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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Mar 11. 2019

"조선일보 앞에 김앤장 변호사도 장관도 모두 무너졌다"

"< PD수첩> 방송은 새발의 피"... 고 이미란씨 유족 증언 이어져


▲11일 tbs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한 고 이미란씨의 형부 김영수씨.ⓒ 이선필

 
"고(故) 이미란 씨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그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 '내가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라는 말을 남기셨단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 말이 참 좀 서늘했던 건 이미란 씨가 33년 동안 결혼생활을 이어 나갔단 말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조선일보의 일가의 며느리로서,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부인으로서 33년을 살면서 그 힘을 본인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을 거란 말이죠. 그런 유언을 남길 정도라면 얼마나 큰 힘을 느꼈을지, 혹은 크게 절망에 빠져 있었을지 좀 서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작 1시간여를 통화하고, 관련 취재를 해온 PD가 이 정도였다면, 당사자들은 그 심정이 어땠을까. 지난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MBC < PD 수첩>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의 서정문 PD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조선일보>의 막강한 힘이 검찰과 경찰에까지 미친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었다.

그 '서늘한 느낌'은 바로 명백한 물증이 있음에도 검,경의 수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됐을 터(관련 기사 : "방용훈 반응, 소름돋아"... 'PD 수첩'의 반격 시작되나). 서 PD는 그 일례로 고 이미란씨의 사망 이후 이씨 친언니의 자택을 침입했던 방 사장과 방씨 아들에게 관할서인 용산경찰서가 주거침입죄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사건을 언급했다.

방송에서 방 사장과 아들이 등장하는 CCTV 화면을 공개했던 서 PD는 "그 건물 구조 자체가 이미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간 순간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이 사건을 그대로 덮었다. 그러면서 서 PD는 <조선일보> 일가의 그 서늘한 힘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고 이미란씨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그 이후 친정 가족들의 고소가 이어졌음에도 꿈쩍 않는 방 사장 측의 권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미란 씨 친정댁이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만만한 집안이 아니에요. 거기도 굉장히, 이를 테면 대한민국의 상류층이라고 불릴 만한 정도의 그런 가족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 PD 수첩> 방송 직후 방용훈 사장의 이름이 며칠 간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며 여론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의 당사자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고 이미란씨의 형부, 즉 < PD 수첩>에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이미란씨 친언니 이미경씨의 남편 김영수씨는 < PD 수첩> 보도에 "고맙고 놀랐다"면서도 다소 의외의 반응을 내놨다. <방용훈 부인 유족 "2016년 사망 직후 청와대서 연락">이란 제목의 지난 9일자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다.

<조선일보>와 방용훈 사장, 그리고 국민들의 공분

"김영수씨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 부총리다. 형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을 지냈고, 동서는 김&장의 간판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서울대 법대교수로 옮긴 신희택 변호사다. 지금은 국재중재센터 의장이다(중략). 또, 친정 집안은 대대로 유명한 의사 집안이다. 이렇게 유명한 가문도 방용훈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지난 9일 < PD 수첩> 박건식 PD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밝힌 김영수씨의 가족 배경이다. "이렇게 유명한 가문도 방용훈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특히 김씨의 사돈 가문과 관련된 설명에는 박정희․홍석현․김기춘 등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들의 이름도 여럿 등장한다. 헌데, 김씨의 < PD 수첩>이 굉장히 절제했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방송에 보도된 것보다 더 가혹하고 엽기적 일들이 많다. 굉장히 절제해 보도했다. 선정, 자극적으로 보도해 더 이목을 끌 수도 있었는데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줘 굉장히 놀랐다."

그러니까, 김영수씨의 반응은 < PD 수첩>의 방 사장 일가 보도는 '새발의 피'란 얘기였다. 김씨는 또 "PD수첩이 절제된 보도만 했는데도, 빙산의 일각만 보도했는데도 마치 1960년대 조폭 스타일로 협박했다. 아마 PD수첩이 보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엽기 행각'을 어떻게 하면 덜 자극적으로 보도할까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이미란씨가 자살로 내몰린 이유는 방 사장의 상습적 폭력·폭언 행위, 자녀들의 지하실 감금과 학대 행위 등이었다(관련 기사 : 목숨 끊은 호텔가 부인, '조선일보'의 민낯 겨냥했다). 그 중 이씨가 자살하기 몇 주 전 감금을 당한 것은 과거 방 사장이 셋째 아들에게 '네 돈이니 네가 알아서 찾아 가져가라. 유산이 이제 한 푼도 없다. 엄마가 다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방 사장의 자식들은 이 50억을 이씨의 친정 집에서 빼돌린 것이라 주장했다.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하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등을 다룬 MBC < PD수첩>의 한 장면.ⓒ MBC

