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지 못하면 과거에 갇히게 된다
놀이터에서 나보고 너무 못 생겼다고 놀리는 6살 친구의 말, 간식 사 먹을 돈도 없냐며 큰 소리로 놀렸던 15살 밉상의 말, 전체 회의에서 상사의 큰 목청으로 10분 넘게 들어야 했던 나의 단점들, 그저 주어진 것에 열심을 다했을 뿐인데 오해와 오해가 겹쳐 내가 그들에게 천하의 개새끼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들…이런 기억은 어쩜 그리도 선명할까.
큰 돌덩이 속에서 생각하는 사람을 구출하고 있는 오귀스트 로뎅처럼 우리는 굳이 그 상처들을 오늘 하나씩 다시 깎으며 마음에 새긴다. 야속하게도 너무 간절히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더 잊을 수가 없더라. 어느 순간 내 삶의 목적이 잘생겨 보이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받는 것, 나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는 것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그렇게 상처받은 과거의 나를 돌보는 것만으로 하루의 일상을 채우다 보면 현재의 내가 또 다른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불행한 과거를 위해 오늘을 소진하면 오늘 역시 점점 불행한 과거가 되어 간다는 것을. 무섭고 두렵다. 이렇게 살다가는 자기보다 큰 짐승을 기어코 삼키는 뱀처럼 그 과거의 상처가 내 인생 전체를 집어삼킬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