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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Jul 11. 2021

대학원생의 주말 사용법

“오늘의 할 일” 보단 오늘의 뭉클함 충전을 위한 시간

또다시 주말이 찾아왔다.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 있는 발언이지만 눈코 뜰 새 없이 주중을 지내다 보면 주말이 정말 빨리, 그리고 자주 찾아오는 느낌이다. 이번 주에는 미뤘던 실험과 데이터 분석, 발표 자료랑 연락이 뜸해졌던 친구들 얼굴 좀 봐야지라는 계획과 함께 월요일을 맞이하고 계획에 맞춰 5일 동안 바쁘게 지내고 나면 정신 차려보면 금요일 오후가 되어있는 듯하다. 올해 목표가 “몰입” 그 자체였는데, 이렇게 성실하게 할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내는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면 내가 꽤나 성공적으로 목표 달성 중에 있는 건가 싶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과하게 정신없이 지내는 건가 싶을 땐 문득 내 청춘이 아주 조금 아깝다는 이상한 생떼를 부리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그토록 빨리 그리고 자주 찾아오는 주말이지만, 그만큼 빨리 내 곁을 떠나버리는 것도 주말이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나면 벌써부터 손아귀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이미 훨훨 날아갈 준비를 마치고 월요일을 맞이해야 한다는 현실이 나를 강하게 때려오는 시간이 찾아온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일주일 시간 속도 관련 밈은 (meme) - “워어어어어얼화아아아수우우모오옥금퇼” - 그 어떤 것보다 정확한 것 같다. 빨리 찾아오는 주말이지만, 그만큼 초스피드로 막을 내리는 것 역시 주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고 소중한” 주말을 온 마음 담아 잘 보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미덕이다. 특히나 직장인의 경우 연차 제도나 반차, 또는 휴가로 명명되어 있는 법적 “쉼” 제도가 있는데 반에 대학원생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더 특이... 아니 이상하기 때문에 주말에 대한 전략을 미리미리 잘 세워야 한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대부분은 보통 특정 지도교수님의 지도 하에 “연구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공부와 연구를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정도 진행하게 되는데 모든 랩마다 휴가제도나 출퇴근 의무시간이 상이하다. 예를 들어 당장 우리 연구실과 바로 앞 연구실의 예를 들어보면 우리는 의무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각자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묵묵히 내가 할 연구를 진행하면 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자기 동기부여가 (self-motivation)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연구실 규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짚어보도록 하자.) 우리 연구실과는 반대로 이웃 연구실의 경우에는 모든 학생이 오전 열 시까지는 출근 상태에 있어야 하며 지각할 경우 일종의 벌칙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간식 비용이나 커피타임을 통해 본인의 지각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체계인 것이다.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휴가제도도 “랩바 랩 (lab-by-lab)” 다 제각각이다. 어떤 연구실은 일 년 내내 단 5일의 휴일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그 휴가일수가 15일까지 늘어난 연구실도 본 적 있다. 계속해서 대학원생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있는 현황이기도 하고, 교수님들도 인정사정없이 휴일을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으로서는 결국 진행되고 있는 실험과 개인의 연구 실적, 그리고 제시간에 스스로 “무사 졸업”을 기원하기 위해서는 적은 휴가일수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대학원생의 슬픈 현실이자 운명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주말에 진심이다. “주말”이라는 재충전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미뤄뒀던 많은 것들을 따라잡고 해결하기 위해서 내 일상을 돌보는 시간으로 삼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만의 뭉클한 주말 사용법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첫 번째는 바로 아침 카페 타임이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유독 아침잠이 없는 나는 평소에도 7시 전후로 기상하지만 주말에도 관성이 생긴 탓에 7시 전후로 기상하고야 만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늦은 오전까지 푹 잘 수가 없어 스트레스이기도 한데 그만큼 아침 시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냥 내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낮잠”이라는 훌륭한 방법으로 부족했던 아침잠을 보충할 수도 있어 괜찮다.) 게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과 (wake up)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간 간의 (get up) 차이도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일어나면 바로 그날 하루의 루틴이 시작되는 편이다. 여느 때처럼 아침 스트레칭을 좀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밥을 챙겨 먹고 뉴스나 예능을 시청하다가 설거지까지 다 마치고 나면... 그래 봤자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인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는 아무리 “자취방”이라는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다고 해도 집에만 있기엔 심심함을 곧잘 느끼는 편이라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데 만약 온전히 대전에서 주말을 보내는 경우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주말의 첫 번째 루틴으로 연구실에 가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이른 주말 아침에 연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쇼핑에 갈 수도 있지만 최근엔 코로나19도 다시 심해졌고, 무엇보다 무소유의 미학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필요한 물건이 없다면 굳이 백화점이나 아웃렛을 방문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지도 어플을 켜고 저장해두었던 카페 목록을 살펴보지만 주말 아침 9시부터 문을 여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일러도 11시쯤이 대부분. 그래서 나는 매주 주말 아침 카페타임을 위해 국민 카페 “스타벅스”로 향하게 된다.


