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식의 매력

빵순이 자취생을 위한 “빵식” 노하우

by 성급한뭉클쟁이

나는 퇴근 후 반찬을 만들며 여가시간을 보낼 만큼 밥을 지어먹는 일을 좋아하지만 빵도 그만큼 좋아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혼자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국을 데워 말아?”

“밥 대신 치즈 토스트를 해 먹을까?”


나의 경우 신기하게도 “귀찮음”이 결정의 기준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내어 밥을 지어먹는 일이 귀찮지는 않냐고 물어볼 때가 많다. 넌 참 부지런한 것 같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에겐 쌀밥을 지어먹는 일도 큰 기쁨이고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즉 빵식도 커다란 기쁨이다. 그래서 내가 빵식을 할지 밥 식을 할지 결정하는 일을 말 그대로 당일 내가 어떤 “식”이 더 당기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또는 굉장히 현실적인 잣대로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서 대기하고 있는 식재료의 신선도를 고려했을 때 어떤 재료를 먼저 먹어야 할지, 빵식에 곁들일 우유의 유통기한은 어느 정도 남았는지,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을 보관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먹어 치워야 하는(?) 다른 반찬이 있는지 등 다양한 기준이 있다.


유유상종이라 그런지 내 주변에는 빵을 좋아하는 친구들, 특히나 여자 친구들이 참 많다. 각자 맛보고 주워 모은 빵 정보를 열심히 공유하며 “빵순이 연대감”을 키워가고 있고 서울이나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공수해온 빵은 특별 만남을 도모하여 나눠 먹기도 한다. 현대인들에게 쌀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여 따뜻하게 한 끼를 챙겨 먹는 시간이 사치가 되어버려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 빵은 객관적으로 맛있기도 참 맛있다. 다이어트하려면 밀가루는 끊으라는 말도 있고, 피부 건강, 원활한 소화기능을 위해 밀가루 섭취를 줄이라는 수많은 기사와 전문가 소견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다 소용없다. 곳곳에 더 많아진 빵집에선 고소한 버터향이 향기롭게 뿜어져 나오며 나보고 들어와서 구경하라고 유혹한다. 그리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커다란 냉동고를 혼자서 차지하게 된 나는 “일단 사고 남으면 얼리자” 주의가 되어 이전보다 더 열심히 다양한 빵을 사모으고 있다. 이런 빵에 대한 애정에 대해 공감하는 친구들이 참 많은 걸 보면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옛날 얘기 같다. 물론 불향 가득한 제육볶음 한 점에 짭조름한 막장을 얹어 커다란 상추와 알싸한 깻잎을 곁들여 크게 한 쌈 싸 먹으며 든든한 쌈밥으로 한 끼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먹고 나면 훅 더부룩해져서 다시 앉아 일을 보기도 불편하다. 대신 다채로운 레시피도 많고, 간단하지만 예쁘고 맛 좋은 빵식의 매력도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자취 전엔 달달한 디저트 빵을 자주 사 먹곤 했다. “블루베리 찹쌀떡,” “쑥떡 빵,” “연유 바게트,” “복분자 베이글” 등 화려하고 달콤한 빵에 손이 자주 갔다. 하지만 자취를 시작하고는 좀 더 진지하고 담백한, 식사 빵에 더 손이 가는 것 같다. “단호박 바게트,” “시금치 치아바타”부터 “통밀 사워도우”나 “무화과 호밀빵” 등과 같이 내가 좋아하는 그 어떤 토핑을 얹어도 어색하지 않을, 조화롭게 뒷받침해줄 수 있는 빵을 더 많이 사 먹고 있다. 역할로 따져보면 디저트 빵의 경우 그 존재 자체로 빛이 나는 주연 배우 같았다면 식사 빵은 좀 더 매끄럽고 묵직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연기파 조연 배우 같다. 아무튼 “탄 단지” 균형을 중요시하고 좋아하는 스프레드/잼 종류도 많은 나는 다양한 맛을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있는 식사 빵을 더 좋아하게 됐다. (단순히 어른이 된 걸 수도(?) 있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빵식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첫 번째는 “영국 스타일” 빵식이다. “영국 음식”하면 잘 떠오르는 음식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영국 음식,” 즉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English Breakfast)”가 있다. 유명한 홍차 종류의 이름이기도 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빵, 달걀 프라이, 베이컨, 소시지, 블랙 푸딩 등이 함께 곁들여 나오는 영국의 전통적인 아침식사, 또는 이른 점심, 즉 브런치 메뉴이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인 “Jolly”를 참고하자면 사실 매일 아침 이렇게 푸짐하고 무겁게 아침을 챙겨 먹는 경우는 사실 영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드물다고 한다. 그래도 한 때 건축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든든하게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다양하게 분류된 (compartmentalized) 아침 식사를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하루 종일 열심히 연구하고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든든한 영국식(?) 아침을 즐겨먹는다.


