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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Oct 06. 2017

MB의 '돈의 맛', <그알>과 <저수지 게임>

지난달 3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0억은 누구의 돈인가? - BBK 투자금 진실게임'편의 한 장면. ⓒ SBS


"5,500명의 투자자에게 천 억대의 피해를 줬고 피해 본 사람이 자살까지 했던 사건입니다. BBK 실제 주인이 우려한 대로 밝혀진다면 그때는 이번 대선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서슬 퍼런 일성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물론 여기서 지목된 'BBK 실제 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지난 2007년 8월 14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연설회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이런 펀치를 날렸다. 이에 이명박 후보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대사로 응수한 바 있다.

"여러분,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중대성이 한창 부각됐더랬다. 당시 의혹이 불거졌던 박근혜씨와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를 철저히 파헤쳤더라면, 국민을 분노의 수렁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국정농단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사후약방문과 같은 한탄이라 할 만했다.

두 번째는 없어야 한다. 역으로, 'BBK 사건'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라도 철저하게 파헤칠 필요가 있다. 되짚을 충분할 근거와 요건, 증인들도 수두룩하다. 비록 이명박-박근혜라는, 일각에서 '사기꾼'과 '환자'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두 전직 대통령이 주거니 받거니 권력을 승계하면서 사욕을 채워나간 지난 9년의 세월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열망을 받아 안은 정권과 공권력의 의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30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140억은 누구의 돈인가? - BBK 투자금 진실게임' 편은 15년여가 흘렀어도 진실공방이 진행 중인 'BBK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 그것도 수천 명이나 되는 소액주주 피해자의 관점, 즉 일반 국민과 서민들의 눈높이에 기준을 맞춘 맞춤형 기획이자 'MB 시리즈'의 일환으로서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BBK 사건'        
  

지난달 3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0억은 누구의 돈인가? - BBK 투자금 진실게임'편의 한 장면. ⓒ SBS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BBK 사건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진실규명에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건은 생각보다 무척 간단합니다. 주가조작 사건으로 손해를 봤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는데 돈은 엉뚱한 사람이 가져간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제를 살려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던 전직 대통령이 서민들에게 가야 할 돈을 가로채 형님 회사에 준 것 아니냐며 피해자들은 분노했습니다." (진행자 김상중)


그 엉뚱한 사람이 바로 MB요, '형님 회사'는 바로 MB의 아들이 전무로 재직 중인 회사 다스(DAS)다. 이날 <그알>은 2007년 대선 당시 '폭풍의 핵'이었던 'BBK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소환을 둘러싼 상황은 물론이요, 그에 앞서 2000년대 초반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던 BBK 사건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BBK 사건은 재미사업가이자 MB와 파트너였던 김경준이 한국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고, 384억에 달하는 돈을 횡령했던 사건이다. 검찰과 특검은 2007년 대선 전후 BBK 사건과 MB는 관계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며 면죄부를 줬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 BBK 사건은 김경준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났다.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 이후 DAS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 투자금 140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미 법원에 김경준에 대한 고소·고발을 끊임없이 벌였다. 결국 김경준씨는 140억 원을 DAS에 송금했다. 이 140억은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었다는 것이 <그알>의 요지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날 방송을 이렇게 요약하기도 했다.

1. 이명박과 김경준이 손을 잡고 투자회사 BBK를 설립. 명박이 전주하고 김경준이 운용해서 수익 내는 구조였을 듯.
2. 사업이 잘 안 되니까 김경준이 회사 공금을 횡령해서 무서운 분들(삼성생명) 돈을 갚고 남은 돈을 들고 튐.
3. 소액주주들이 미국에서 소송을 해서 이김. 김경준 명의의 재산을 처분해서 일부 돌려받음.
4. 이명박이 김경준을 빵에 처넣고 부인과 누나도 집어넣는다고 협박해서 회사 세울 때 넣은 투자금을 이자 쳐서 받아냄.
5. 결국, 피해자들이 받을 돈을 공범이 챙김.

'도둑적으로 완벽하신 MB', 수사가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0억은 누구의 돈인가? - BBK 투자금 진실게임'편의 한 장면. ⓒ SBS


김경준씨는 피해자가 아니다. '공범'이자 '횡령범'일 뿐이다. <그알> 제작진과 인터뷰한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들만을 반복했다. 미국에서 10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제작진이 정작 김경준씨의 말을 '참고'만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청와대와 검찰, 정부가 협력과 공조를 통해 이 140억을 DAS로 입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의혹들이다. 김경준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알>은 이 BBK 사건의 진상이 당시 '정치공방'으로만 흐르면서 국민들의 '이해'와 '공분'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다시 봐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그알>에도 얼굴을 비친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다스의 140억 MB가 빼왔다?>는 기사는 이날 방송을 다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기사다.  