 
하지만 이씨의 어머니 임명숙씨는 "우리가 돈을 빼돌렸다면 우리를 고소하면 될 것 아니냐"며 방송에서 이를 극구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영수씨는 "형부로서 처제에게 조언한 적 있다. '아이들에게 소비 내역을 보여주고 설득해보라'는 얘기였는데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자녀들과 틀어진 계기였다. 이후 4개월 지하실에서 감금된 채 자녀들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자살 직전 폭행과 관련해서 김씨는 "< PD 수첩> 보도에도 나오지만 자녀들은 처제에게 '지하실로 기어 내려가 이 도둑년아' 등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자녀들이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씨 가문이 방씨 가문 등에 빨대를 꼽고 살고 있다'며 학대했다"고 덧붙였다. "자녀들이 사설 구급차를 부르고, 어머니를 쫓아내는 상황인데 방용훈 지시가 없었겠느냐"고도 했다.

방 사장 자녀들이 어머니 이씨에게 한 패륜 행각은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난 2017년 초 임명숙 씨 등 친정 식구들이 이씨에 대한 자살 교사 및 존속학대,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방 사장의 자녀들을 고소한 사건 자체가 그렇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고소장에는 딸 방○○이 2015년 11월 이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과도로 이씨 복부를 3회 찔러 상처를 입혔고 방 사장의 자녀들이 2016년 5월말~8월말까지 이씨를 감금해 고문하며 부상을 입혔다는 내용이 담겼고, 지난 1월 법원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구형한 대로, 애초 유족이 고소한 혐의보다 형량이 낮은 강요죄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사설 구급차를 부르고 어머니를 쫓아내는 상황에 방용훈 지시가 없었겠느냐"며 "수사기관이 봐주기 수사를 했느냐 여부는 그 당시 중요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판사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자녀들은 재판에서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친다'고 했지만 항소했다"고 말했다. 이를 박건식 PD는 이렇게 풀이했다.

"자녀들이 친엄마에게 했다고 조서 등에 나타난 행위는 제작진도 놀랄 정도였다. 그걸 다 방송에 전달하진 않았다. 고소장에 나타난 내용을 방송에 다 담았다면 한국사회가 받을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자녀들이 엄마에게 '지하실로 기어 내려가 이 도둑년아'라고 폭언한 것만 전달됐는데도 한국사회가 출렁일 정도로 분노하지 않았는가?"

억울하다는 김영수씨, < PD수첩>은 어떻게 대응했나

고 이미란씨 친정을 대표해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 나선 김영수씨.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그간 방 사장 일가의 권력과 그를 믿고 휘두른 패륜적 행각을 마주한 이의 고초와 억울함과 더불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당당함 등이 엿보였다. < TV조선>과도 인터뷰하겠다는 결기도 마찬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법정이나 수사기관에서는 '후회한다', '억울하다', '죄 없다'는 방용훈과 그 자녀들. 그렇게 억울하고 하고픈 말이 많다면 변호사나 검·경 수사기관 뒤에 숨지 말라. < TV조선>이라도 좋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기획해도 좋으니 공개적으로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보자. 우리가 제시하는 증거와 사실관계 앞에서 떳떳한지 제대로 따져보자. 그럴 용기가 없다면 유족 앞에선 제발 조용히 했으면 한다."

또 김씨는 "이 사건은 더 이상 덮을 수 없을 것이다. 검·경을 아무리 무마하려고 해도 그 조직에 정의로운 사람은 분명 있다. 공소시효도 많이 남아 있고 고소도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며 "모두를 침묵시킬 순 없다"고도 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서정문 PD는 향후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인기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출연할 예정이다.

박건식 PD 역시 지난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은 정말 <조선일보>와 관련이 없을까?"라며 방상훈 사장과 <조선일보>에 대한 관계와 또 다른 위법 의혹까지 제기했다.

