함” 그 자체였다. 이토록 장보기를 좋아하는 내가, 이제는 자취 생활을 시작해서 스스로 장을 보기 시작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있고, 그동안 대형마트부터 지역 시장, 그리고 집 앞 슈퍼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장보기 “핫플”을 섭렵하며 신선한 식재료를 사모으고 있다.


이렇게 장보는 시간을 좋아하다 보니 꼭 사야 하는 식재료를 사러가는 일이 아니더라도 기분 전환을 위해 구경 가는 경우가 굉장히 잦은데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보기 플레이스는 바로 대전 도룡동의 “파머스 161” 마켓이다. 파머스 161 마켓은 충청남도의 농민들과 어민들이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는 동네 식재료 시장이다. 추석 당일과 설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는 파머스 161에선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아홉 시까지 신선하고 특색 있는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 제품 대부분이 가까운 농장에서 재배된 농산물, 수산물이기 때문에 가공된 프렌차이스 식재료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맛이 좋다. 모든 식재료는 다 충청남도에서 재배된 국내산만 취급하고 있고 판매되고 있는 많은 상품의 경우 유통기한은 비교적 짧은 편인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믿음직스러운 것 같다. 게다가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트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상품들도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공주 밤을 넣고 단 맛을 더한 그릭 요구르트도 있고 비슷한 유제품이나 우유도 대기업이 아닌 로컬 목장에서 가공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파머스 161 마켓에서 처음으로 존재를 알게 된 야채가 있는데 바로 “버터 헤드” 상추다. 버터 헤드는 제대로 이름값을 하는 상추류 채소인데 마치 버터를 바른 것처럼 부드러운 잎사귀를 자랑하고 달달한 풍미가 돋보이는 샐러드 채소다. 이렇게 맛있는데 양상추보다 더 저렴하고 손질하기도 쉬워서 샐러드 만들 때 자주 애용하고 있다.

대전 도룡동에 위치하고 있는 파머스 161 농축수산물 직매장 마켓! 대전 MBC 건물 바로 뒤에 자리잡고 있다.
외관도 깔끔한 파머스 161 마켓. 밖에서는 호떡이나 뻥튀기, 특히나 겨울에는 군고구마도 판매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농수산물 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직접 농사지은 햅쌀로 만든 떡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빵순이 다음으로 떡순이인 내가 그냥 지나치기 정말 힘든(?) 코너이다 심지어 쑥이 진~하게 들어간 쑥개떡까지 있다!
파머스 161 마켓에서는 도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곡식만 취급한다. 나는 현미랑 홍미를 사서 섞어서 밥을 지어먹고 있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요즘은 계란 값도 금값이다... 그래도 대전 지역화폐, “온통 대전”과 함께라면 두려울게 없다!
국산콩 100%로 갈아 만든 콩국물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유통기한이 짧아 더 믿음직스러웠다. 아쉽게도 같은 주말 본가에 올라가는 일정 때문에 바로 사먹진 못했다는 슬픈 TMI...

수제 콩국물 역시 파머스 161 마켓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오이를 얇게 썰어서 시원한 콩국수 국물에 옥수수 면을 말아먹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국산콩 100% 콩국물까지 직접 만들어 팔아주시면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정육코너도 있고 해산물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네 식구 다 같이 장보러 갈 땐 몰랐는데 사실 혼자 살면서 장보러 다닐 때는 빨간 고기나 살아있는 생선에는 손이 잘 안간다.

그리고 정육코너나 해산물 코너에 가도 신선한 재료가 정말 많다. 사실 육류 코너의 가격대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데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을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격도 아주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하셨다. 게다가 신선도를 고려하면 더 합리적인 가격일 거라고 생각된다. 해산물 역시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는데 옆에는 신선한 어류를 직접 회 떠서 판매하기도 한다. 맛있는 안주거리가 필요하거나 유독 회가 당기는 날엔 회 한 접시랑 공주 밤 막걸리를 사서 집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네 식구가 다 같이 장 볼 땐 느끼지 못했던 점인데 혼자 살면서 장을 보다 보니 육류나 어류를 구매하기엔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것 같다.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구워 먹어야 할지 조금 막막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유튜브 찾아보면 쉽다,”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된다”라고 조언하는 자취 만랩 친구들도 많지만 아직은 용기가(?) 안 생기는 것 같다. 집에서 다 해 먹고 냄새 관리도 어려울 것 같고 말이다.

식재료를 직접 골라 장보면서 느낀 점은 손질이 덜 되어있을수록 저렴하다는 점이다. 껍질채 파는 양파는 네 개에 1,500원인데 뽀얗게 손질된 양파는 하나에 1,200원이다.

내가 파머스 161 마켓을 좋아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해당 농산물을 직접 재배했을 농민들과 좀 더 교류하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충청남도의 다양한 농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사진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농산물에는 해당 제품을 재배한 농민의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데 농민들 모두 “이름을 걸고 판매”한다는 책임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믿음직스러운 것 같다.