사실 영국식 아침을 즐겨먹는다고 하기엔 정말 영국스러운(?) 요소는 베이크드 빈스 (Baked beans)뿐이다. 통조림 형태로 판매되는 구운 콩인데 굉장히 끈적거리는 식감 때문에 반감을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구운 토스트에 곁들여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여기에 토마토,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구운 버섯과 영국식 베이컨을 구워서 달걀 프라이랑 함께 먹어줘야 하는데 영국식 베이컨은 미국식처럼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 부위를 사용하지 않고 목살을 사용한다. 나의 경우 존쿡 델리 미트의 목살 베이컨이나 카나디언 베이컨을 사용하는데 훨씬 더 풍미가 짙어 맛이 좋다. 여기에 샐러드를 더하거나, 나 같은 경우 고다 치즈나 체다 치즈, 또는 모차렐라는 얹어 함께 토스터기에 굽는다. 녹아내린 치즈 위에 목살 베이컨과 달걀, 그리고 베이크드 빈스를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다... 게다가 (높은 칼로리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하루 종일 든든해서 오후까지 아주 효율 높게 일 할 수 있다. 역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노동자들을 위한 아침이었다!

마켓컬리에서 (적립금이 아까워서) 자주 먹는 통조림을 잔뜩 시켰다. 베이크드 빈즈는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 가격도 부담이 없다 (최저가 기준 한 통 천 원이다!)
베이크드 빈즈의 끈적한 식감이 차가우면 당혹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전자렌지에 살짝 데워서 토스트에 얹어주는게 필수다. 여기서도 부먹/찍먹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 취향껏 플레이팅하자
목살 베이컨이랑 카나디언 베이컨을 구매했다. 사진 오른쪽 상단에는 파스타나 토스트에 자주 얹어 먹는 바질 페스토와 새로 구매한 디종 홀그레인 머스터드다!
친환경을 위해 나름(?) 열일하고 있는 마켓컬리. 사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면 그저 배송보다는 직접 걸어가서 로컬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매하는게 최고이긴 하다.

빵식을 위해 또 한 가지 소개하고 싶은 스프레드는 “후무스”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삶아 만드는 디핑소스로 중동 지역에서 즐겨먹는 음식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이미 완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삶은 병아리콩 통조림을 사다가 직접 디핑소스를 만들어 봤다. 이렇게 만드는 경우 나트륨이나 올리브 오일 양을 조절할 수 있어서 더 건강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만드는 법도 정말 간단한데 사실 어울릴 것 같은 재료를 양껏(?) 넣어주면 된다. 먼저 삶은 콩을 으깨고 올리브유 넉넉히 와 소금 약간, 후추 양껏, 그리고 레몬즙과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다진 마늘을 한국인 기준 “약간” 넣어주면 이미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적게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스프레드에서 마늘향이 너무 강하면 맵거나 다른 재료의 풍미가 압도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완성된 후무스는 식빵보다는 “겉바속 쫀” 종류인 바게트나 사워도우에 더 어울린다. 그 위에 잘 익은 아보카도를 얹고 올리브유를 더 추가해줘도 정말 맛있다.