"방용훈은 조선일보 주식 10.57%를 가진 대주주다.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방용훈은 (조선일보 창업주) 방일영의 자식인데, 비해 <스포츠조선> 사장을 맡고 있는 방성훈은 (방일영의 동생) 방우영의 자식이다. <스포츠조선> 방성훈은 조선일보 주식 21.88%를 갖고 있다. 만약 방용훈이 자기 주식을 방상훈 집안이 아닌, 21.88%를 갖고 있는 방성훈에게 몰아준다면, 방성훈은 <조선일보> 주식 32.45%를 소유하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조선일보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방용훈은 <조선일보>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방용훈이 문제가 생겼을 때, <조선일보>가 적극 방용훈의 문제를 '마사지'해왔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가 1면에서 '장자연과 룸살롱에 같이 있었던 사람은 <스포츠조선> 하원 사장'이라고 고지를 했던 이유도 사실은 방용훈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추론도 나왔다. <방용훈>은 조선일보와 떼어놓고는 해석하기 힘든 인물이다." 

박 PD는 "일개 호텔 대표였다면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이러한 의구심과 의혹은 향후 반론보도를 신청한 방 사장을 위한 < PD 수첩>의 후속보도의 내용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PD가 여타 언론의 취재를 부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방용훈은 아들에게 유산으로 줄 돈 5백만 달러를 캐나다에 보내서 맡겨 놓았는데, 그 돈을 이미란 친정식구들이 거의 다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용훈은 아들에게 '이제 너에게 줄 유산이 하나도 안 남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돈의 송금자체는 불법이다.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1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보내면, 외환관리법 위반이다. 외화밀반출인 것이다. 그리고 이 돈의 출처 역시 의심스럽다. 비자금일 확률이 높다.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 방용훈은 외환관리법, 비자금 문제로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진실 게임의 시작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하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등을 다룬 MBC < PD수첩>의 한 장면.ⓒ MBC

 
특히나 외화밀반출이나 불법 송금의 경우, 한진 일가의 그것과 유사해 보이기까지 한다. 김영수씨는 "억울함을 둑을 쌓아서 막으려고 하겠지만 구멍 하나만 있으면 둑은 무너진다"며 방상훈 사장의 이번 보도와 관련된 대응을 비판했다. "애가 있느냐?" 서 PD를 위협하는 듯한 방 사장의 통화 내용은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공분을 샀다.

그리고, 오늘(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직접 출연한 김영수씨는 이미란씨와 방 사장 일가에 대한 더 충격적인 사실들을 털어놨다. 이씨에 대한 폭행을 부른 '50억 원'과 관련된 정황은 언론재벌 일가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또 부검 당시 고인의 후두부에 도끼로 때린 듯한 두 번 정도의 상처가 발견된 것은 물론 방어흔에 해당하는 손가락 골절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 PD 수첩> 제작진도 알고 있었지만 보도하지 못했다는 이 사실은 이씨가 생전 방 사장 일가에 더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는 것의 증거일 수 있다. 김씨는 또 경찰 수사가 축소된 것에 대해서는 이런 의견을 내놨다. 앞서 서 PD가 검찰이나 경찰이 "알아서 (수사 은폐 혹은 축소를) 그렇게 했다"고 말한 것과 조금은 다른 견해였다. 

"용산경찰서인데, 방용훈 사장 가족이 용산경찰서를 굉장히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를 저는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용산경찰서에서 아주 특별 대우를 하는 그런 오래된 관계가 있어서 저는 용산경찰서에서 방용훈 사장에 대한 불리한 조치나 결정을 취하기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김씨는 또 이씨 관련 사건과 방 사장과 방 사장 아들의 주거침입죄를 검경이 무마한 듯한 결론이 난 배경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방용훈 씨 일가를 도와주는 집사라고 할까요? 장학생이라고 할까요? 그런 분들이 몇 분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설명했다. 

"(<조선일보>와 방 사장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이지 저는 그 사람들의 힘이 그렇게 세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김영수 씨는 <조선일보> 일가의 힘을 이렇게 정의했다. 실제 힘보다 그 힘을 상상하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그 위세를 더 키워주는 형국이라는 설명이었지만, 분명한 위협도 존재하는 듯했다. 김씨는 실제로 <조선일보> 측이 사건 관련 제보자들에게 위협을 가한 정황과 그 녹취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않을까. 

하지만 김씨와 고 이미란씨 친정 측은 진솔한 사과면 그만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물론 전제는 있었다. 방송에서 김씨는 "진실을 알아야죠. 진실이 있어야 사과가 되겠죠"라고 말했다. 그 진실이 알려질 때까지 법정 투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이번 < PD 수첩>으로 촉발된 고 이미란씨의 죽음과 방 사장 일가, 그리고 <조선일보> 사이의 진실 게임은 이제 시작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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