어딜 가든 스타벅스. 우리나라엔 스타벅스가 정말 많아서 그 흔함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는데 나로서는 이른 아침 시간부터 카페 공간을 내어주는 스타벅스에 감사할 뿐이다. 이전에 카페에 대해서도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나는 음료 자체보다는 카페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카페에 자주 가는데 스타벅스는 어느 지점에 가든 “평타는 친다”라는 평을 받고 있고, 사실 내가 맘에 들었던 지점을 몇 군데 기억해두면 공간도 쾌적하고 파트너님들도 친절하고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게 바로 대기업의 힘인가...) 물론 고유한 매력의 동네 카페도 좋아하고, 하나라도 새로운 곳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아주 이른 아침시간에 카페에 가서 독서를 하거나 밀린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지금처럼 브런치 글을 쓰고 싶다면 스타벅스 만한 공간이 없는 것 같다.

이번주 선물 받은 책과 다이어리를 챙겨서 스타벅스에 다녀왔다. 집이나 연구실에선 그 공간에서 또 할 일들이 생각나 독서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서 카페가 딱 좋다.
오랜시간 묵혀두다가(?) 갑자기 재밌게 읽혔던 임홍택 작가님의 <90년생이 온다>. 그리고 저번주 대학원생의 행복에 대한 글 역시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함께 썼다.
평소의 책 욕심 때문에 당장 읽지 못할 양의 책을 왕창 사뒀다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읽기도 한다.

카페에서 어느 정도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는 슬슬 또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인간의 배꼽시계는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정확해서 속일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때쯤엔 <파머스 161>과 같은 지역 농수산물 시장으로 주말 장을 보러 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최근에는 애호박이 크게 세일을 해서 여러 개를 사다가 볶아 먹고 전 부쳐먹고 다양하게 활용했다. 특히나 몇 주전 장염에 시달린 이후로는 밀가루보다는 밥과 야채를 더 많이 섭취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즘엔 밥에 얹어 비벼먹을 수 있는 덮밥류를 많이 만들어 먹고 있어서 애호박의 단 맛과 새우의 고소함, 그리고 계란 프라이 노른자의 느끼함이 어우러졌을 때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애호박이 하나에 천원도 안한다! 사진은 저번주 기준인데 이번주 주말엔 애호박 하나를 700원에 득템했다. 확실히 여름철이라 그런가 제철 채소가 가장 맛이 좋고 저렴하다!

애호박 외에도 가지를 참 좋아하는데 가지와 양파를 굴소스에 볶아서 덮밥을 해 먹었다. 남는 가지 볶음은 다음 끼니에 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 그리고 이번 주말엔 유독 훈제 오리고기가 먹고 싶어서 어제 파머스 마켓에서 400그램 한 팩과 나의 최애 쌈 채소인 깻잎을 사 왔다. 소스도 쌈장이나 오리엔탈 소스 등 다양한 옵션이 있지만 느끼한 소스에 진심인 나는 머스터드와 잔센 마요네즈를 섞어서 오리고기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레시피 영상도 자주 보는데 간단한 재료로 맛있는 밥을 차려먹을 수 있는 <하루 한 끼> 채널을 좋아하는데 영상이나 블로그 레시피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재료를 사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재미가 있다. 자취 초반에는 그래도 시간을 좀 냈는데 요즘엔 본업에(?) 바빠져서 주중엔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집밥을 지어먹을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두었다가 주말에 몰아서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보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 이때 주의할 점은 너무 많은 양의 재료를 미리 사놓지 않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날 수도 있고, 야채도 어쩔 수 없이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면 무르기 때문에 요리를 할 때마다 조금씩 사다 먹는 게 중요하다. 전국의 일인가구 파이팅.