후무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 작은 용기에 담아 빵식할 때마다 스프레드로 발라 먹으면 편하다.
간단한 아침으로도 좋고, 좀 더 푸짐하게 먹고 싶을 땐 샐러드와 아보카도, 그리고 오믈렛을 함께 먹어도 맛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빵식 꿀팁은 바로 당근 라페다. “라페”는 프랑스어로 “채칼 등으로 곱게 썰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당근을 얇게 썰어서 레몬즙과 머스터드, 꿀, 그리고 소금에 절여서 먹는 절임류 샐러드다. 생당근을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당근 라페는 피클로 먹어도 맛있고 빵 위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당근 샐러드를 얹어서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정말 맛있다. 당근은 비싸지도 않아서 다 먹으면 당근을 사다가 항상 만들어 두는 편이다. 티브이를 보면서 노동(?)하기에도 좋은데 다만 얇게 썰기 위해서는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그만큼 손을 베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엄지 손가락을 깊게 베어 일주일 동안 붕대를 감고 다녔다...) 그래도 맛있으니 추천!

올리브유, 레몬즙, 머스터드, 후추랑 소금, 그리고 단 맛을 내기 위해 꿀을 더한다! 설탕 대신 꿀을 더하는데 냉장고에서 숙성시킬수록 더 깊은 맛이 더해지는 것 같아서 좋다.

에그 마요 처돌이인 필자는 집에서도 에그 마요 샌드위치를 도전해보았다. 계란은 반드시 12분 정도 삶아 반숙 상태가 아닌 노른자가 확실히 익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자르기도 편하고 채를 쳤을 때 곱게 갈려 부드러운 식감의 에그 마요를 만들 수 있다.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잘라주고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후추, 그리고 꿀을 넣고 섞어 준다. 토스트기로 노릇하게 구워준 식빵 사이로 빵빵하게 에그 마요를 더해주면 정말 고소하다. 에그 마요는 우유보단 느끼함을 달래줄 홍차와 잘 어울리는데 여유 있는 주말 아침에 만들어 먹기 좋은 메뉴다.

노른자를 좀 더 얇게 자르기 위해 채를 쳤다. 마요네즈도 양껏 넣고 설탕 대신 꿀로 단 맛을 더하니 더 맛이 좋았다.
홍차랑 잘 어울리는 에그마요 토스트. 위에 파슬리 가루 뿌리는걸 깜빡했다. 다음엔 모닝빵을 준비해서 비주얼까지 폭탄하는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만들어봐야지.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자랑할 빵식 아이템은 디종 홀그레인 머스터드다. 이것도 컬리 퍼플 위크를 맞이하여 새롭게 득템 한 머스터드인데 매콤함이 일품이라 좋았다. 너무 달기만 한 허니머스터드는 오히려 안 좋아하는데 디종 머스터드의 경우 그 매콤함이 굉장히 강했다. 홀그레인이라 그런지 하인즈 머스터드보다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았고 당근 라페랑 더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 같아 다음 당근 라페에는 꼭 디종 머스터드를 사용해보려고 한다. 다만 너무 많이 바르면 고추냉이 마냥 코가 매워지니 조심해야 한다!

새롭게 득템한 디종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당근 라페를 함께 먹었다. 아주 맛있었다. 새벽 배송 선생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사 먹는 빵도 좋아하지만 오븐 토스터기가 생긴 후에는 베이킹에도 어느 정도 재미를 붙이고 있다. 최근엔 노 버터 베이킹 레시피를 찾다가 비건 두유 스콘에 도전해보게 됐는데 아주 맛이 좋고 -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나눔 했을 때 반응도 좋아서 - 자주 만들어 먹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미니 스콘 사이즈로 만들어두면 주말에 간식이 필요할 때 블루베리 잼이나 ‘크렘 드 마롱’ 잼과 함께 먹으면 몽블랑 맛 스콘을 먹을 수 있다. 빵은 역시 “식”사도 중요하지만 식사 중간에 필요한 당분을 보충해줄 디저트로도 제격이다.

카놀라유, 두유, 식초, 베이킹 파우더, 설탕으로 끝나는 초간단 비건 두유 스콘 레시피! 170도에서 15분만 구워주면 노릇한 스콘이 완성된다.
나눔하기도 좋은 사이즈라 금요일 오후를 맞이하여 연구실 동료들과 나눔했다.
레시피에 자신이 생기니 선물용으로도 자주 굽고 있다. 좀 더 큼직한 사이즈로 시중 판매되는 듯한 비주얼로 모양을 빚어 같은 시간 구워낸다.
포장 박스에 담으면 더 완벽한 자태의 선물이 완성된다!