"15년 전 서민들의 피눈물이었던 수백억 중 그나마 남아있던 140억원은 다스의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만약에 누군가 공권력을 이용해 이 돈을 가져갔다면 우리는 이것을 국정농단으로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BBK 사건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알>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MB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 '140억 진실게임'의 검경 '수사'를 촉구했다. MB가 관여했는지, DAS의 실소유주가 MB(와 그의 아들)인지, 이 BBK 사건은 물론 권력 기관을 개인의 재산 착복에 사용한 정황이 뚜렷한 사건에서 "140억원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 위해 '피해자'의 서사를 끌어들인 것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의 귀재라 할 만한 <그알> 제작진의 최상의, 진심어린 선택이었을 것이다. 물론 방송의 목표가 '수사'를 촉구하기 위함이라는 점은 두말 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알> 'BBK 사건' 편을 본 시청자라면, BBK 사건의 재수사가 필요하고 또 자원외교 등 MB를 향한 돈의 집착이 더 궁금하다면, "도둑적으로 완벽한" MB를 주연으로 내세운 다큐멘터리 영화 <저수지 게임>을 권하는 바다. 

<저수지 게임>의 주연 MB 
  

영화 <저수지 게임>의 한 장면.ⓒ 프로젝트부


"우리가 핵심적인 증인들에 대해서 접근을 추가적으로 못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정권이 바뀌고, 국회 국정조사는 한계가 있어요. 반드시 이거는 금융당국하고 사법당국이 수사를 해야 된다고 봐요." (홍익표 의원) 

"그 돈이 어떤 계좌에 얼마가 들어있다고 찾을 순 없을 거라고 봐요. 확정하고 물증으로 잡아내기 불가능하다고 봐요. 왜냐면 지난 몇 년간의 경험상 그게 불가능하단 걸 알았어요. 추적을 하려는 순간 사라지니까. 개인이 계속 이어갈 수가 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설혹 무리를 하다가 지쳐서 포기하더라도 누군가 계속해야 하는 일일 수 있죠. 사실은 국가가 나서서,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이죠. 그러니까 그 전까지만 우리가 해보는 거예요." (김어준)


이렇게 주진우 기자의 '이명박 비자금 추적기'인 다큐 <저수지 게임> 역시 자원외교 등 MB와 '돈'이 연루된 모든 사건에 대해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하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저수지 게임>은 캐나다 최대 사기 사건에 농협의 해외 투자금과 MB의 친인척 H가 연루된 사실을 포착한 이후 관련자들을 추적해나가는 과정과 MB가 비자금을 착복하는 패턴과 플롯을 확인하고 쫓아가는 취재 과정을 담았다. 

자, 그러니까 <저수지 게임>은 '노스욕 사건'으로 불리는 캐나다 부동산 사기사건과 MB의 비자금 패턴이 얼마나 비슷한지, 이를 둘러싼 수상한 정황들과 증거들은 무엇이 있는지, 농협 내부인인 '딥 쓰로트'를 비롯해 관련자들과 제보자들의 증언, 그리고 국회의원과 기자들을 비롯한 추적자들은 또 어떻게 바라보는지 흥미진진하게 꾸며 놓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엔 'MB'가 자리한다. 대단히 꼼꼼하고, 거대하게 탐욕스러우며, 아직까지 이리저리 수사망을 피해가면서 의혹만 뿌린 채 결정적인 덜미가 잡히지 않은 MB 말이다. 영화의 말미, 주진우 기자와 1년 넘게 비자금을 추적했다는 최진성 감독은 이런 자막을 달았다. 

"추적은 실패했다. 그러므로 주진우 기자의 유추와 판단은 입증까지 이르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그알>도, 주진우 기자도,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일 수 있다. 국민들에게 묻혔던 진상을 환기시키고, 단서를, 퍼즐을 맞추는 일 말이다. MB를 향한 '스모킹 건', 그 시작은 결국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의 수사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들도, 우리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의혹만 명명백백 조사해도, 꼼꼼하신 우리의 전직 대통령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날 <그알>은 시청률 10.4%(닐슨 미디어 기준)을 기록했다. <저수지 게임>은 9월 말까지 12만 관객이 관람했다. 이게 다 'MB' 덕분일 것이다. 이러한 MB를 향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더욱 크기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BBK 사건의 피해자들도, 아니 세금을 도둑맞은 우리 국민들 모두 MB의 말이, 행위가 "새빨간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고 싶기 때문이리라. <그알>의 질문도, 우리들의 질문도 사실은 간단한 데서 부터 시작하지 않겠는가.

"퇴임 후 부쩍 과묵해진 전직 대통령에게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140억의 진짜 주인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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