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 극복, 1년의 이야기.
남자친구와 이별 후, 상담으로 다져진 독립을 하겠다는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거대한 결핍을 가진 자아가 찾아왔다.
내 결핍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 아니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등학교, 중학교… 때도 잠재되어 있던 자학이라는 아이가 다시 출몰했다. 나에게 식이장애로 찾아왔다.
내 삶에 2번째 식이장애였다. 첫 번째, 두 번째 모두 20 kg 가량이 증가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음식을 먹고 전부 토해냈다. 회사, 회식, 집, 밖 그 어디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었다가 일주일 전부 토하는 것은 기본, 하루에 최대 5번은 토를 했던 것 같다.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먹는 양도 많았기에 살은 계속 쪘다. 두려움에 압도되는 만큼 음식을 나에게 쑤셔 넣었다.
옷이 점점 맞는 게 없어졌다. 생리도 몇 달 동안 끊어졌다. 제대로 식사를 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우울함은 계속됐다. 일어날 힘이 없었다. 밝은 나로 돌아갈 기력이 없었다. 무한 굴레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남자친구에게 다시 가고 싶었다. 버티기 너무 힘들 때마다 선생님께 찾아갔다. 회사 일을 하고 있다가도 살고 싶어서 찾아갔다. 선생님을 찾아가서 음식과 나의 관계를 회복하기도 하고, 나만의 식사 루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하고, 나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함이라는 것을 되뇌고 나를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것들도 배우면서 매일매일 토를 했지만 나를 챙겨주는 행동들도 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토 밖에 할 게 없다는 생각에 모든 방의 커튼을 치고 사람들과 연락도 하지 않고 핸드폰도 보지 않고 온종일 잠만 잤다. 손가락을 넣어 일부러 토를 하던 어느 날 피가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너무 많은 상처로 목에서 피가 났다. 왠지 슬펐다. 내 안에서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미안해’ 하고 이야기했다.
너무 슬펐다. 그날 많이 울었다. 이미 손등에는 치아로 긁힌 상처들 투성이었다. 나에게 밴드를 붙여 주었다. 나의 마음에 밴드를 붙였다. 그 기점으로 나는 매일 하던 토를 일주일에 몇 번, 이주에 몇 번, 한 달에 몇 번, 점차 점차 횟수가 줄었다. 토는 멈추었지만 나의 불안감의 기저는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술을 많이 마셨다. 식이장애와 비슷한 사이클로 일주일에 한 번에서 일주일 내내 회사 사람들과 술을 먹기도 했다. 술을 마실 때마다 불안했고, 술을 마실수록 불안해졌다. 폭식과 음주, 나를 학대하는 방법들. 두 가지는 내가 밀어낸다고 밀어 지지 않았다. 선생님과 또 방법을 찾아갔다. 술 대신 차를 마시고, 걷고, 산책하고, 바람을 느끼고, 그렇게 점차 천천히 멀어졌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점차 삶의 안정을 찾아나갔다.
혼자 있어도 괜찮아, 두려울 게 없어, 나는 지금 안전해라고 말해주며 놀랐던 나를 진정시켰다. 두려울 것도, 불안할 것도, 불행할 것도 없다.
계속해서 본질적으로 나의 아픔들을 치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