파머스 161 마켓에서는 직접 농수산물을 납품하는 농민들과 좀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특정 식재료를 고르면 대표 농부의 이름이 적혀있어 더 믿을만하다.

그 날의 장거리를 계산하고 나오는 길엔 파머스 161 마켓만의 뭉클한 꽃 판매전을 구경할 수 있다. 매주 플라워 위크를 열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부님들과 상생을 위해 꽃을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꽃을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나 같은 경우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고 매주 새로운 꽃을 사다가 꽂아 둘 수 있어 더 좋다. 알록달록 예쁜 꽃을 통해 일주일치 “기분 좋음”을 사면서 농부님들과 함께 뭉클함을 나누는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파머스 마켓에서 쉽게 꽃을 구할 수 있었던 덕분에 예쁜 화병도 사고 꽃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리시안셔스, 스토크,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등을 사봤는데 다음엔 직접 사서 꽂아둔 꽃 리스트를 정리해봐야겠다. 계절마다 가장 싱싱한(?) 꽃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침대맡에 두면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참 좋아진다.

파머스 161 마켓의 예쁜 마음씨가 돋보이는 꽃 판매전이다. 소량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다양한 꽃을 사다가 직접 꽃다발을 만들 수도 있고 계절마다 바뀌는 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오늘은 (일요일을 맞이하여 괜히 울쩍해지는 나의 기분을 달래기 위해) 분홍색 국화랑 안개꽃을 샀다.

무엇보다! 내가 파머스 161 마켓을 좋아하는 가장 이득적인(?) 이유는 바로 대전 지역화폐인 “온통 대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자금 역외 유출을 막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돕기 위해 대전광역시에서 발행하고 대전광역시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카드형’ 지역화폐 “온통 대전”은 10%에서 많게는 20%까지의 높은 캐시백률을 보이고 있다. 작년 여름부터 사용해서 평소 생활비에 작지 않은 보탬이 되어주고 있는데 무엇이든 가격 곱하기 0.9를 할 수 있으니 더 마음 놓고 장 보게 되는 것 같다. 대형 마트의 경우 온통 대전 사용이 불가하지만 지역 시장, 즉 파머스 161과 같은 로컬 푸드 마켓에서는 얼마든지 “온통 대전”을 사용하고 캐시백을 곧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역 시장이나 카페, 음식점이 더 늘어나면서 내가 대전에서 공부하는 동안엔 앞으로도 쭉~ “온통 대전” 지역 화폐가 유효했으면 좋겠다는 욕심 아닌 욕심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나 가족의 선물 고를 때도 파머스 161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을 고려할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한 것 같다.

우유랑 양파, 당근, 표고버섯 그리고 치즈랑 곁들여 먹을 완숙 토마토를 샀다. 총 10,500원이었지만 15% 캐시백을 고려하면 8,900원짜리 장보기 득템이었다!

이렇게 소중한 공간들을 하나하나 더 알게 되면서 “대전”이라는 도시를 더 좋아하게 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해보지 못한 서러움에(?) 몸서리치며 “탈대전” “탈공대”를 꿈꿔왔는데 진로 고민이 도돌이표를 돌아 내가 대전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물게 될 줄은 몰랐고 이 도시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모든지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 싶기도 하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거나 걷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느끼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대신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찬란한 모습들을 인지할 수 있을까.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열정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는 불꽃을, 즉 ‘스파크 (spark)’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마찰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마찰을 위해선 그만큼 피부를 부닥 뜨리고 교류하고 또 시간을 쏟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불꽃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대전을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이곳에서 내가 맡은 연구를 사랑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다.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억지로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내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마침 지난 금요일에는 박사과정 면접을 치르며 나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왜 내가 박사과정을 선택했는지 돌이켜 보고 실제로 말로 표현하여 학과 교수님들을 설득해야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가 왜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더 하기로 했는지 조금은 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그 확신 속에서 아직도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그 아쉬움 역시 나의 몫이기도 하고 사실 아쉬움을 느끼기엔 내가 나임을 부정해야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아쉽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며 시간을 분배한 대신 그만큼 넓은 경험과 견문을 얻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괜찮다. 어떤 고민을 통해 오늘의 길을 선택했는지는 개인마다 다른 이유가 있고 서사가 있는 것이지 절대로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나에게 기대하고 싶다. 앞으로도 재밌게 요리하고, 건강하게 잘 챙겨 먹고, 마음을 돌보며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와 동시에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과 애착을 느껴 최선을 다 하는 내가 되고 싶다. 파머스 161 마켓에서 장보기를 좋아하는 “나 다움”을 지키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기 위해 더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다.

사온 꽃을 정리했다. 꿈 같은 주말을 보내고 생활의 본진으로 돌아오는 날엔 울적해지기 십상인데 꽃 한 송이로 그 마음이 풀린 것 같다. 나에게 장보기는 마음 돌봄의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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