가지 볶음 덮밥과 훈제오리고기를 곁들인 아침상. 요즘엔 더워서 국을 잘 안 끓이게된다. 김치는 배추김치보다는 깍두기를 더 좋아해서 엄마가 깍두기를 무려 3kg 짜리를 선물 주셨다!
원래는 두부를 넣고 유부초밥을 해보고 싶었는데 두부를 깜빡해서 있는 밥으로 만들어 먹었다. 옆에는 수제 리코타 치즈와 할인으로 득템한 블루베리.

그리고 주말이 되어서야 좀 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를 한 상자 사다가 “토마토 마리네이트”를 만들어두었다. 꼭지를 때어내고 칼집을 내서 20초 정도 끓는 물에 데치면 껍질을 벗겨낼 수 있는데 이렇게 하고 올리브유랑 레몬즙, 식초와 다진 마늘 조금이랑 양파, 그리고 후추와 꿀 조금을 더해서 냉장고에 절이면 아주 맛있는 토마토 마리네이트를 즐길 수 있다 빵식 할 때 곁들여 먹어도 좋고 파스타 먹을 때 입가심을 위한 피클처럼 먹어도 좋다. 또 다른 재료는 내가 좋아하는 단호박인데 전자레인지나 찜기로 쪄내서 살을 발라 견과류랑 꿀, 그리고 마요네즈 조금이랑 버무려 샐러드를 만들어도 아주 맛이 좋다. 간단한 아침식으로도 좋고 디저트 같은 반찬으로도 훌륭하다.

요즘은 토마토가 더 저렴해졌는데 파머스 마켓에서 구매하는 토마토는 항상 달고 맛있다. 사실 마리네이트를 만들지 않아도 아주 꿀맛이다.
이렇게 소분해서 보관하면 성공!
전자렌지로 단호박 앞 뒤를 4분씩 져내면 속이 푹 익는다. 식힌 후 살을 발라내어 아몬드, 호두와 같은 견과류와 단 맛을 위해 건포도랑 꿀을 더 넣어준다. 소분해주면 완성이다.

매우 고독한 주말을 보내는 것 같지만 주말을 활용해 밀린 친구들과의 만남 시간을 갖기도 한다. 우선 함께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해서 비슷한 대학원 생활에 지쳐있는 친구들을 위해 밥을 지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냉동고 속 통통한 오징어 한 마리를 활용해서 오징어 덮밥을 만들고 가지전을 만들어 친구랑 함께 나눠먹었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는데도 한 그릇 다 싹싹 비워져서 고마웠다. 앞으로도 나눠 먹을 수 있는 메뉴까지 함께 연마해서 대전의 큰 손이 되어야지.

오징어 덮밥이랑 가지전, 그리고 애호박 새우 볶음을 함께 먹었다. 외식하면 무조건 달고 짠 맛에 지칠 수도 있는데 오히려 편하고 건강하게 한 끼 식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맛집 탐방을 떠나기도 한다. 최근엔 친한 친구 소개로 등산 팟이 하나 생겼는데 대전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보문산에 함께 등산에 다녀왔다. 다들 비슷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라 공감대 형성도 빠르고 주말에라도 건강과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의식도 비슷해서 마음이 잘 맞았고 재밌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오전 등산 후 맛있는 점심을 위해 - 그리고 단백질 충전을 위해! - 대전 선화동의 “고단백 식당”에 다녀왔다. 여름 하면 콩국수! 국수 중에서도 콩국수를 제일 좋아해서 다녀왔는데 일반과 검은콩 중 나는 무조건 더 고소한 맛을 위해 검은 콩국수를 주문했다. 열무김치와의 조화도 훌륭했고, 너무 급하게 먹어서 속이 차가워질 뻔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맛집 탐방이었다. 여름이 가기 전에 또 한 번 방문해야지!