좀 더 즉흥적인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에 코코아 가루를 더해서 초코 스콘도 만들어 봤다. 코코아 향이 좋았지만 퍽퍽한 식감이 더해지는 것 같아 그냥 일반 두유 스콘을 만들기로 했다. 잼이랑 같이 먹을 때 더 조화롭고 영국 티 타임 스타일로 각종 홍차와 곁들여 먹어도 일반 두유 스콘이 더 맛이 좋다. 초코 스콘의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밑이 살짝 타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

코코아 가루를 넣고 초코 스콘을 만들어봤다. 이것도 절대 맛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냥 두유 스콘을 만들어 먹을 것 같다.

앞으로 살면서 내가 밀가루를 끊는 날이 올까 싶다. 끊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니지만 분명 밀가루 섭취를 줄이면서 오는 장점도 있을 텐데, 지금으로썬 빵이 너무 맛있다. 살면서 탄수화물도 먹어줘야지, 무조건 쌀만 먹을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레시피도 다양해지고, 결국 곁들여 먹을 요리를 위해 빵이 더해지는 식이라 너무 죄책감을 느끼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어떤 음식이든 과유불급, 과식은 금하되 뭐든지 내가 맛있게 먹으면 건강한 식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집에서 말고도 빵식은 좋아하는 편인데 오늘은 마침 완전식품 중의 제왕(?) 수제 버거를 먹고 왔다. 햄버거는 무조건 “다이어트의 적” “비만의 원인”등 각종 성인병과 합병증을 초래할 건강에 나쁜 식품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이는 굉장히 안타까운 오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량으로 생산되는 가공식품을 너무 자주 섭취하는 일은 피해야겠지만 나는 햄버거야말로 완전식품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빵과 패티, 채소와 치즈 - 그야말로 탄수화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심지어 야채에서 얻을 수 있는 섬유질까지 말이다! 오늘은 대전 갈마동에 있는 <버기즈>에서 수제버거를 먹고 왔는데 나는 치즈, 표고버섯, 모차렐라 패티와 바질 와사비 소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머시룸” 버거를 먹고 왔다. 쉐이크쉑의 “쉑 스택”과도 비슷한 맛이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 맛이 좋았다. 치즈 프라이도 빠질 수는 없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콜라는 제로 콜라로 마셨다, 나의 마지막 양심이랄까.)

대전 갈마동 <버기즈>에서 먹은 “갓파더” 그리고 “머쉬룸” 버거. 운전해줘서 고맙다고 친구가 맛있는 버거를 사줬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외식할 때도 빵은 메인 코스뿐만 아니라 디저트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늘은 대전 갈마동의 <버터 피 베이크샵>에서 초코와 찰떡 크럼블 휘낭시에를 골라서 바로 옆의 <카페 브루>에서 커피를 마셨다. 사장님들끼리 친분이 있으셔서 그런지 옆에서 디저트를 구매하고 <카페 브루>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공생 구도의 카페였다. 분위기도 좋고 오랜만에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라 반갑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대전 갈마동의 <카페 브루>. 시크한 모습으로 맛 좋은 드립 커피를 내려주시는 사장님. 오늘은 저녁이라 카모마일 에이드를 마셨다.
“무궁화 세탁”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도 카페 이름은 “Butter P Bake Shop”이다. 다양한 구움 과자를 판매하고 있다. 일회용 포장지가 아니라 더 좋았다.
계란 노른자에 아몬드 가루, 그리고 버터를 넣고 만든 휘낭시에. 몇년 전부터 폭신한 케익보다 스토리가 가득한 구움과자가 더 좋다. 마들렌과 까눌레, 그리고 파운드케익처럼 말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빵식도 좋지만 나눠먹는 빵식도 항상 옳다.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나눠먹는 빵순/빵돌 연대의 시간도 좋지만 외식도 상관없다.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깊은 공감을 일궈낼 수 있는 대화 상대와 함께하는 빵식은 더더욱 맛이 좋게 느껴진다. 마지막 빵 한 조각이 아주 없어질 때까지, 대화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시간은 참 소중하다. 그만큼 더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고, 공유하고 있는 추억도 많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끼리 각자의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고, 연구실 밖에서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핑거푸드로 스콘 100개는 기꺼이 구워갈 텐데 말이다!) 달콤한 탄수화물을 가까이할 수 있는, 맛있는 빵을 함께 실컷 나눠먹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길 오늘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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