보문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대전 시내 경치. 날씨가 좀 흐려서 아쉬웠다. 대전 선화동에 위치한 <고단백 식당> 입구부터 스웨그 넘친다.
검은 콩국수에 정말 잘 어울렸던 열무김치! 나는 설탕도 소금파도 아닌데 사장님 추천대로 설탕을 조금 더해 먹으니 고소한 달콤함이 색달랐다.
그렇게 “완국” 성공. (배뻥!)

모든 주말을 대전에서 보내는 건 절대 아니다. 본가는 서울에 있는 만큼 서울에도 자주 가고 갈 때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고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을 풀어가는 시간을 보내곤 한다. 물론 대학원생이 되고 난 후에는 예전만큼 자주 가기도 어렵고, 특히나 평일에 서울 라이프를 즐길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사실 요즘엔 다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아니, 심지어 대전을 좋아하기도 한다. 대전만큼 평화롭고, 은근히(?) 있을 것도 다 있고, 살기 좋은 도시도 없는 것 같다. “갑자기 분위기 대전자랑”이 되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면 서울에서는 밀렸던 맛집 탐방과 “핫플” 구경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온다. 앞서 대전의 평화로움을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나 역시 뉴욕이나 상하이 같이 큰 대도시를 (metropolis) 엄청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래서 코로나 19 때문에 유독 더 답답함을 느껴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큰 규모의 건축물이나 맛집, 쇼핑몰, 전시 등에 구경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최근에는 오픈 날짜부터 엄청난 인파와 매출에 큰 화제를 불러온 <더 현대>에 방문해봤다. (개인적으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지는 않았다. 아 물론, 말 그대로 지하에 먹을 곳은 정말 많이 입점되어있었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사실 매장 간의 간격도 너무 넓고 브랜드 명이 비교적 작게 표시되어있어서 쇼핑 친화적이라는 (shopping-friendly)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인증을 위해 놀러 가는 핫플레이스 정도? 오랜 시간 다녀서 그런지 나는 IFC의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 의견입니다.)

<더 현대>의 내부와 유명한 가든. 새소리가 나는데 첨엔 살아있는 새를 풀어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모두가 도심속 공원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엔 내가 좋아하는 삼청동에 다녀왔는데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Every Corner>라는 사진전을 한다고 해서 미리 예약하고 다녀왔다. (Thanks to 현대카드 사용자 친언니!)  Ray J. Yi 그리고 이상순의 사진전이었는데 효리언니도 팬이지만 그 남편인 이상순 님에 대한 관심도 있어서 다녀왔다. 전시의 스케일 자체가 크진 않았지만 유럽 여행에 대한 욕구가 마구마구 불타오르는 사진전이었다. 전형적인 관광객의 도시 탐방 모습이 사진에 담긴 것이 아니라 도시의 구석구석, 찐 “여행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그 역사와 내공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한 달이었지만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던 베를린과 두 달 동안 인턴으로 일했던 뉴욕의 모습도 보여서 굉장히 아련하고 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오면서 블루보틀에서 커피 한 잔을 때렸는데(!) 분위기 아주 이국적이고 좋았다. 아무리 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주말엔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자 디카페인 원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주문했는데 크림 브륄레, 바닐라 그리고 키 라임 향을 느낄 수 있는 “나이트 라이트 디카페인” 원두였다. 내가 디저트를 먹는 듯한 달콤한은 아니었지만 분명 감귤류 향과 (시트러스) 바닐라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전에는 블루보틀 언제쯤 생기려나...)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지금은 전시가 끝났지만 Ray J Yi 그리고 이상순의 사진전이 진행되었다.
서울 삼청동의 블루보틀. 운이 좋게 전망 좋은 자리를 차지해서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 커피 냄새와 함께한 훌륭한 시간.

대전 집에 있는 것도 좋고 서울 집에 다녀오는 것도 좋지만 시간과 체력이 되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주말을 활용해서 국내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두 번 다 최근 일인데 한 번은 요가를 좋아하는 친구가 템플 스테이를 신청해줘서 당일치기로 전남 구례군에 위치한 화엄사에 다녀왔다. 원래 절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절은 항상 산속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요가도 좋아하는데 공교롭게도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요가 템플스테이에 다녀올 수 있었다. 세계 요가의 날을 기념해서 화엄사에서 요가 대축제를 개최했는데 수련 시간 자체는 길지 않았지만 모두 함께 모여 수련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산속 산책도 아주 좋았다. 점심 도시락으론 연잎밥을 받았으나 양이 부족해 하산해서 흑돼지 삼겹살을 먹어버린 것은 안 비밀이다... 오랜만에 마음 수련도 하고 오고 가는 내내 친구와 수다 떨며 신나는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마침 동네 친구가 되어 산책을 통해 자주 보게 된 친구인데 동네 친구가 생기는 일은 정말 뭉클한 일인 것 같다! 가끔 반찬이나 빵도 나눠 먹고 운동 시간이 겹치면 같이 장을 보러 가서 대용량 제품을 나눠 갖기도 하는데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말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개최된 요가 대축제. 언론에도 보도가 되었는데 거의 200명 정도가 모여서 수련을 진행했다.
마침 연구실에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시기였는데 화엄사의 “불견” “불문” “불언” 을 보고 마음을 돌볼 수 있었다. 의도치 않은 마음 성장 덕분에 절을 좋아한다.

주말에 이렇게 바쁘면 언제 쉬어가나 싶기도 한데 이번 주 같이 아무 약속도 없고 아무 계획도 없는 주말엔 혼자 시간을 보내며 누워있기도 하고 꿀 같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또 안타깝지만(?) 잠깐이라도 연구실에 들려 실험을 하거나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다음 주 계획을 위해 잠깐씩 일을 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왜 주말에 출근하냐고,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지 않을 거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우리는, 대학원생은 “근로자”는 아니기 때문에 꼭 52시간을 지키거나 할 의무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대학원이랑 굉장히 이상한(?) 사회인데 모두가 부족한 연구 근로비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열심히 하고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본인의 노력은 결국 본인이 투자하고 챙겨가는 것이라는 규범이 많은 연구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어서인지 본인이 본인 시간을 써서 실력과 실적을 쌓아가는 과정에 대한 불만이 많지 않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인데 얼마 전 주말에 연구실에서 줌으로 (zoom) 면담을 하고 있었는데 “주말인데도 출근하셨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도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자발적으로 나와서 할 일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연구실에 사람이 적을 때 더 집중도 잘 되고 말이다. 우리 교수님 자랑을 조금 하자면 강압적인 출근이나 주말 미팅 등 절대적으로 학생들의 웰빙 (well-being)에 대해 신경 써주시는 분인데 그래서인지 더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자발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주말 출근을 병행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잠시라도 주말에 정리해두면 주중에 편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연구실 3년 차가 되어서는,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약간의 귀찮음을 감내하며 오랜 시간 편안함을 누리고자 하는 것 같다.


잘하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요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효율성으로 열심히 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아직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답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결국 “균형”이라는 키워드가 그 답 속에 있는 것 같다. 내 생활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무너지지 않도록, 어느 순간 갑자기 터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매일매일 할 일을 정리하고 그 생활에 맞춰 내가 충분한 아웃풋을 (output) 낼 수 있기 위해선 우리에게 법적으로 주어진 소중한 이틀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꼭 이런 것들을 해야 해!라고 절대적인 To-do list를 정해놓기보다는 내가 미뤄뒀던 좋아하는 것들, 내 삶의 뭉클함을 찾아 일상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 열네 시간 정도 일요일이 남아있는데 남은 시간도 모두에게 뭉클한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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